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화 복병전 1

by Rooney Kim


그중 몇 발이 산비초에게 꽂혔다. 그 화살은 화살촉에 서너 개의 갈고리가 달린 화살로 호랑이를 잡아 끌어낼 때 쓰는 것이었다.


"잡아 끌어내라. 보통 놈이 아니다."


‘휘휘휙-‘


곧 온몸에 열개도 넘는 갈고리 화살이 꽂힌 산비초는 예상치 못한 공격에 고통의 신음을 뱉으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히익. 이 새끼들이.. 크큭.’


근중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산비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릎을 꿇은 산비초는 고통스러운 척하더니 입은 실룩거리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지, 진짜 미친놈이야..'


근중은 생애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오싹함을 느꼈다. 전국 팔도의 강자와 미친 자를 다 겪어봤지만 이런 부류는 처음이었다.


"땡겨라..!"


"영차, 영차!"


열도 넘는 장정들이 산비초에게 박힌 화살의 줄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산비초는 온몸에 힘을 준 채로 버티더니 두 손으로 열개도 넘는 줄들을 모아 오히려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게 아닌가.


"이야아아아아아압!"


산비초가 우렁찬 기합과 함께 잡은 줄을 휙 하고 끌어당기자 산속 곳곳에서 숨어 있던 착호갑사들이 모두 튕기듯이 끌려 나오며 산비초 앞으로 날아갔다.


'퍼퍽. 퍼퍼퍽-'


이윽고 산비초는 열도 넘는 장정을 주먹 한방에 갑사 하나씩 때려눕혔다.


도저히 다른 방도가 없다고 느낀 천검이 쌍단검을 든 채 달려와서는 산비초에게 달려들었다.


'휙- 휙-'


천검은 여전히 온몸에 갈고리 화살이 열개도 넘게 박힌 산비초의 가슴에 두 개의 칼날을 박았다.


"오늘 완전히 숨통을 끊어주마!"


'푹. 푸우욱.-'


산비초는 마침내 피를 토하고는 쓰러졌다. 그 어떤 호랑이를 잡을 때보다 어려웠고 인명 피해도 컸기에 천검은 녀석이 쓰러진 뒤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 중얼중얼."


"응..? 뭐라는 거야."


천검은 여전히 두 단도를 든 채 산비초를 바라보며 녀석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악귀극락 벌악신장 변화풍백 사자신장 지부총병 사자신장.. 중얼중얼."


"뭐야.. 주문 같은데?"


"동방에 청제신장 남방에 적제신장.."


천검은 녀석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제대로 듣기 위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아.. 안돼. 가지 마.."


멀리서 바닥에 쓰러진 근중이 겨우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뭔데 그래..?"


"녀석이, 크흑.. 뭔가를 부르는 것 같아.."


"팍! 파아앗!"


근중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산비초가 바닥에서 오척도 넘게 위로 솟아올라 튀어 오르더니 다시 제자리에 섰다. 그리고 제 손으로 모든 화살을 뽑아내고는 바닥에 무심하게 내팽개쳤다.


"죽어라! 이 괴물 같은 노오옴!"


보다 못한 정만이 장도를 들고 달려와서는 산비초의 몸을 향해 길게 칼을 휘둘렀다.


'휘이익. 휙-'


하지만 산비초는 살짝 몸을 뒤로 움직여 이를 피할 뿐이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정만은 단조로운 공격 뒤 왼손으로 뒷허리춤에서 재빨라 단도를 꺼내 산비초의 목을 찌르려 했다.


"푸욱"


"됐.. 어?"


하지만 산비초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날카로운 칼날을 잡아버리더니 오른발로 정만의 가슴팍을 걷어차버렸다.


'퍼억-'


"우웁-"


그러자 천검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소리쳤다.


"미친 괴물 같은 새끼..! 뭐 하냐? 모두 달려들어라."


이윽고 사방에서 겁에 질린 채 머뭇거리던 갑사들 수십이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와아아아아-!"


'후우으으읍-'


산비초는 그저 이를 쳐다보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더니 곧 이를 크게 내뱉었다.


"크와아아아아아-"


"으아악."


"아악!"


그러자 산비초 근처까지 달려오던 갑사들이 녀석의 사자후에 귀를 틀어막으며 바닥에 널브러지며 쓰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갑사들이 산비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산비초는 다시 한번 씩 하고 웃어 보이더니 뒤쪽의 숲을 향해 소리쳤다.


"나와서 먹어 치워라!"


'응..? 먹어치우라니.'


'투둑. 투둑.'


'쑤욱. 쑤우욱.'


