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과 이혼 안내서>를 시작하기에 앞서
#1 이 매거진의 취지와 타깃층 및 주의할 점
2015년 여름,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이혼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면서부터 전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사는 이혼한, 또는 이혼 위기에 놓인 한국인 여성들로부터 메시지들을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아다녀도 없던 외국 남자와의 이혼 이야기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내가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공개했기 때문에 그들도 차마 알리지 못했던 자신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나에게 개인적으로 오픈하며 동병상련의 처지에서 힘을 주고자 했을 것이다.
그런 메시지들은 대부분 '나도 그런 일을 당했지만 잘 살아가고 있으니 힘내시라'하는 내용이었지만, ‘나도 비슷한 처지에 놓였는데 어떻게 도와주실 수 없겠는가’ 하는 내용도 적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나도 충격에 빠져 있었고,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던 때라 그런 도움 요청에 도저히 일일이 응답할 수 없었다.
그때마다 나는, 언젠가 내가 조금 살만해지는 날이 오면 반드시 내 다음 사람들을 위해 경험하고 배운 이 모든 것들을 이정표로 만들어 길목마다 세워주리라 결심했다. 그런 일들이 몇 년 간 쌓이고 쌓여 결국 나는 2020년 봄, 독일인 남편과의 이혼을 진행 중인 한국 여성들을 위해 상담자원봉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지난 1년 간 본격적으로 독일인 남편과 이혼을 진행하는 여성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동안 중구난방으로 들어오던 수많은 사례들에서 두리뭉실하게 느껴왔던 묘한 공통점들의 실체를 조금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국제결혼과 이혼 안내서>라는 매거진을 통해 다양한 이혼 사례들에서 보이는 비슷한 패턴과 그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분석을 내담자의 동의 하에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선에서 공유하기로 했다.
먼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훈련받은 전문 상담사가 아니라 “개인적인 어려움을 비교적 잘 극복해내고 꾸준한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내면의 안정을 상당히 찾은 사람“으로서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실질적인 대처방법과 정서적 지지를 드리고자 상담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내가 전문 상담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굳이 상담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렇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을 대하는 나의 지향점이 함께 전남편의 악행을 씹고, 상황 비관에 공감하며, 단편적인 정보전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그들의 자립을 돕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비록 자원봉사이지만 내 역할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내가 하는 말의 무게를 정확하게 짐작하려 노력한다. 내담자를 대하는 나의 자세 역시 사뭇 진지하다.
그다음으로, 내가 이 매거진에 글을 쓸 때 염두에 두는 타깃층은 결혼이민자들이다. 나를 비롯해 이렇게 갑자기 이혼의 위기에 놓여 급박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대게 사랑 하나 믿고 아무것도 없이 독일로 넘어간 결혼이민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랜 해외 생활 경험이나 다양한 국제연애경험을 통해 독일 남자와 큰 문화 차이 없이 결혼을 했다거나, 이미 독일에서 유학 또는 직장생활을 통해 경제적, 언어적으로 독립한 상태에서 결혼을 했다거나 하는 케이스들은 이혼을 하더라도 알아서 조용히 잘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국제결혼 중에서도 방어능력이 최약층인 그룹을 위해 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들이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 언젠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려고 한다. 물론 이 그룹에 속하지 않더라도 당연히 누구든지 내 글을 읽고 널리 공유할 수 있다.
또한 나의 분석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주변의 사례들을 모으고 가려내 최대한 믿을만하다고 판단되는 정보들을 다루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래도 분명 나라는 개인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다뤄지는 내용의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믿고 무조건 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이러저러한 사례들이 있었고, 그것을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을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삼되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맞게 세부사항은 스스로 알아보고 보완해 나가는 쪽으로 활용하시길 바란다.
그러므로 내 글에서 수정이나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해주신다거나, 전문적인 지식 또는 자문을 돕고 싶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올바른 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란다.
블로그 초창기에도 이미 언급했지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내가 이 일을 완벽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일을 시작한 것도 아니다. 다만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누구라도 있는 것이, 뭔가라도 남기는 것이 지금 이 순간 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정신적, 육체적인 고통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먼저 걸어간 자로서 발자국을 남기는 것일 뿐이다.
끝으로 자신의 개인적이고 아픈 경험을 다른 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눌 수 있도록 허락해준 나의 용감하고 따뜻한 내담자들에게 감사드린다. 다들 나에게 도와줘서 고맙고 줄 게 없어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에게 연락을 취해 개인사를 털어놓고 다른 이들을 위해 2차 정보로 쓰일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것 자체가 이미 본인이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푸는 선순환 구조에 큰 기여를 하신 것이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