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게_모든 게 귀찮은, 의욕이 사라진 네 마음에게

dd에게 05

by Rooney Kim


많은 사람들이 꿈이 뭐냐고 물어.


일반화시킬 순 없지만 대부분 그런 경우 질문자는 꿈이 원대하거나 확고한 경우가 많아. 어쩌면 자신의 꿈에 대해 은근히 자랑하면서 또 꿈에 부풀거나, 꿈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꿈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고 자신만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그런 질문을 하곤 하지.


너도 알잖아? 난 원래 꿈이 많은 거. 지금도 그래. 너를 알게 된 지 십수 년도 더 지났지만 처음 내 꿈과 미래에 대한 포부를 고백하며 들뜨던 아이의 마음은 여전히 내 안에 살아있어. 그런데 그 들뜬 녀석도 가끔은 지쳐 골방에 들어가 한동안 얼굴을 못 본 적도 있고 또 한 번은 녀석과 대판 싸워서 나도 다시는 돌아보지 않을 거라 다짐한 적도 있었지.


그땐,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


평일 저녁이든 주말이든 뭐라도 해야, 글 한 줄이라도, 집안일이라도, 무언가 ‘완료 또는 생산’을 해내야 직성이 풀리던 나 같은 사람도 특정 상황이 되어 의욕이 떨어지고 오랜 시간 동안 바라온 꿈에 대한 시도가 계속 좌절되니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더라.



그래, 한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어때. 꿈이 없으면 어떠냐고. 아마 이런 얘기를 들으면 주변의 열성적인 친구들은 또 득달같이 달려들어 꿈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파하겠지 그런데 나도 너처럼 이런 상황에 빠져있는 친구들을 몇몇 만나다 보니 이젠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어.


딱히 별다른 원대한 꿈 없이,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누군가 만들어 놓은 것들을 소비하거나, 때론 아예 아무것도 안 하고 그저 맛있는 음식과 평화로운 저녁을 맞이하며 또 별 탈이 없을 내일을 꿈꾸는 게 누군가의 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된 거야.


맞아. 이것도 꿈이 될 수 있지. 꿈이란 게 항상 거창하기만 할 필요는 없는데 우린 항상 그런 걸 기대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도 있어.


뭐, 눈치챘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제부터야.


꿈이 평안한 삶을 조용하게 지내는 것과 의욕이 사라진 건 다른 얘기거든. 만약, 네 꿈이 평화 그 자체라면 그건 아무래도 좋아. 내 꿈의 일부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그런 이야기조차 하기 싫다면 그건 나도 좀 신경 쓰여.


내가 널 잘 알잖아? 아니다. 어쩌면 이것도 나 혼자만의 착각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사람이란 게 참, 우리 가족, 내 친구, 주변 사람이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되면 꼭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이것저것 마구마구 던지게 돼. 참 웃긴건, 도움의 끝은 여전히 ‘힘들어하는 당사자’를 향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 거의 대부분은 그 끝이 자신의 욕심이나 조급한 마음에 닿게 되고 결국, 짜증, 포기, 화로 이어진다는 게 문제야.


그런 결말을 보자면, 당사자는 더더욱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그저 모두가 자길 내버려 두길 바라지. 지금 너처럼 말이야.



그래서 이번에는 나도 그런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좀 오랫동안 숙고했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아이에게 괜히 또 나서서 귀찮게 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거든. 네가 내 편지조차 보기 싫어지게 된다면 그건 정말 큰 일이잖아. 나도 그건 원치 않고 말이야.


아무튼 그럼에도 내가 너에 대해 어느 정도 경험과 정보가 있으니 이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좀 일러주고 싶어서 이렇게 또 노트북을 열었어.


자, 이제 너를 위한 나의 솔루션을 알려줄게.


하나, 지금 배가 고프거나 뭘 먹고 싶은 게 있어?
둘, 지금 어디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셋, 지금 뭔가 갖고 싶은 게 있어?


이걸로 끝!


만약, 위 질문에 하나라도 ‘응’이라고 대답했다면 내가 곧 만나러 갈 테니 기다려.

만약, 위 질문 모두 ‘아니’라고 대답했다면 아직 너 혼자만의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테니 다음 주 주말에나 다시 연락할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요인이 있겠지만, 이 마음은 ‘잠’과 비슷해. 열심히 하루를 보내고 나면 적어도 수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방해도 없이 잠을 자야 그 다음날 다시 새로운 의욕을 가지고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듯이 어쩌면 넌 지금 ‘목표와 이유, 가치와 의미’가 ‘0’에 수렴하는 휴식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


현대인은 ‘목표, 이유, 가치, 의미’에 너무 지쳐있잖아.



사람마다 의욕과 체력이 유지되고 방전되고 다시 충전되는 시간이 다르듯,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뭐라도 하고 싶을 때’까지 충전 중인 셈이지.


응? 그런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 상태가 아주 오래되었다고? 휴대폰도 완충되기 전에 자꾸 뽑아서 쓰고 다시 꽂다 보면 완충되는데 오래 걸리는 거 알지. 그런데 사람은 오죽하겠어. 그럼 정말 이걸로 이제 끝. 쉬어.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ko/s/%EC%82%AC%EC%A7%84/c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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