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진욱 Mar 22. 2023

처음에 대해서

처음과 처음 사이에 존재하는 사람의 생존기

  “나는 지금 죽어 가고 있건만 아직도 하고픈 말이 너무도 많다.“ 

  -『칠레의 밤』의  문장  

 

  ‘처음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문장을 읽고 나서이다사회적으로는 인정받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순간오히려 나의 정신상태는 가장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고그렇게 죽어가고 있다고 느끼던 때였다우울함에 파묻혀 침대에 멍하니 누워있자책장 가장 위 칸에 놓여있던 볼라뇨 전집에 꽂혀있던 “칠레의 " 시야에 들어왔다

  죽어가던 사제 이바카체가 하고 싶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보다는 ‘ 존재 자체가 궁금해졌다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그는 죽을  없지 않을까

  죽어가던 나도 살아나려면 이바카체의 ‘처럼 살아가기 위한 어떤 이유가 필요했다.  

 

  나의 ‘' 찾기 위해 많은  해봤다명상수채화만다라버스킹 등등 새로운 것을 해보기도 하고 헬스 루틴을 바꾸거나 아침 독서 시간을 갖는  기존의 것에 변화를 주기도 해봤다시간이 가며 차츰 회복되는 나를 보면서 나에게도 ‘ 찾아왔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어떤 하나의 행위가 아닌 ‘처음이란 말을 붙일  있는 어떤 순간들이었다 순간들을 겪으며  나를 확인해갔고다시 삶으로 돌아올  있었다.

 

  그래서  다른 ‘처음  글쓰기의  소재를 ‘처음으로 하고 싶었다.

 

  ‘처음 시작은 어떻게 다를까생각할수록 둘을 혼용하는  같아 먼저 구분 지어야 할듯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둘을 이렇게 정의한다.

 

처음: 시간적으로나 순서상으로 맨 앞.

시작: 어떤 일이나 행동의 처음 단계를 이루거나 그렇게 하게 함. 또는 그 단계.

 

  시작은 ‘처음 있어야 가능하다. ‘처음' 만들어져야  단계로서 시작이 따라온다하지만 시작이 있다고 해서 ‘처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처음'에는 시작이 있지만모든 시작에는 ‘처음' 있지는 않다단순히 달리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순간이 ‘처음' 부여받지는 못한다어떤 달리기는 나에게 삶의 이유를 던져주기도 한다.


  처음은 어떤 순간에 어떤 조건들이 만족하면 부여되는 훈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김석영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진을 움직임으로써 최초의 영화가 탄생할  있었습니다시가  장의 사진이라면 바로  부동성 속에도 움직이는 물체가 담겨 있는 셈입니다정물이 움직이면 동물이 되는 것처럼 동물이 정지하면 정물이 되는 것처럼양방향의 자유로운 유동성이 가능성이라는 생각을 합니다삶은 되감기   없지만 시는 여러  되감기   있는 허구이며 편집의 결과물이라는 점이 유일한 즐거움입니다.”


  최초의 영화 영화의 처음에 필요한 것은 사진의 유동성이었던 것처럼  속의 ‘처음 필요한  역시 유동성 같다삶을 순간순간의 연속이라고 정의한다면  순간들을 이어가는 것이 유동성이다순간으로 끝나지 않고 유동성을 가질  있는 ‘처음일  ‘처음' 라크루아의 ‘'이고 나의 ‘처음이다시작하면 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처음' 나의 삶을 움직이게 하는 어떤 방아쇠라는 의미이다.


  ‘처음' 있다면 우리의 삶은 움직일 것이다고통스럽고 답답한 순간에도 ‘처음' 만들어낸다면 삶은 움직일 것이고우린 살아갈  있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처음 존재 같다세상에 태어난 것도 세상에서 떠나는 것도 어쩔  없이 처음 일 수밖에 없다사람은 그렇게 처음과 처음 사이에서 살아가며 자신을 만들어가고주변을 만들어가며  의미를 찾는다


  처음과 처음 사이에 놓인 그들의 ‘처음'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
 

작가의 이전글 Bar, 소전 서림, 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