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역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인류가 먹을 것, 입을 것, 살 곳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이 없어진 건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각 국가나 지역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시점은 대략 100년 내외로 보면 될 듯하다. 요즘 여기저기서 자주 언급되는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의 삶의 질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인류가 수렵/채집을 하던 시대부터, 씨앗이 발아하여 곡물과 과일들이 열리는 것을 발견하고 시작된 농사, 그리고 농작물 및 여러 동식물을 더 오래, 더 신선하게 보관하는 보관방법의 발전을 거쳐 기계혁명, 전기의 발견 및 사용, 트렌지스터의 발명, 전자제품의 발명으로 냉장/냉동 기술의 발전 거기에 화학물질의 활용법 까지 더해 인류는 수 십년 뒤까지도 상하지 않는 음식물을 만들어냈고 보관방법까지 개발해냈다. 따라서, 현대를 살고 있는 인류의 대부분은 농사와 경작에 대한 지식은 물론 경험도 없으며 냉장고가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힘들 정도의 대기술 의존도는 높아졌다.
혹시, 전기가 없는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만약, 전기가 없어지거나 전기를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우리의 삶은 다시 농업, 임업, 어업중심의 1차 산업으로 회귀하게 된다. 즉, 농사 기술, 산림 기술, 그리고 낚시하는 기술이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기술의 문제이며 이런 시대에서는 농사를 짓거나, 산에서 재배를 하거나 하는 등의 기술이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며 삶을 이어나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런 시대에서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일까?
바로, 자연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자연재해인데 폭우/폭설, 홍수, 산사태, 가뭄, 태풍, 해일 등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예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평시에 극복가능한 문제들이라 삶을 유지하는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럼 다시 전기를 사용하는 시대의 우리 삶을 바라보자.
자연재해는 여전히 무섭지만 인류의 산업이나 삶을 뿌리채 뽑을 정도는 아니다. 자연재해에 의해 근간이 흔들리는 산업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 시대에 인류 개개인의 삶을 지배하는 근간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기업이다. 기업은 여러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생겨났지만 역설적으로 개인들의 삶과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산업이라는 틀의 개념을 보면 산업이 기업을 이끄는 게 아닌 기업이 산업을 유지하며 사람들을 고용한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어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이 연결되는 시대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은 기업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으며 어떤 산업의 비즈니스를 하는 것과 관계없이 기업들이 개개인들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돈'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즉, 과거 농경중심의 사회의 근간과 위협이 '자연'이었다면 현대(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사회의 근간과 위협은 '기업'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앞서 두 포스팅에서 말한 바와 같이 점점 변화의 시점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10여 년도 전에 붐업이 되어 이제는 대표적인 일자리의 형태가 된 '프리랜서'가 말하자면 '해답'이다. 'Freelancer'라는 말은 다들 알다시피 중세시대의 자유로운 창기병을 뜻한다. 돈을 주면 어디든 가서 싸우는 용병들이 예전의 프리랜서였다면 현대에서는 한 곳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그런데 프리랜서라는 단어에는 두가지 이미지가 항상 혼재한다.
'하나, 자유롭게 일하고 얽매이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둘, 따라서, 불안하고, 삶이 불안정하다.' 게다가 프리랜서가 하는 일은 대부분 IT개발 또는 디자인 등 Art work작업이라는 인식도 강하다. 물론, 여기에는 찬성하는 이도 있고 반대하는 이도 있겠지만 프리랜서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대기업 재직중'이나 '잘 나가는 가게 사장'이라는 단어만큼 책임감이 느껴지는 단어가 아니라는데는 어느 정도 동의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프리랜서 보다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나 '1인 기업'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들이 하는 업무의 범위 역시 다양해졌다.
사실, 나는 위의 모든 비즈니스 행위를 '창업'으로 부르고 싶고, 창업의 형태로 풀어나가고 싶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도 그러한 일들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처리하는 모든 게 새로운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잠깐, 한국에서의 창업의 개념을 살펴보자.
