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by 여름

공감능력의 결여.


어딘가 고장이 났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방향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내 안에서는 매순간 수많은 감정들이 샘솟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감정이 흘러 넘치는 것과 공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오랜 시간 내 감정만을 복기하고, 상처를 헤집는 행위에 집중한 탓일까. 처음엔 단순히 위로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못하는 것이었다. 나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으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좀처럼 마음의 동요가 일지 않았다.


나는 그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늘어놓는 재주만 남아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어떠한 절망마저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기억을 더듬어 사람들이 내게 했던 모습들을 흉내내는 게 전부여서. 그래서 부디, 사람들이 나의 얄팍함을 눈치채지 못하길 간절히 바랐다.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으니까.


내가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울음을 삼킬 때 곁에서 고통을 함께 해준 이들의 위로를 나도 전하고 싶었다. 넘어지고, 무너지는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 세운 수많은 사람들의 다정함을 나도 전하고 싶었다. '사랑'이라 부르는 그 모든 것들을, 나도 전하고 싶었다.


한 톨의 마음이라도 전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무용한 존재구나. 나는.

헤아리지 못할 마음들을 받고도 무엇 하나 돌려줄 수 없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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