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게_유난히 외로움을 타는 네 마음에게

dd에게 04

by Rooney Kim


외롭지. 사람은 누구나 외로움을 느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길 홀로 태어나 홀로 가는데 외롭지 않겠어? 그나마 다행인건 그 외로움이 너 혼자만 느끼는 감정은 아니란 점이야.


옆에 누군가가 있어 함께 TV도 보고 밥을 먹어도 그 사람의 마음이 다른데 정신이 팔려있다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껴. 한 무리에 속에 하하 호호 어울리다가도 나의 취향이 다수의 선택과 어긋나면 또 외로움을 느껴.


나 혼자만의 선택, 나 혼자만의 생각, 나 혼자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껴. 생각해 봐. 오죽하면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이 나왔겠어. 어쩌면 인생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야!’라는 선언과 함께 청소년기의 사춘기, 입시 그리고 졸업 이후의 취업 시기, 직장 및 사회에서의 3년, 7년, 10년 차마다 느끼는 ‘세상과 나 사이에 켜켜이 쌓인 절리’를 발견하고 이해하며 지독한 고독을 느끼다, 결국, ‘내가 세상의 주인공은 아니었구나’를 깨닫는 길고 긴 여정인 것 같아.


따라서, 네가 십수 년 전에 첫 외로움을 느꼈을 때부터 이후 간헐적으로 잊을만하면 찾아와 널 어둠의 절편으로 그득한 고독의 떡방에 밀어 넣고 외로움의 절구가 널 강타할 때마다 넌 삶의 대지에 깊게 자리 잡은 절리를 발견하고 지나는 중인 거야.



음, 이번이 몇 번째였지. 이만하면 익숙할 때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함부로 타인의 감정을 판단했다간 더 깊은 외로움의 수렁에 빠트릴 수 도 있으니 나 역시 함부로 판단하고 내뱉지 않을게.


사람들이 조금만 네 말에 귀 기울여주고, 네 선택을 이해해 주고, 너와 진심으로 어울려준다면 세상에 외로움이라는 말은 없겠지. 하지만 그게 네 맘대로 되지 않잖아. 외로움이 닥치면 어떻게든 이겨내야 하고 어떻게든 탈출해야 또 건강한 일상을 찾을 수 있을 테니까.


나도 외로움을 느껴 본 적 많아. 항상 주변에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이것저것 바쁘게 살고, 밝은 면만 보다 보면 외로움을 느낄 틈이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참 무서운 게, 외로움은 불쑥 갑자기 찾아오더라.


스무 살 때였나. 겨울 방학쯤이었던 것 같아. 형은 군대에 있었고 아빠는 이혼 후 지방에서 일하시고 엄마는 우리랑 같이 살았는데. 그때 내가 학교에 혼자 있었거든. 그쯤이 또 내 생일이었던 것 같아. 생일이 항상 겨울 방학 중 공휴일이다 보니 친구들과 생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어. 그래도 별로 슬프거나 외로운 적은 없었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거지.


‘오랫동안 네 가족으로 살던 우리 가족이 이제 뿔뿔이 흩어져버렸네.’


집에 들어가면 엄마가 계셨지만, 아빠도, 형도 다른 지역에 있고 어쩌면 이제는 평생 예전처럼 온 가족이 모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 나면서 강렬한 외로움이 밀려오더라. 그때도 부모님이 이혼하신 지 이미 6년이 다 됐을 땐데 모르겠어. 나도 그런 감정은 처음이었던 터라 그럴 땐 뭘 해야 할지, 어쩔 줄 몰랐지.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을까?


그냥 바로 아빠한테 전화했어. 아무렇게 않게 일상적으로 덤덤하게 대답하시는 아빠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의 들썩임이 거짓말처럼 가라앉더라. 그리고 곧장 집으로 들어갔어. 엄마가 저녁을 차려주셨고 여느 때와 같은 평화로운 방학 저녁이었어. 형은 군대에 잘 있었고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지.


불과 한 시간 전, 밖에서 급하게 몰아친 마음속 외로움의 광풍은 나의 착각일까. 아니면 아빠의 일상적인 목소리와 엄마와의 평범한 저녁이 나를 수렁에서 건져내 준 것일까.



이후에도 비슷한 외로움의 바람이 불어 닥친 적이 있어. 소소하게는 사람들과 나의 생각이 달라 내 의견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 때, 글을 썼는데 조회 수 가 ‘1’ 일 때, 오랫동안 살던 가족을 떠나 이제는 정말 온 가족이 따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별 일도 아니고, 어쩌면 이혼 가정의 자녀로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동안 찾아온 크고 작은 외로움의 조각들이, 지나고 보니 이해가 되는 거야.


그런데 그런 외로움들은 ‘내가 아빠에게 전화를 해’ 현실을 자각한 것처럼, 변화를 향한 사소한 행위가 나를 건져줄 때가 많더라.


그렇다고 네 외로움이, 괴로움이 별게 아니라거나 쉽게 이겨낼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은 아니야. 확실한 건 넌 언젠가는 그 외로움을 이겨낼 것이고 그때 깨달을 거라는 거지.


‘끝이 없을 것 같은 외로움도 어쩌면 너의 한 걸음에, 주변의 한마디에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 도 있다는 걸.’


깊고 깊은 외로움의 절리에 갇혀 세상에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초라함도 한 꺼풀 뜨고 나면 벗겨질 다음 단계로의 허물과도 같다는 걸.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ko/s/%EC%82%AC%EC%A7%84/lon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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