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게_우울함으로 일상이 멈춘 네 마음에게

dd에게 03

by Rooney Kim


먼저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이 안되니 괜찮아질 거라거나, 기운을 내라거나, 밖으로 나가보라는 말도 함부로 쉽게 꺼내지 못하겠어. 그게 우울증이라면 더 힘든 일이겠지만, 그저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너 자신 또한 굉장히 무기력해졌을 수 있으니 어줍잖은 충고로 널 더 불편하게 만들고 싶진 않아.


난 일상이 무기력해진다는 게 뭔지 잘 모르고 살아왔어. 게다가 그 무기력함이 가족, 친구, 사회 등 타인으로부터든, 나로 인해서든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지 몇 년이 되지 않았지. 어쩌면 이번 편지는 네가 겪고 있을지도 모를 아픔에 대해 조심스럽게나마 공감해 볼 수 있는 나의 무기력한 기억에 대한 고백일지도 몰라.


평일에야 회사를 나가고 일을 하며 자의와 타의에 의해 일궈진 바쁜 일상을 살아내기에도 바빴으니 그게 뭔지 잘 몰랐어. 그리고 난 주말에도 바빴거든. 주말의 시작과 동시에 보통 이런저런 집안일을 다해야 하는 루틴이 있었고 이후에는 연재하거나 밀린 글을 쓰고 발행하느라 바빴고 또 워낙 하고 싶은 것들이 많던 시절에는 그런 것들을 모두 시도하고 모임을 나가고 스터디를 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다니느라 무기력에 앞서 피곤이 먼저 날 덮쳤으니 어쩌면 그럴 틈이 없었지.



하지만 나도 실망과 아쉬움으로 인한 단기적인 우울감이 찾아올 때가 있었어. 물론, 일시적이었지. 그래서 그런 감정은 하루 혹은 며칠 내로 사라지긴 해. 그런데 그런 감정의 무서움은 의욕과 희망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녹여 버리고 그 빈 공간을 허무와 공포, 두려움과 포기로 채운다는 거야.


이런 감정이 깃든 날은 당연히 일상의 모든 루틴과 해야 할 과제는 모두 중단되고 온몸의 에너지가 모두 빠져나가버린 채 그토록 좋아하던 것도 하기 싫어지거나 혹은 해야 할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지지도 않더라. 햇살을 맞는다거나 산책을 한다거나 쇼핑몰의 재치 있는 물건들과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하며 에너지를 채우는 것을 좋아하던 마음도 그 순간만큼은 아무런 의욕도 없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더라.


그러다 이런 생각이 퍼뜩 들었어. '무기력함이 누적되면 그 누구도 무시 못할 무서운 질병이 될 수 도 있겠다..’


이건 내게 일시적인 현상이겠지만 이런 우울한 날들이 지속되고 습관이 되어 내 일상을 갉아먹어버리면 언젠가는 나 자신도 나를 못 알아볼 만큼 낯설게 변해 나 조차도 내 민낯을 볼 자신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야.


다시 말하지만, 내게 이런 날은 단기적인 현상이었고 이 때문에 내 삶의 오랜 패턴이 변한 적은 없지만, 혹시나 나 역시 이런 단기적인 우울감과 무기력감으로 인해 내가 쌓아온 세상이 무너질까 봐 두려웠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


때문에, 네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고통 속에 있다는 것, 그걸 내가 아주 손톱만큼은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고통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상처를 치유해줄 전문가도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거기서 벗어나게해 줄 수 있는 의학적인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야.


그래서 내가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이 편지를 읽고 조금이라도 빨리 그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저 짧은 메시지라도 하나 보내줘. 굳이 내가 아니라도 좋아. 네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면 진심을 한 번 전해봐. 혹시 그마저도 싫고 힘들다면 네가 이 편지를 읽었다는 표시만으로도 주말 전에 한 번 달려가볼게.


우울할 땐 그 누구도 보기 싫고 아무런 도움도 필요 없게 느껴진다잖아?



그 상태에 이르기 전에 만나자. 우울한 얘기는 하지 않아도 돼. 그냥 기분 전환으로 커피나 마시고 공원이나 걷고 계절의 변화를 즐기고 사람 구경이나 하자. 끝없을 것 같은 우울과 불안과 무기력과 좌절에도 불구하고 널 생각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거든. 너는 생각보다 훨씬 강한 녀석이지만 또 예상외로 나약해 주변의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이기도 하니까. 이럴 땐 그냥 아이처럼 조금은 칭얼거려도 좋아.


나는 봄볕에 몸을 녹이며 방긋 웃던 너도, 한 여름 뙤약볕을 선글라스로 맞서며 당당하던 너도, 단풍 가을이 붉게 물든 풍경에 말없이 녹아든 너도, 한 겨울 패딩으로 똘똘 무장한 채 칼바람을 즐기던 너도 모두 좋았어.


아무래도 넌 지금 얼굴을 마주해야 겨우 토해낼 수 있는 상한 감정으로 마음 깊이 온통 탈이 나 있겠지. 그토록 쾌활하고 명랑하던 너를 우울의 늪에 던져 놓은 녀석이 누군지 몰라도 아주 혼을 내줄 테니 조금만 기다려. 네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아.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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