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과거의 흔적이 아닌 미래를 비추는 거울 즉, 역사가 곧 우리다
"임진년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죠.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tvN의 '미스터션샤인'이 끝난지 2주가 훌쩍 넘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부추기며 기다리게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종영을 하고도 시간이 한참 지난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시청한 모든이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족의 혼과 새롭게 점화된 항거 정신은 다시금 지리한 일상에 뭍혔지만 여전히 가슴속 한 구석에서 꺼지지않는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대중매체의 한 프로그램인 드라마, 그것도 상당부분 픽션이 가미된 드라마를 통해서 역사를 배운다는 것은 사실 어불성설이지만 이 시대의 새로운 세대들에게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고증된 역사의 현장을 조명하는 시점에서 조상들의 과거 치욕과 저항 정신을 보며 자신의 혼에 새겨진 민족의 얼을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고, 이미 왜구 침략의 역사와 이와 관련된 콘텐츠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에게는 새로운 시각에서의 조선말기, 대한제국 초기의 근대사를 통해 우리 민족의 불굴의 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워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역사에 더 관심을 가지고 따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도 되었을테니 말이다.
조국(祖國): [명사] 1.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던 나라. 2. 자기의 국적이 속하여 있는 나라.
조국의 사전적인 의미는 조상 때부터 살던 나라다. 영어로도 One's motherland, fatherland이며 Homeland라고도 한다. 그렇다. 조국은 단순히 내가 속하고 사는 나라가 아니라 우리 엄마, 아빠가 그리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 윗대부터 대대로 살아온, 그것도 그냥 살아오신게 아닌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온, 설사 빼앗겨도 다시 되찾은, 피로 맞서고 눈물로 새긴 그런 곳이다. 즉, 내 조국은 '나와 우리 조상들의 희생'이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 새겨진 '감격스러운 곳'인 것이다. 우리는 삶에 지쳐 그 동안 잊고 지냈던 '내 조국'의 과거 현장을 미스터션샤인을 통해서 잠깐 방문하고 왔다. 그리고 우리는 이윽고 숙연해졌고 마침내 깨달았으며, 선조의 고난과 피의 역사를 보며 끝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마치, 학교생활과 사회생활 속에서 고통을 겪는 우리의 현재가 그들의 과거와 비교해보니 한낱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처럼 보여질지도 모른다는 거대한 시간차의 미안함과 부끄러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필요는 없다. 시대가 다르고 역할이 다를 뿐, 공부를 하는 것도, 취업을 준비하는 것도, 직장 생활을 하는 것도 모두 이 시대의 조국이 바라는 우리의 역할인 것이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게 바른 길의 범주에 있다면 국가를 위하고 과거 조상님들께 보답하는 것과 같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그렇듯 이 글을 읽을 거의 모든 사람들의 조국은 대한민국이다. 과거 조선도 아니고 북한도 아닌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의 시작은, 미스터션샤인에서 그랬듯 그토록 비참했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의 반열에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내 조국이 이토록 부강해진데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이미 무수히 많은 성공과 에피소드들이 알려졌고 문화콘텐츠화 되었기에 굳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진 않겠다. 대신 이것 하나만은 꼭 다시 언급하고 싶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포기를 모르는 조상들의 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뛰어난 능력, 지식, 지혜, 용기 그리고 이를 후원해준 또다른 조상들의 끝없는 관심이 우선 뒤받침되었고 무엇보다 죽음도 불사한 포기를 모르는 무모한, 조국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대를 이어서 행해진 끝없는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이들의 자식들이 을미년에 또 의병이 되었다'는 대사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미 그 말 속에 우리 민족의 혼이 스며있고, 끝까지 버티고 포기하지않고 싸워이기는, 그래서 꼭 조국을 다시 되찾고야마는 불굴의 정신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스터션샤인 내에서도 이를 놓치지않고 조명해줬다. 주연부터 조연까지. 픽션과 논픽션의 인물과 상황들을 연기한 그들은 지금의 조국을 있게해준 우리 조상들의 '희생 정신'을 그대로 재현해주었다.
