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유연대기 24: 뜨거운 시절은 식을 수 밖에 없음을

by Rooney Kim

바이, 썸머_아이유

https://tv.naver.com/v/83924959




네 잘못이 아냐. 그저, 내 집착일 뿐이지.

네가 내 시선에 자주 머무른 것도, 내가 네 시야에 오래도록 갇히고 싶었던 것도, 알고 보면 내 욕심일 뿐, 너의 존재는 우리 관계에 더해진 행운이었음을 이제야 깨달아.


이젠 알아.

잡은 손을 놓는 것도, 네가 날 싫어해서가 아닌, 옅어진 내 호기심과 알고 보니 조금 많이 다른, 서로가 기대한 관심사의 불일치였음을. 그런데 사실 그게 누구 하나의 잘못일까? 아니야,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영원할 것 같던 관계의 수은주가 끝을 향해 식어갔을 뿐이지.


스크린샷 2025-09-20 오후 1.31.55.png


좋았어. 한 없이.

설렘이 가져온 분홍빛 폭풍이 한차례 지나고 깨달았어. 관계의 구심점은 두근대는 심장에 있는 게 아니라, 고요한 믿음과 네가 나보다 중요할 때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희생이 주연료라는 것을 말야.


보고 싶은 밤엔 휴대폰이 뚫어져라 네 사진을 탐미하고, 그 깊은 동굴 속을 기쁘게 헤매다 잠들곤 했지.

놀라웠어. 아주 짧은 기간에 나의 모든 관심사가 한 타인에게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나 또한 내가 알던 나 자신이 맞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가끔은 미친 것 같았어.

다른 일을 하다가도 네 얼굴이 떠오르면 당장 달려가 만나지 않고서는 안될 정도로 내 눈앞은, 아니, 내 머릿속은 온통 너뿐이었으니까. 한 번 달구어진 쇠가 오래도록 몹시 뜨거워 마치 손도 못 댈 만큼 강렬한 열기를 뿜어내듯, 숨 막힐 정도로 날 적시고, 닳아 없어질 정도로 깊고 진한 애정의 굴레는 정말, 영원할 것만 같았어.


스크린샷 2025-09-20 오후 1.34.01.png


그런데 마감 시간은 정말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오더군.

일말의 아쉬움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젠 알아, 아닌 건 아닌 거란 걸. 한 번 깨진 그릇은 언젠가 같은 이유로 다시 깨져 못쓰고 말 것이라는 걸. 떠난 마음은 꼭 쥔 두손으로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말야.


미련한 미련과 집요한 집착이 지금도 가슴속 어디선가 꿈틀대며 튀어나오려 하지만, 이젠 좋았던 시간과 달콤한 추억의 대가로 그만 널 흘려보낼게.


유난히 서늘해진 기온이 마치 평균 이하로 떨어져 버린 우리 관계의 온도 같지만, 어쩌겠어. 이 역시, 내가 지른 마음속 불씨에서 시작됐고, 더 태울 것이 없는 불은 싸늘히 식어가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고마워.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 분명 또 네가 떠오르겠지만, 이젠 휴대폰을 꺼내지 않고 조용히 지난 시간을 곱씹어 하나하나 소화시켜 볼게. 그렇게 잘게 부서진 미련과 집착들은 이제 서늘한 바람에 날려보낼게.


스크린샷 2025-09-20 오후 1.32.42.png





[이미지 출처]

이담엔터테인먼트, 네이버TV

https://tv.naver.com/v/83924959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이유 연대기 23: 끝을 알아도 끝을 바라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