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에게 03
하지만 나도 실망과 아쉬움으로 인한 단기적인 우울감이 찾아올 때가 있었어. 물론, 일시적이었지. 그래서 그런 감정은 하루 혹은 며칠 내로 사라지긴 해. 그런데 그런 감정의 무서움은 의욕과 희망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녹여 버리고 그 빈 공간을 허무와 공포, 두려움과 포기로 채운다는 거야.
때문에, 네가 지금 얼마나 힘들고 괴로울지는 함부로 판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고통 속에 있다는 것, 그걸 내가 아주 손톱만큼은 이해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고통에는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상처를 치유해줄 전문가도 그리고 하루라도 빨리 거기서 벗어나게해 줄 수 있는 의학적인 방법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야.
나는 봄볕에 몸을 녹이며 방긋 웃던 너도, 한 여름 뙤약볕을 선글라스로 맞서며 당당하던 너도, 단풍 가을이 붉게 물든 풍경에 말없이 녹아든 너도, 한 겨울 패딩으로 똘똘 무장한 채 칼바람을 즐기던 너도 모두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