1) 유진 초이(최유진, Eugene Choi)-변화하는 조선을 바라보는 미국
자기가 보는 눈 앞에서 노비였던 부모님의 비참을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극적으로 살아남았다. 비록 허구의 인물이지만 그 시대 계층사회의 현실은 어쩌면 그것보다 더 비참하고 끔찍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유진 초이는 대한제국 초기, 강대국이 바라본 조선과 일본 그리고 그 사이에 얽혀있는 감정과 굴욕의 미세한 실타래를 제 3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역할을 해주었다. 유진 초이는 극중 가장 큰 역할을 차지하는 주연으로 여주인 고애신(여주)과의 로맨스, 신분적 차이, 정치적 견해 등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지만 여기서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유진 초이의 역할 자체가 가진 상징성과 극중 장치를 통한 역설적인 메타포를 조명해보겠다.
당시에도 미국은 조선이라는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온 최하계층의 꼬마아이에게 잘 곳과 먹을 것은 허락했으며 후에 미국 해병대의 대위라는 신분과 권력을 허락했다는 점을 보면 그 시절에도 열린 나라였고 평등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가라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미국 해병대의 대위 신분으로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그 시절 노비 꼬마아이는 이제 그 누구도 함부로 그를 대할 수 없는 힘과 신분을 가졌다. 조국은 그를 죽이려하고 보호해주지 않았지만 머나먼 이국에서는 그를 키워주고 능력까지 가지게 허락했으니 조국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좋을수가 없다. 게다가 그가 다시 돌아온 조국은 위기에 놓여있다. 힘있는 자들은 나라를 팔아먹어서라도 자신들의 지위를 보장받으려하는데 오히려 가진 것 없는 민초들은 조국의 땅과 얼을 빼앗기지않으려 노력한다. 유진 초이도 이런 민족의 혼에 흔들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유진 초이가 미국인 해병대 대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대한 제국을 위해 그리고 의병대를 위해 무언가 적극적인 역할을 했었다고 보기 힘들다. 미국인이었기에 의병들의 존재와 활동에 대해 인지를 하면서도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기도 하지만 그의 마음도 조국이었던 조선(대한제국)에 쉽게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후에 대한제국국의 군교육관으로서 총기 교육 등을 가르치는 등 간접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그의 마음은 미국인 해병대 장교가 아닌 노비 출신의 과거 조선인이었던 마음이 더컸던 것 같다. 대한제국군의 학도병들이 그의 과거를 묻자, 가슴 아프고 치욕스러웠던 어린 시절의 노비라는 신분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그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아마 이 때부터 그는 이미 마음을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한 몸을 자신을 버렸던 조국을 위해 다시 쓰겠노라고.
후에 미국인의 신분은 유지하지만 해병대 대위 군복을 벗게된 유진 초이는 안전한 미국의 삶대신 또다시 대한제국으로 돌아오는 길을 선택한다. 이는 근현대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미국의 역할과 유사한 점으로 보여지는데 미국은 항상 자신의 안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일이 아니면 굳이 나서지는 않고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는 정치적, 경제적인 관점에서 선택한 방법이기도 하지만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 미국이라는 나라의 가치, 이미지와도 맞닿아있다. 당시 대한제국은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이기며 동북아의 떠오르는 나라였던 일본, 러시아 혁명(이런 혼란때문에 러일전쟁에 큰 신경을 안씀)을 통해 로마노프 왕조가 무너지고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한 러시아, 청왕조가 무너지고 중화민국을 수립한 중국 등 동북아의 정세는 매우 불안정했기에 대한제국(조선)의 전략적 자원으로서의 지리적 위치는 매우 중요했지만 그 외에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기에 유진 초이 역시 미국인이라는 신분만 유지했을뿐 해병대 대위라는 무력을 벗고 난 뒤에야 적극적으로 조선의 독립(애신의 안위를 위한 희생)을 위해 가담한다.
