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게 05
평일 저녁이든 주말이든 뭐라도 해야, 글 한 줄이라도, 집안일이라도, 무언가 ‘완료 또는 생산’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던 나 같은 사람도 특정 상황이 되어 의욕이 떨어지고 오랜 시간 동안 바라온 꿈에 대한 시도가 계속 좌절되니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
딱히 별다른 원대한 꿈 없이,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들을 소비하거나, 때론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맛있는 음식과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며 또 별 탈이 없을 내일을 꿈꾸는 게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된 거야.
내가 널 잘 알잖아? 아니다. 어쩌면 이것도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우리 가족, 내 친구, 주변 사람이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면 꼭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마구마구 던지게 돼. 참 웃긴건, 도움의 끝은 여전히 ‘힘들어하는 당사자’를 향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은 그 끝이 자신의 욕심이나 조급한 마음에 닿게 되고 결국, 짜증, 포기, 화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야.
하나, 지금 배가 고프거나 뭘 먹고 싶은 게 있어?
둘, 지금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셋, 지금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어?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요인이 있겠지만, 이 마음은 ‘잠’과 비슷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적어도 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잠을 자야 그 다음날 다시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듯이 어쩌면 넌 지금 ‘목표와 이유, 가치와 의미’가 ‘0’에 수렴하는 휴식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
현대인은 ‘목표, 이유, 가치, 의미’에 너무 지쳐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