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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Sep 18. 2020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80년대 광주의 외침을 싣고

(2017-08-04에 작성)

… 스포일러 有 …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인 ‘5.18 민주화운동’, 그 시절 광주의 아픔을 영화 <택시운전사>가 담아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지만 장훈 감독은 과감하게 뚜껑을 열었고 8월 2일, 우리에게 공개했다.


 평범한 택시기사인 ‘김만섭’(송강호)은 밀린 월세를 갚기 위해 택시비로 10만 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영문도 모른 채 독일 기자인 ‘위르겐 힌츠(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광주까지 태워주기로 한다. ‘김만섭’과 ‘피터’는 어렵사리 도착한 광주의 상황을 보고는 경악을 한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언론은 통제됐으며 학생들과 광주시민들은 군대에게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당하고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김만섭’과 ‘피터’는 다시 광주에서 서울로 택시 한 대에 의지해 달린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 영화가 억지로 슬픈 감정을 끌어내려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 하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영화는 의외로 담백했다. 주인공들이 나서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 대신 군대가 시민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장면들을 사실성 있게 보여주었다. 그 시절 독재 정부에서 민주화를 외쳤다는 이유만으로 죄 없는 사람들을 두들겨 패고, 총으로 쏘는 장면들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보여줬다. 


 영화의 내용이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에 실망하기도 했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를 뜨겁게 달궜던 일명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우리는 언론의 기능 상실을 여실히 겪었다. 영화에서 나타났던 언론탄압을 보면서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많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타까웠다.


 <택시운전사>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주인공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외신기자인 ‘위르겐 힌츠’에게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만들었다면 영화를 보는 내내 푹 빠져 보지 못했을 것이다. 제삼자의 눈으로 보는 건 상대적으로 객관적일 수 있지만, 이야기에 공감하기엔 힘들다. 하지만 ‘김만섭’은 우리나라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다. 먹고살기 위해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불의를 보고 나서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우리가 아닐까.


 역사에는 기억하고 싶은 찬란함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찬란함 뒤에 당 시대 사람들의 뼈아픈 고통과 부끄러운 사실들이 숨어있다. <택시운전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부끄러웠던 역사가 조명받아 많이 알려지고 그 사건을 본보기 삼아 더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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