2) 고애신-조선 그 자체, 조선의 노블리스 오블리제와 하층민으로 구성된 의병 모두 상징
조선 최고 갑부의 손녀로 모든 사람들에게 '애기씨'라고 불릴 정도의 조선의 셀러브리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인물. 하지만 그녀의 가녀린 겉모습을 뒤로하고 그녀에게도 숨겨진 비밀이 있었으니 그의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애민정신'과 '저항정신'을 바탕으로한 '의병 고애신'이 바로 그녀의 본 모습이다. 사실, 고애신은 슬프게도, 시작하자마자 몰락한 대한 제국과 일본 침략하의 조선을 상징한다. 극중 모든 남자배우들이 그녀를 그토록 사랑하고 지켜내려고 했던 것도 결국 '고애신' 자체가 화려했던 조선을 상징하고 또 왜국에 맞서는 조선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꼭 살아남아야했고 결국 살아남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그녀 스스로도 자신의 신분에 따른 호화롭고 여유로운 삶보다는 작금의 조선이 마주한 국가로서의 위기, 곧 닥칠 민초들의 고난을 두고 자신만 희희낙락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오래전부터 총술을 연마하고 실제로 저격을 수행하는 행동대원으로서 의병활동을 지속해왔다는 점이다. 이는 민족의 저항 정신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당시 귀족이었던 양반 그 중에서도 최고 부자였던 재력가문에서 대대로 조국와 민중을 위해 베풀고 희생했던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또 국가의 난을 헤쳐나가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며, 나아가 단순히 자금줄을 대거나 뒷선에서 조용히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게 아닌 마치 '임진년 의병의 자식이 을미년에 의병'이 되듯이 스스로 신분과 재력의 벽을 허물고 '대감댁 손녀의 자금 지원'과 같은 소극적인 저항이 아닌 '신분과 관계없는 의병'으로 최전선에서 활동했다는 점에서 고애신의 캐릭터가 그 시대의 '조선'을 그대로 다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구동매-정 둘 곳 없이 떠돌지만 마음은 조국에 있는 민초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인간대접 받지 못한 조국인 조선이 그에게도 개탄스럽고 원망스럽긴 마찬가지일테다. 일본 무신회 한신지부장으로 일본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또 역설적이게도 어린시절,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자신에게 인간적인 눈빛과 도움을 준 단 한 사람, 고애신(조선을 상징)을 위해서 다시 조선으로 돌아온다. 그는 일본 이름을 가졌고 일본도를 휘두르지만 결코 일본인인 적이 없었지만 그렇다고 조국인 조선에 대한 애착 또한 없다. 하지만 딱 하나, 그가 조국으로부터, 아니 조선인으로 부터 얻은 따뜻한 기억때문에 그는 다시 조선을 찾았다. 그 뿐이다. 조선 독립, 일본인, 의병, 민초들의 삶 등은 그에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고애신'이라는 한 사람, 그녀만이 그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고 그녀만이 그가 지켜야하는 유일한 목적이다. 고애신의 역할과 고애신이 상징하는 바와 관계없이 구동매는 자신을 짓밟은 조선으로 돌아와서 짧지만 강렬했던 자신의 남은 불꽃을 그를 그토록 괴롭혔던 '조선'을 상징하는 여인을 위해 불태운다.
4) 김희성-철없고 이기적인 부유층, 하지만 사람이 다르면 깨달음도 다르다
애신과는 다른 면모를 가진 조선의 엄청난 재력가의 손자. 일본에서 10년을 유학하다 조국으로 돌아왔더니 세상이 달라져있다. 유진 초이의 부모를 죽음으로 이끌고 유진 마저 죽이려했을만큼 고약하고 비겁한 조부와 아비를 둔 그지만 그는 달랐다. 호탕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였지만 결국 조국을 향하는 마음은 유진이나 애신과 다를바 없었다. 단지, 너무 늦게 세상을 바라봤을 뿐이다. 그는 조선말기, 대한제국 초기의 지식인, 부유층을 상징하며 뒤늦게 조국을 위해 신문사를 차려 글로 일제에 저항하는 등 당시 지식층에서 행한 저항 방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알면서도 모른체하는 것은 큰 죄라는 것에 대답이라도 하듯, 부유한 집안의 왕자 노릇을 끝낸 그는 이제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는 것이 아닌 조선을 상징하는 그녀와 의병들 그리고 조선을 위해 끝끝내 목숨마저 내놓는다.
