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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희 Sep 18. 2020

영화 <사바하> 리뷰

선과 악은 무엇인가

(2019-02-27 작성)

… 스포일러 有 …



 신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는가. 종교가 없는 나는 예전부터 이런 질문을 던졌다. ‘신이 있다면 왜 세상에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신을 섬기는 자들에게도 시련을 내리는가’, ‘왜 끝없이 종교인들의 믿음을 시험하는 걸까’와 같은 궁금증은 아무리 질문해도 풀리지 않았다. 신의 뜻을 알 수 없으니 이 궁금증은 영원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지는 않았는지 최근 이와 비슷한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 <사바하>가 개봉했다.


 #기독교의 눈으로 보는 불교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이나 행동은 착한 것, 착하다는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들은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이런 것을 흔히 이분법적 논리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것이 기독교다. 기독교에서는 천사와 사탄이 등장한다. 또, 성경에 나오는 대로 행동하고 믿는 것이 옳은 것 이자 선한 것이고 성경을 믿지 않고 따르지 않는 것이 악한 것이라고 한다. 즉, 우리는 일반적으로 기독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완전한 선도 없고 완전한 악도 없다고 말한다. <사바하>에서는 이 두 생각이 부딪힌다. 관객들은 영화에서 처음에 불길한 존재로 보여주는 ‘그것’을 악한 존재로 본다. 또 깨달음의 경지에 올라 미륵, 즉 신이 된 김제석을 선한 존재로 본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그것이 뒤집어진다. 인간의 시간을 초월해 영생을 얻은 김제석은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삶에 대한 욕망이 생긴다. 신이 된 김제석이 삶을 갈구하면서 살인이라는 짐승과도 같은 짓을 하게 되고 짐승 취급을 받으며 태어난 그것은 짐승으로 살았지만 끝내 신이 됐다. 신은 곧 선한 존재라는 인식을 완전히 깨부쉈다. 영화에서는 기독교적 시각을 가진 박 목사의 눈으로 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이와 같은 선과 악의 역전을 겪으며 혼란스럽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릴 영화

 이미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상당히 갈리고 있다. 소재는 괜찮은 것 같은데 영화에서 허점이 좀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이렇게 된다고?’ 하는 생각 때문에 영화의 몰입하기 힘들었다. 일단 많은 관객이 말하는 것처럼 쌍둥이 자매를 돌보던 노부부의 행방이 궁금했다. 영화 초반에 쌍둥이 자매와 노부부는 집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사람들처럼 묘사했는데 어느 순간 노부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영화에서는 쌍둥이 자매인 금화와 그것만 계속 비추고 노부부는 증발해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도대체 노부부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무슨 역할을 하고 사라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르겠는 인물은 하나 더 있다. 바로 황 반장이다. 그는 부서진 터널의 잔재에서 한 소녀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그 소녀의 죽음에 관해 수사를 하는 경찰이다. 사실 그 소녀의 죽음이 전체 줄거리에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기 때문에 황 반장도 이 사건을 맡아 풀어나가는 사람으로서 꽤 비중이 있을 거로 짐작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황 반장이라는 인물이 과연 필요하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중요한 정보를 주인공인 박 목사에게 전달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녀의 죽음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고 깊게 파고들지도 않는다. 황 반장이라는 역할이 없었어도 이 이야기는 무난하게 흘러갔을 것 같다.


 #두 번 봐야 한다

 보통 좋은 것은 한 번이 아니고 두 번, 세 번 봐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이 영화는 두 번 정도 봐야 그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가 엄청 불친절하지는 않다. 종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 관련된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도 내용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다. 영화가 재밌었다는 관객들도 ‘영화가 재미는 있는데 말하려는 게 뭐지?’ 하는 반응이 다수 있다. 나도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사바하>와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고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 번 더 봤다. 그래서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아마 아무 도움 없이 영화를 봤다면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나왔을 것 같다. 영화에서 떡밥(영화, 소설, 웹툰 등에서 숨겨져 있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상당히 많이 던져준다. 그에 대한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면 아마 영화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영화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이해하고 싶다면 영화 리뷰를 하는 사람들, 영화를 이미 보고 온 사람들 등의 도움을 받고 영화를 한 번 더 관람하면 좋을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해석하는 데 힘쓴다면 영화 관람 내내 힘들 것이다. 이에 대해 <사바하>의 감독인 장재현 감독은 이번 영화를 단순하다고 이야기했다. 아마 관객들이 영화를 분석하고 해석하기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각자 어떤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게 아닐까 싶다. 영화를 홍보하는 문구에 큰 기대를 걸지 말고 종교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 정도 가지고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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