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낯익은 그 낯선 남자는 누구였을까?

프롤로그

by 뿌리와 날개

얼마 전 집 근처 마트에 갔다가 허리까지 오는 계란 매대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낯선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낯선데 낯설지 않은 뭔가 묘한 느낌에 ‘아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서로 시선이 고정된 상황에서 누군지 머릿속으로 명단을 스캔하느라 바쁜 와중에 ‘눈이 마주쳤으니 일단 인사를 해야 하나’ 싶어 머뭇거리는 그 짧고 복잡한 순간, 상대방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눈이 마주친 상황에서, 나를 보고 눈이 땡그래져 뭔가 입에서 말이 나올락 말락 멈칫거리는 그 남자의 모습을 보니 이 상황이 갑자기 민망하고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홱- 하고 돌아서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 버렸다.



장을 보면서 방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가 누구인지 부지런히 기억을 더듬었다. 내가 아는 남자라고는 친구들의 남편 또는 남자 친구들, 아이 친구의 아빠들 그리고 몇 안 되는 대학교 동기가 전부인지라 그의 정체를 추려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 반 전 함께 수업을 들었던 “대학 동기”와 이미지가 상당히 닮은 것 같다.



그런데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원래도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하는 데다 여기 독일 사람들은 내 눈에 생김새가 다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그 남자가, 내가 아는 그 대학 동기인지 쉽게 확신이 들지 않았다.



친하지는 않았어도 말은 몇 번 나눠본 사이라 그가 먼저 인사를 했더라면 그 친구가 맞을 것 같은데, 결국 내게 인사를 건네지 않은 걸로 봐서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머리로는 딴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눈으로는 그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 내 모습에 그 남자도 적잖이 당황스러웠으리라. 그래서 멈칫멈칫했던 걸까?



다시 돌아가서 인사를 하고, 그가 내가 아는 그가 맞는지 확인을 해볼까도 싶었지만 이내 관두기로 했다.



괜히 다시 쫓아가서 말을 걸었다가 그 남자가 내가 자기한테 관심 있는 줄 알고 오해를 할 수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그 남자가 내가 아는 그 대학 동기라고 한들, 이미 지나쳤는데 굳이 다시 가서 아는 척을 할 이유도 딱히 없다.



괜히 오지랖 떨다 오해 사기 싫어 서둘러 장을 봤다.



다행히 그 남자와는 계산을 하고 나올 때까지 다시 마주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그 일을 다시금 곱씹다 보니 지금 이 느낌, 뭔가 익숙하다!



이런 비슷한 일이 한참 전에도 있었던 것 같다.



맞다!



그때도 그 마트에서 어떤 남자를 보고 헷갈렸던 적이 있다. 그때는 눈이 마주치는 대신 내가 그 사람을 멀리서 보고 긴가민가 했었다.



그러다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었다.



그런데 그때도 그 남자를 내가 오늘 떠올린 그 대학 동기와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흠….



나는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오늘 본 이 남자가 내 대학 동기가 맞는지, 그리고 그때 지나쳤던 그 남자도 이 남자가 맞는지….



학기 초에 연락처를 교환했던 것 같은데, 며칠 있다가도 도저히 궁금해서 못 견디겠으면 메시지를 한번 보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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