5) 쿠도 히나-시대의 중간자 역할, 하지만 마음은 조국에 있다
매국노인 '이완익'을 아비로 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여기저기 팔려다니며 세상을 일찍 깨우친 쿠도 히나(조선이름 '이양화')는 '울기보단 물기'를 택하며 비참했던 시절을 이겨내고 결국 일본인 거부였던 남편의 유산으로 '호텔 글로리'를 상속받았다. 덕분에 그녀는 이 시대의 중간층 역할을 한다. 적극적인 저항을 하는 것도 아니요. 조선의 편인지 일본의 편인지, 아군인지 적군인지 헷갈리게 만들면서도 뒤로는 조선을 위해 움직이는 등장인물들과 의병들을 간접적으로 돕는다. 하지만 그녀의 도움이 물질적인 재화나 극적인 역할을 통해서 이루어지진 않는다. 말 그대로 중간층의 역할, 나라가 팔려도 자신의 처지는 그다지 달라질게 없지만 그래도 조국의 처치는 걱정이되는 그야말로 보통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 기회는 또 적극적으로 활용해 간접적으로 조선의 저항을 지지한다. 그런 유진 초이를 도왔고 구동매에게 의지했으며 김희성과 시절을 통감했다. 비록 그 세 사내의 관심사는 애신(조선)이었지만 말이다.
6) 황제와 의병
[고종]
조선 제 26대 왕이자 대한제국의 제 1대 황제인 고종은 역사 속에서 나약하고 힘없는 황제로 그려진다. 따라서, 역사를 통해 배운 바로는 백성이 딱히 기대할만한 지도자이거나 리더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사정도 한 번쯤 생각해볼만하다. 그가 물려받은 조선은 안팎으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근대화의 변화와 침략, 침탈이 횡행하던 역사가 휘몰아치던 시기였다. 잠시 그 시절을 돌아보자.
조선말기부터 프랑스와의 천주교인 문제로 인한 병인박해, 병인양요를 시작으로 미국과의 제너럴셔먼호 사건, 일본과의 강화도조약, 일본에 의한 신식군대인 별기군 창설, 이에 차별받은 구식군대에 의한 임오군란, 그리고 이 시기에 고종은 구식군대에 의해 잡히기도 했는데 황후였던 명성황후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하여 청나라 군대까지 개입하여 청나라군, 일본군에 의해 조선의 군대가 제압되는 희안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옥균, 박영효가 일본의 지원을 업고 일으킨 갑신정변으로 고종은 3일만에 또 퇴위하게되자 청나라가 다시 개입하여 조선에 군사개입시 양국이 사전 통지하에 군대를 개입하자는 일본과의 텐진조약으로 다시 한 번 비참한 역사를 쓰게된다. 백성들은 더 살기어려워져 동학농민운동을 일으키고 이에 고종은 청나라에 또 도움을 요청하는데, 일본군은 텐진조약을 들먹이며 조선에 개입하고 갑오개혁으로 노비제폐지, 재부 과혼 등 근대적인 시스템을 강제로 도입시켰다. 동학군이 토벌됐음에도 일본군이 돌아가지않고 청나라와 대치하다 아산만의 청나라 함대를 공격하자 청일전쟁이 발발했고 일본의 평양성전투 승리로 일본군의 조선 지배가 확실시 되면서 2차 갑오개혁으로 단발령이 강제시행했다. 이후 일본은 청나라와 관계가 있는 명성황후를 시해하며 을미사변을 일으키고 고종은 또 힘없이 러시아공관으로 달아났는데 이를 아관파천이라고 한다. 이때 고종은 대한제국을 세우며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이후 러시아의 개입이 시작됐으나 일본은 뤼순에 주둔중인 러시아함대를 기습하여 러일전쟁을 발발시킨다. 당시 강대국이었던 러시아였지만 내외부적으로 사건사고가 많아 일본과의 전쟁에 크게 신경을 쓸 수 없었고 발트함대 역시 일본과 동맹중인 영국의 수에즈운하 봉쇄로 아프리카를 돌아 쓰시마에 도착했을땐 모든 면에서 전투력이 약화된 상태라 쓰시마해전에서 침몰하며 일본은 러일전쟁에서도 이기고 만다. 이로써 일본의 조선지배가 확실시되고 이후 을사늑약(구, 을사조약, 1905년)으로 조선의 외교력이 박탈당했고 이에 고종은 네덜란드 헤이그의 만국평화회담에 헤이그특사를 보냈으나 역시 일본의 방해로 실패, 고종은 퇴위당하고 순종이 즉위한다. 이후 경술국치(구, 한일합병, 1910년) 등으로 이어지며 조상들의 피와 고난의 역사가 쓰여지게 되었다.
