병원에서

by 여름

그렇게 오래 병원을 다녔어도, 막상 병원에 가면 할 말을 잃곤 한다. 이 이야기를 꼭 해야지 했다가도,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다 올 때가 많았다. 그래서 작은 노트에 기록을 했다. 몰아치는 감정에 휘갈겨쓰기도 하고, 차분히 앉아 일기를 적듯이 쓰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말보다 글이 편했던 것 같다. 말은 자꾸 눈물을 가져와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요?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워요.

다들 이 고통을 끝낼 방법을 고민하면서 살아가나요?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아간다고,

더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하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다 잊혀지지 않아요.


나는 어디에도 내 마음 둘 곳이 없는데
이 세상 어디에도 내 자리가 없는데
나같이 쓸모없는 사람이 왜 계속 살아있는거에요?


자꾸만 울 것 같은 기분이 가시지 않아요.
깊은 호수에 점점 가라앉는 기분이에요.
정적을 견딜 수가 없고 마음이 계속 먹먹해요.
짙은 긴장감에 가슴이 서늘해요.
길을 잃은 것 같아요.

나를 사랑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건가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종종 들었어요.

그것만큼 폭력적인 말이 어디 있을까요?
내 자신을 아무리 돌아봐도 사랑할 구석이 찾아지지 않는데
그렇다면 나는 평생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는 건가요?
제가 너무 비약하는 것일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그런 말들을 들으면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들어요.

왜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걸까요?
답답해서, 마음이 꽉 막혀서
어떻게든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 않으면 언젠가 터져버릴 것 같아요.
제가 더 버틸 수 있을까요? 제가 나아지긴 하는 건가요?


마음에 고요하게 물이 흐르는 것 같아요.
강도 되었다가, 바다가 되었다가 어느 날은 메말라버리기도 하고.

잘 산다는 건 뭘까요?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잘 산다는 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 어떤 것도 저랑은 거리가 먼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을 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내 자신이 초라해서 숨고 싶은 것도
이제 그만하고 저도 잘 살고 싶어요.



저는 대체 어떻게 살아야하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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