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벽
학창시절이 끝날때쯤 짜여진 시간표의 종말과 함께 속박의 결계가 풀리고 자유의 시대가 도래하는 줄 알았다.
내맘대로 고르는 듯한 대학의 시간표와 수업을 빼먹어도 큰 죄책감이 없는 나의 시간들은 학점관리와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하는 수 없이 많은 활동들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본능 사이에서 잠시 방황하다 결국 취업이라는 사회의 또 다른 관문을 통과하기위해 나 자신을 깎아내고 베어내며 색을 죽이고 밝은 후광은 희미하게 만든 뒤 수 많은 사람들을 밀쳐내고 '보이지 않는 벽'으로 둘러싸인 좁디 좁은 문을 통과해 겨우 딱딱하고 작은 의자에 앉았다.
정규직/비정규직, 9시 출근, 6시퇴근, 주 40시간 근무, 이석 금지, 업무시간 개인활동 금지, 주별/분기별/반기/연간 계획과 목표달성, 상명하복, 조직질서준수 등
나는 이 모든 것들이 당연한 법이자 사회시민의 질서인 줄 알았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력근무제나 금요일 조기 퇴근제도는 천국의 이야기 인줄 알았다.
세상은 이미 변했고 이제 이런 업무에 대한 변화하는 트렌드는 조금이라도 깨어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곧 이렇게 대답하겠지.
"나만, 우리만 변하면 뭐해? 다른 사람들이, 다른 회사가 변하지 않는데. 90%이상의 회사가 이렇게 일하는데 우리만 어떻게 변해?"라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벽을 인정했고 받아들였다. 변화를 통한 고통의 벽이라는 작은 벽 때문에 평생 자신의 삶을 옥죄는 보이지도 않는 벽에 둘러싸인 작은 방에 갇혀 누군가의 결정에 자신의 1분 1초를 바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 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리스크와 문제들은 머리를 싸매서 해결하면서 왜 변화에 따른 고통은 더 크고 어렵게 생각할까?
회사의 문제나 자신의 미래를 위한 변화나 어차피 똑같이 고통스런 과정을 거쳐야하는 것이라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게 낫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현재 사회의 시스템을 버리고 새로운 삶을 선택하는 건 벽을 허물고 마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다시 죽었다 태어나야하는 문제이며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현재의 시스템이 완벽하며 오히려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신이 완벽하지 않음에 괴로워하며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그리고 또 잠시 생각했다.
'그 순수한 마음과 넘치는 에너지와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방식을 이제 나를 위해 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