한국에서는 창업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 '가게'를 오픈한다고 받아들이며 이는 '프렌차이즈'를 한다는 개념으로 인식이 된다. 그래서 '창업=프렌차이즈 오픈'이라는 이상한 공식마저 생겼다. 창업박람회를 가면 프렌차이즈 기업이 대부분인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더 재밌는건 한국에서의 '프렌차이즈 사업'의 개념 역시 외식 프렌차이즈 산업이 굉장히 발달한 미국과는 좀 개념이 다르다보니 '프렌차이즈'는 돈만 투자하면 저절로 장사가 될 것이라는 인식과 은퇴 후, 자신의 전재산을 털어서하는 은퇴 비즈니스라는 공식마저 만들어져있다.(요즘은 점점 그 세대가 젊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따라서, 창업은 프렌차이즈 운영이고 사업은 자신의 전재산을 몽땅 털어서 목숨을 걸고(아, 물론 모든 사업은 목숨을 걸 만큼 대단한 각오와 뚝심은 필요하다.)해야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 이는 대단히 잘못된 오해이며, 한국 정부와 기성세대의 역할의 문제이고, 또 기업이 우리를 이렇게 길들인 문제이다. 즉, 현 시대의 일자리와 직업관 그리고 시장에서의 직업들의 문제는 개개인의 노력, 의지의 문제 보다는 지금까지 쌓여온 모든 제도, 악습, 관행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은 공부, 취업, 창업 등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배경이 잘못되었다고 주인공(자신)까지 포기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다시 창업의 개념으로 돌아와보자. 그렇다면 '창업'은 무엇일까? 단어를 그대로 풀자면 창업은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고용하여 그게 무엇이 되었든 그 장소가 어디든 일을 시작하면 '창업'을 한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프리랜서들과 1인 기업들은 이미 창업을 한 것이며 앞으로 쏟아져 나올 더 많은 일거리를 어떻게 나누어 가지는가가 창업주들간의 경쟁이며 함께사는 구조가 될 것이다.
그럼 이제 개인은 어떻게 살아남아야할까?
기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분명히 물질적인 규모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규모가 작고 의사결정 및 혁신이 빠른 스타트업들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전통적인 공룡기업들이 스타트업 따라 잡기 혹은 M&A를 통해 혁신을 추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혹자는 그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우버, 에어비엔비, 위워크 처럼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공룡이 된 기업들을 보면서 결국 스타트업들도 유니콘의 과정을 거쳐 대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라고 묻겠지만 결국 그건 기업문화의 문제로 풀면 이야기가 쉬워질 것이다. 스타트업이 성공하여 대기업이 되는 건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논리다. 누구나 많은 돈을 벌고 싶고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며 돈(사람의 심리), 즉 자본은 더 많은 자본을 안겨줄 곳으로 모이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여전히 살아있고 이젠 개인 미디어를 지향하는 기업으로서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스타트업의 문화와 빠른 변화, 실험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규모의 문제가 아닌 철학과 문화의 문제이며 규모때문에 의사결정이 느려지거나 개선의지, 발전/개발의 의지가 없으면 결국 페이스북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또 다른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대체 할 것이다.
그럼 또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1인 미디어를 지향하는 SNS성 비즈니스에서는 페이스북 만큼 큰 회사가 될 수없나요?' 그럼 난 2가지 대답을 해주고 싶다. 하나, 다른 분야들에서는 아직 페이스북만큼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 둘, 그래도 1인 미디어/SNS 비즈니스를 원한다면 시작하라, 그리고 그 안에서 차별화를 고민하라. 이건 스타트업의 개별적인 숙제이다. 그건 투자자도 주커버그도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식이 제안하는 '창업'에서 개인이 기술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운 시대의 일자리(일자리라는 말도 바뀌어야 할듯하다.)로는 창업을 제안하는데 창업에는 업무 자체의 기술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사업으로 옮기는 '구체화 기술'이 사람들이 인식하는 IT/공학적인 기술 만큼 중요해질 것이며 사실,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인성'이 될 것이다.
이는 창업자의 인성이 그 회사의 철학이되고 산업에 영향을 끼치는 문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성이 중요한 더 큰 이유는 미래의 산업 구조는 협력을 통한 경쟁이 되어야하는데 창업자의 인성이 건전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미래산업구조에서 살아남기 어렵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