이토록 모진 시기에 왕위를 유지하려했던 고종은 본인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에 휘둘릴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극중에서도 보여지듯이 고종은 끈임없이 의병을 도와 조선(대한제국)을 바로잡으려했고 아관파천으로 대한제국을 세우며 다시금 조선의 기강을 바로잡아 왜국을 물리치려 노력했으며 헤이그특사 파견 등으로 전세계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려했으나 외교력이 더 강했던 일본에 의해 제지당하면서 기회를 잃었을 뿐이었다. 사실, 이 모든게 당시 변화하는 세계사의 바람에 먼저 뛰어들지 못하고 쇄국을 했던 탓일 수도 있고 고종의 국가관리능력 부족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역사에 쓰여진 기록만으로 고종을 평가하고 탓하기에는 그의 개인적인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우리 민족 역사상 외교적으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즉위했기에 그런 수모를 겪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의병]
반면, 의병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그들은 나라가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할때 스스로 가족, 마을, 나라를 지키기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민간군사단체였다. 그들은 당시 일본군들보다 한발 앞서 일본군들의 크고작은 계획을 무마시키며 지속적으로 혼란에 빠트렸지만 수적으로나 군사력으로나 한 국가의 정식 군대보다 크고 강력할 수는 없기에 항상 쫓겨다녔고 이에 날마다 전해져오는 의병들의 전사 소식은 민초들에게 당최 무엇을 하고있는지 알 수 없는 고종의 폐위 소식보다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미스터션샤인은 이렇게 이름없이 아스라이 사라진 의병들을 위한 극이다. 그들 하나하나는 '김아무개'요, '박아무개'이겠지만 노비, 천민 출신의 이름없는 의병 하나하나는 당시 일본군들에게는 눈엣가시를 넘어 자신들의 조선수탈전략에 큰 위협이 되는 존재들이었다. 그리고 그 의병들의 자식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끝없이 또다른 의병이 되어주며 35년간 독립운동을 펼쳤기에 일본은 끝까지 조선을 완전히 통치하지 못한채 쫓기듯이 우리나라를 떠났다. 사실, 일본의 항복과 대한민국의 독립은 일본의 태평양전쟁으로 인해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나가사키, 히로시마)로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며 조선에서의 완전철수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고있는데 당시 임시정부는 광복군이 미군과의 합동작전을 펼치게 돕고 대일, 대독 선전포고 등을 하며 군사력을 행사했으며 영국과의 동맹 등으로 일본을 내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일본군 핵심을 치기위한 특수부대들을 조직하는 등 아주 치밀하게 일본을 몰아낼 계획을 세워 이를 지속적으로 수행하는등 시간이 갈수록 자주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상당히 많이 마련했었다. 그 즈음에 일본은 미국의 원폭 투하 등 내외부적으로 자신들의 시대가 끝났음을 통감하고 무조건 항복을 외치며 달아난 것이다.
7) 세 남자의 죽음
극중에서 유진 초이, 구동매, 김희성은 각각 상징하는 역할이 있다. 유진 초이는 노비로 자신을 죽이려했던 조선이지만, 역시 자신을 보호해주고 미국으로 보내준 곳 역시 조선이라 복잡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돌아온 미국 해병대 대위로 당시 미국이 취했던 조선에 대한 위치를 상징하고, 조선에서의 핍박과 홀대를 피해 일본으로가 무력으로 자리잡은 구동매는 조선이든 일본이든 자신에게 국가는 의미없고 오로지 자기를 알아봐주고 보호해준 애기씨와 무신회 오야붕만이 전부인 떠도는 민심을 상징하며, 조선 최고의 갑부집 아들로 세상의 정세는 모른 채 자기 잘난 맛에 취해 살던 김희성은 나라와 민심의 안위는 제껴둔채 제멋대로 살던 당시 부유층을 비난함과 동시에 뒤늦게 조선의 처지와 정세를 깨닫고 도움을 주는 후원세력을 상징한다.
