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화 괴인 산비초 4

by Rooney Kim


"저쪽이다! 놈이 저쪽으로 달아났다!"


산 위쪽에서 갑사들이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정만과 천검 그리고 근중은 수하들 수십을 이끌고 놈을 쫓았다.


'이번에 끝내야 한다. 이번에 하지 못하면 더 힘들어질 게야.'


정만은 이제 일격에 녀석을 끝장내야 했다. 이는 수하들의 목숨에 대한 복수는 물론이고 어쩌면 한양에까지 삽시간에 퍼지고 있는 아편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몰랐다.


"저쪽이다! 쏴라! 모두 활을 쏴!"


천검의 명령에 수십 발의 화살이 한 곳을 향했다. 하지만 곧 천검이 달려가 확인한 곳에는 사람 모양을 한 허수아비만 놓여있을 뿐이었다.


'이 자식.. 잡기에도 능하구나.'


"이런 놈은 내가 잘 알지. 전국 팔도의 미친놈이라는 미친놈은 내가 다 상대해 봤잖냐."


"그렇지."


"내게 맡겨라. 내가 가서 궁지로 몰아넣을 테니 그때 쏟아부어."


"알겠어."


근중은 물포와 네댓 명을 데리고 곧장 다시 산 아래로 내려가 녀석이 기거하던 낡아빠진 집으로 돌아갔다.


"물포야, 넌 애들을 데리고 집 입구로 가라. 난 부엌 뒷문으로 가겠다."


"네, 형님."


'탁-'


'쾅- 우당탕'


근중이 기운이 가득 실린 발로 부엌문을 차버리자 문은 박살이 나면서 부엌 안으로 튀어 날아갔다.


'이 자식, 여기에 굴을 하나 파 두었구만.'


근중이 부엌 안에 있는 작은 굴 안을 들여다보는 순간이었다.


'퍼어억-'


'콰아앙-'


근중은 생애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강력한 발차기에 옆구리를 맞고는 부엌 정문을 뚫고 날아가버렸다.


'쿠당탕.'


"으으윽."


"혀.. 형님!"


곧 물포가 달려왔다. 물포는 근중을 부축해 세운 후 부엌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어딜 감히 우리 형님을.."


'투닥. 탁탁. 퍼억, 퍼어억-'


부엌 안에서 몇 번의 경합이 오가는가 싶더니 곧 누군가 밖으로 튀어 날아왔다.


'쿠당탕-'


"으아악, 크흑."


삽시간에 근중과 물포가 녀석에게 당해 마당에 널브러졌다. 물포야 그렇다 쳐도 근중이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한 건 처음이었다.


"나와라. 정정당당하게 붙자."


그러자 부엌 안에서 게걸스럽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깔깔깔깔깔. 한양의 정예군이라도 날 잡으러 왔나 했더니 산적 조무래기들이었네. 낄낄낄."


그러자 물포가 바짝 약이 올라서 소리쳤다.


"조무래기라니! 전국구 검계도 제압하신 분이 우리 근중 형님이시다. 네 놈이 기습을 해서 그렇지 네깟놈에게 당할 분은 아니라고. 당장 나와봐. 어디 바짝 쫄아서 못 나오냐?"


"깔깔깔깔깔."


그러자 부엌에서는 기괴한 웃음소리만 들려왔다. 어느새 근중과 물포 그리고 부하들은 대형을 갖추었다.


"그래? 어디 내 속도나 감당하겠어?"


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엌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근중과 물포 앞에 있던 부하들의 목을 순식간에 베었다.


'휙- 휙-'


"크아악-"


부하 둘은 고통에 찬 얼굴로 목에 손을 갖다 대었지만 곧네 철철 넘치는 피를 뿜으며 마당에 쓰러져버렸다.


"이.. 이 새끼가..!"


"다음은 네 놈들이다. 자, 간다."


'휙- 휙-'


근중과 물포는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피해 양옆으로 찢어졌다. 녀석은 단단하게 엮은 동아줄에 예리하고 날카로운 칼을 묶어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있었다.


'휘리릭-'


'촤아악-'


날카로운 칼날이 바람보다 빠른 속도로 근중에게 날아왔다.


'지금이다.'


근중은 칼날이 얼굴에 닿기 직전에 고개를 돌려 피한 후 몸을 돌리는 동시에 단칼을 꺼내 동아줄을 잘라버렸다.


'투둑-'


'탁-'


두 번째 칼날은 물포에게 날아갔다. 물포는 아예 칼날을 피한 후 동아줄을 잡아버렸다. 힘이 대단한 장사인 물포는 줄을 잡아끌어 부엌 안에 있는 녀석 을 바깥으로 끌어낼 심산이었다.


'끄아악!'


물포의 힘에 누군가가 딸려 나오려다 말고 뚝하고 멈추었다.


'어, 이.. 이 새끼가 버, 버티네..?'


"물포야, 조심해라!"


순간 동아줄의 팽팽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며 물포가 뒤로 나자빠졌고 부엌 안에 있던 누군가가 드디어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캬하하. 다 죽여주겠다!"


