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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Sep 18. 2020

책 <스페이스 보이> 리뷰

SF장르에서 찾은 사랑과 삶의 갈망

(2018-10-16 작성)

… 스포일러 有 …


 파란 바탕에 분홍색 글씨로 ‘스페이스 보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눈을 끄는 표지 때문에라도 한 번은 집어 들 것 같은 책이다. 하지만 ‘귀여운 책이네’하고 집어 들었다가는 작가가 숨겨놓은 뾰족한 바늘에 찔려 놀랄 것이다. 책 <스페이스 보이>는 작가의 돋보이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소설이다. 평소 공상과학 장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14회 세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는 명성에 혹했다. 그래서 집에 쌓아놓은 책을 뒤로하고 먼저 읽었다. 이 소설을 내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가볍게 시작해서 무겁게 맺는다’고 할 수 있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한다. 외계인에 대한 존재의 정의라든지, 주인공이 보고 느끼는 미지의 세계는 빈틈없이 소설 속에서 구축돼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라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그리고 우주로 보내진 주인공은 알 수 없는 계기로 자신의 뇌 속을 탐험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프랙탈 우주론’이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우주는 거인의 세포쯤 된다는 이론이다. 예전에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작가가 펼쳐놓은 생각의 가닥을 함께 따라가다 보니 이 이론이 신빙성 있다고 느껴졌다.


 작가의 상상력도 상상력이지만 이 소설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에 있다. 주인공은 우주로 가는 길에 정신을 잃는다. 그리고 눈을 뜨니 평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미지의 세계에 도착해있었다. 어리둥절해하는 주인공 앞에 나타난 칼 라거펠트는 이곳을 ‘세트장’ 정도로 생각하라고 한다. 미지의 세계에서 여행을 마친 주인공은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 그와 동시에 그는 우리나라에서 연예인 소속사에 들어가게 될 정도로 유명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을 케어해주는 소속사의 말대로 대중이 원하는 ‘가짜’의 모습으로 점점 변하게 된다. 나는 이렇게 변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과연 내 삶은 나에게 얼마나 거짓인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그리고 주인공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생각했다. 주인공은 외계인에 대해 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지구로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결국 한 방송에서 외계인의 폭로한다. 그리곤 얼마 뒤 폭로의 대가로 뇌경색을 앓는다. 그는 무의식 속에서 다시 칼 라거펠트를 만나고 자신의 기억을 지우고 병을 고쳐달라고 한다. 칼 라거펠트는 “그래, 이제야 인간다워졌군.” 하며 부탁을 들어준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가장 어려운 질문이 책의 마지막에 들어와 있다. 이 질문에 대해 꽤 오랫동안 생각했다. 내가 답을 내릴 수 있는 질문인지도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이 소설을 바탕으로 답을 내렸다. 인간은 불완전함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을 느끼고 삶을 갈망하는 존재다.


 학교에서 심심치 않게 많이 듣는 말은 ‘죽고 싶다’다. 친구, 동기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죽지 않는다. 자신의 모자람에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살아간다.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살아간다. 이 소설은 결국 이런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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