하지만 셋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는데 역설적이게도 애신을 살리며 조선의 독립과 직간접적으로 일본에 대항한 그들이지만 미국 해병대 대위로 총을 썼던 유진 초이는 총으로 죽었고, 일본내에서 최고의 칼잡이가 되었던 구동매는 칼로 죽었으며, 김희성은 과거 자기 집의 노비로 억울하게 맞아죽은 유진 초이의 아버지처럼 일본군에게 맞아 죽고 만다.
작가가 의도했든 아니든 이 셋은 처음엔 조선에 대한 분노로, 무관심으로 조선을 다시 찾았지만 그들은 이내 곧 조선을 위해(애신을 지키기 위해, 애신은 곧 조선이었다) 각자 가장 자신있는 무기로 각자의 자리에서 싸웠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일본의 총, 칼, 무력에 의해 무너지고 마는 외국의 관심(유진 초이), 의병(김희성), 민초들(구동매)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그들은 죽음으로 애신(조선)을 구하는 길을 택했고 애신은 무사히 평양에 도착한다.
이렇게 극은 끝나지만 의병들의 역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 의병들이 후에 독립투사들이 되고 광복군이 되었으며 마침내 우리는 나라를 되찾았다. 미스터션샤인은 극중 주요 인물들이 벌이는 에피소드들에 따라 그려진 드라마지만 사실, 의병들의 이야기이자 의병을 조명한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극중 여자 주인공인 고애신이 의병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고애신은 조선최고 갑부집의 손녀딸로 조선 귀족의 정점을 뜻하면서 동시에 나라를 구하기위해 의병이 되어 계급의 상하를 막론한 깨어있는 사람이었기에 사실상, 애신은 귀족을 대변하면서 민중과 민심을 대변한 의병이기도 했기에 말 그대로 '조선'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극의 막바지에 그런 그녀와 함께한 구한말 12인의 의병들의 모습과 사진은 실제 역사의 증거로 남아있는 거룩한 우리 조상들을 위해 바치는 오마주였다고 할 수 있다.
계급의 상하를 막론하고 직업의 귀천을 뒤로하고 우리는 우리 선조들의 포기하지않는 항거정신덕분에 다시 나라를 찾았고 지금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이 드라마를 단순히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소재가 아닌, 이를 계기로 한 번쯤은 현재의 나와 과거 고통의 시대를 지났던 누군가를 떠올리며 조상들의 희생에 감사해보길 바란다. 단순히, '조상님들은 참 힘든 시대를 이겨내셨구나. 그러니 난 불평없이 살아야지'와 같은 비교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 분들의 희생 정신과 시대를 이해하고 우리 시대에 그리고 나의 삶에 녹여낼 수 있는 어떤 가치를 찾아보면 어떨까하는 마음이다. 따라서 이 조국을 물려준 조상들에게 죄송하지않게 그리고 앞으로 우리 다음으로 대한민국을 지키며 살아갈 후손들에게 부끄럽지않게 '내 삶에서 행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을 찾길 바란다.
어째거나 우리 모두는 독립된 조선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살고있지 않은가?
참으로, 참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정보참고>
한민족문화대백과: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537253&cid=46623&categoryId=46623
국가보훈처 포스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600901&memberNo=10949177&vType=VERTICAL
조선말기관련 네이버 지식인:
<이미지 출처>
메인 이미지 및 등장인물 이미지:
http://program.tving.com/tvn/mrsunshine/9/Board/List?page=4
의병 이미지:
https://blog.naver.com/noodles819/221368504283
서울야경: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6567629&memberNo=11144908
불원복 태극기: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4624597&memberNo=10496968
고종 이미지: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506305&memberNo=33197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