'휘이익-'


"으아앗!"


부엌 안에 있던 놈은 튀어나오자마자 삼척도 넘는 칼을 물포쪽으로 내리쳤다.


'크앗-'


'휙-'


물포는 간발의 차로 칼날을 피했는데 칼날이 내리 꽂힌 자리에는 어른 팔뚝만 한 너비의 구덩이가 패일 정도로 녀석의 공격은 강력했다.


'휙-'


하지만 녀석은 빨랐다. 칼날은 곧바로 물포를 쫓아가 물포의 팔과 등을 살짝 베었다.


"크악-"


'저 괴물 같은 새끼가..!'


근중은 멀리서 이를 보자마자 단칼을 들고 녀석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칼로 목을 노리는 척을 하며 달려왔다가 녀석의 눈앞에서 오른발에 무게 중심을 두고 허리축을 둘려 왼팔에 힘을 잔뜩 실어 녀석의 복부를 강타했다.


'퍼어억-'


'들어갔다.'


근중은 이후 칼로 녀석의 옆구리를 찌르고 뺀 후 목에 칼날을 갖다 댔다.


"네 놈은 누구냐. 어차피 이제 죽은 목숨이다."


하지만 녀석은 태연했다. 옆구리에서도 피가 콸콸 넘칠 만도 한데 별로 묻어 나오지도 않았다.


"히히히. 겨우, 이 정도냐? 척결패의 수장이라는 자의 무력이 이 정도인데 검계도 잡고 전국의 산적들을 통일한 거야? 낄낄낄."


"뭐야?"


"이거, 나도 환장사 말고 산적이나 해볼까? 네놈을 잡으면 내가 이제 수장 아니냐? 크히히히히."


'휘익-'


근중은 당장 녀석의 목을 베었다. 순식간에 피가 터져 나왔고 고통에 찬 듯 뒤로 서너 걸음 물러났다. 이제 상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끼히히히히- 자, 잔치를 벌여보자!"


그런데 녀석이 목에서 내뿜는 피를 손가락으로 틀어막더니 곧바로 근중에게 달려가는 게 아닌가. 이런 기가 막힌 상황이 처음이라 당황한 근중은 뒷걸음질을 쳤다.


‘왜.. 안 쓰러지..”


'퍼어억-'


"우우욱. 으읍..!"


녀석은 온몸 피 칠갑을 한 채 왼 주먹으로 근중의 복부를 강타했다. 숱하게 많은 장사들의 주먹을 맞아본 근중이었지만 이렇게 강력한 주먹은 처음이었다.


'이.. 인간이 아닌가.. 도, 도깨비가 아니면.. 괴, 괴물..?'


"크히히히히. 내가 누구냐고 물었지? 산비초다. 이제 한양은 물론, 전국 팔도에 알려질 이름이지. 기억해라. 낄낄낄."


하지만 이렇게 당할 근중이 아니었다. 복부를 맞아 몸을 숙였던 근중은 오른발에 힘을 실어 곧바로 튀어나가며 오른 주먹을 산비초의 얼굴에 날렸다.


'퍼어억-'


산비초의 얼굴에 근중의 주먹이 적중하자마자 목이 있던 피가 사방으로 터져나가며 뒤로 쓰러졌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산비초는 괴로워하지 않았다.


근중은 산비초가 넘어지자마자 녀석의 몸에 올라타 양 주먹으로 산비초의 얼굴을 번갈아 강타했다.


'퍼벅. 퍽퍽. 퍽퍽. 퍼버버버벅!'


그렇게 근중에게 한참을 얻어터진 산비초는 어느새 조용히 쓰러져있었다.


"형님.. 크흑. 역시, 형님이십니다. 역시 형님이 저 괴물을 잡았.. 어..?"


근중이 일어나서 숨을 고르자마자 그 뒤로 산비초가 멀쩡한 얼굴이 되어 조용히 일어나더니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닌가.


"다 했냐?"


"뭐.. 뭐라..?"


온몸이 피로 물든 산비초는 삽시간에 근중에게 달려오더니 순식간에 몇 타를 쳤을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주먹을 날렸다.


'퍼버버버버버버벅-'


"으으윽.."


근중은 이를 막아보려 했지만 산비초의 주먹과 발이 워낙 빨라 대부분 막을 수가 없었다.


"이야압!"


이에 등과 팔이 베여 피가 철철 흐르는 물포가 산비초의 뒤로 달려들어 뒤에서 녀석을 꽉 안으며 제압하려 했다.


하지만 산비초는 물포의 가랑이 사이로 오른 다리를 집어넣어 마치 전갈처럼 다리를 뒤로 말아 올려 가뜩이나 벌어진 상처로 고통스러운 물포의 등을 강타했다.


'퍼어억!'


"으아악..!"


물포는 입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지고 말았고 산비초는 자신의 눈앞에 쓰러진 근중과 물포를 한심하게 쳐다보았다.


"진짜 별 것 아니.."


'휘휘휙-'


순간 어둠 속에서 여러 발의 화살이 날아왔다.


'파박, 팍팍-'


"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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