산비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산비초 뒤쪽 땅 여기저기에서 수십 개의 손이 솟아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그것들은 착호갑사들이 미처 조치를 하기도 전에 땅에서 기어 나왔다. 수를 세어보니 이미 수십을 넘어 백에 가까웠다.


"마.. 마인들이다. 괴물들이야. 식인을 하는 괴물..!"


갑사 중 누군가 소리치자 주변의 갑사들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겁먹지 마라. 우리는 착호갑사들이다. 활을 쏘고 창으로 제압해라!"


천검이 호령하자 겁에 질려있던 갑사들은 다시 각자의 무기를 손에 꼭 쥐었다.


"병팔아, 진둘아, 말봉아, 우리가 누구냐. 끝까지 싸워라."


"네, 형님!"


천검의 명에 병팔과 진둘, 말봉이가 각자 수하들을 이끌고 마인들 쪽으로 달려갔다.


"이야아아아! 다 죽여주겠다."


'휙휙-'


'쑤욱-'


'팍-'


아직 땅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마인들은 갑사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에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갑사들은 순식간에 사기가 올라 모두 마인들에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컥- 크아악-"


하지만 마인들이 땅 속에서 나와 전열을 가다듬자마자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휙- 퍽-'


'휙 휙- 퍼퍼퍽-'


"크허억..!"


"끄아아아악-"


마인들은 갑사들의 창과 활을 맞아도 끄덕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갑사들의 창을 막은 뒤 도로 잡고는 갑사들을 번쩍 들어 올려 내팽개치거나 집어던져버렸다.


"형님, 조심하시오!"


"투다닥, 퍼억-"


혼자 두 명의 마인들을 상대하던 천검의 뒤로 다른 마인 하나가 달려들자 말봉이가 달려와 어깨로 밀쳐냈다.


'푸우욱-'


"끄아아아아악-"


하지만 마인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어깨로 밀친 말봉이의 어깨를 잡고는 끌어당겨 세치도 넘어 보이는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넓적한 손을 뾰족하게 만들더니 말봉이의 옆구리를 푹하고 찔러 넣어버린 것이다.


"말봉아..!"


말봉이가 끔찍한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자 천검이 달려와서 부축했다.


"말봉아, 정신 차려라..!"


"형님, 전 내비두고 얼른 대처하십시오.. 여기에는 괴물들 천지 아닙니까."


"내, 어찌 너를 이래 내버려 두냐. 내가 지켜주겠다..!"


병팔과 진둘이도 마인들 하나 상대하기가 벅찼다. 겨우겨우 하나를 처리하고 나면 또 둘이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마인들을 처단하는 게 힘든 건 근중네와 정만도 마찬가지였다.


"크아아아아-"


곧바로 서너 명의 마인이 온통 검은 동자로 가득한 눈을 부릅뜬 채 천검과 말봉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갑사들이 활을 쏘며 호위를 해주었음에도 마인들은 활에 꽂힌 채 미친 듯이 달려왔다.


"와라- 내가 모두 상대해 주마.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


천검은 한 팔로는 피를 쏟으며 축 늘어진 말봉이를 부축하고 한 손으로는 마인들에게 장검을 겨눈 채 소리쳤다.


"크아아아아-"


'이판사판이다. 내가 여기서 죽는다면 그게 내 운명이겠지. 부하들을 더 잃을 순 없다..!'


'휘이이이익- 퍼억-'


'휙휙- 휘이이이익- 퍽퍼억-'


검게 발광하는 눈으로 달려드는 마인들을 향해 장검을 휘두르려는 찰나였다. 갑자기 마인들이 무언가 강력한 힘을 가진 것에 의해 끌려가버리는 게 아닌가.


"꾸에에에엑-"


'팍- 팍- 촤아악-'


순식간에 마인 대여섯이 끌려가더니 사지가 찢긴 채 죽어버렸다.


'뭐.. 뭐지..?'


'크르르르르- 어흐으으으응!'


'이, 이 소리는..?'


곧 어둠 속에서 무언가 산만한 덩치의 동물이 재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옆으로 그보다는 좀 작지만 역시나 큰 덩치의 무언가가 다가와서는 천검 앞에 얌전히 섰다.


"월화..?! 월화인 게냐?"


"크르르르르. 꾸앙."


월화가 천검에게 다가와 얼굴을 살짝 비벼댔다. 그리고 그 옆에 더 큰 몸집의 호랑이가 천검을 쳐다보았다.


"수비(월화의 남편 호랑이)야.. 너도?"


천검은 너무나도 반갑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수비가 무리를 이끌고 왔습니다. 경상도와 충청도의 호랑이들을 모아 왔습니다.'


월화가 천검을 보며 눈으로 말을 한 순간 그들의 등 뒤로 백 마리도 넘는 호랑이가 숲 속에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73화 괴인 산비초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