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싱글맘과 코로나, 그리고 라푼젤

by 뿌리와 날개

코로나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초등학생인 아이와 대학생인 나는 졸지에, 아침에 눈을 뜨면 갈 곳 없는 실업자가 되었다.



시간은 남아돌고, 날씨는 끝내주는데 록다운으로 갈 곳이 없다. 사회적인 접촉을 최대한 피하라기에 아이를 마당 놀이터에 보내지 않은 지도 오래다.



원래도 혼자 잘 놀던 아이는 학교에 가지 않는 일상이 아주 마음에 드는가 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스듬하게 옆으로 누워 오디오북을 들으며 레고를 가지고 논다.



옆집 사는 싱글맘과 그 집 딸이랑 소셜 버블처럼 짝이 되어 당분간 우리 넷이서만 어울리기로 한 것도 며칠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사방팔방에서 날아드는 코로나 관련 갱신 정보가 담긴 메일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금지 조항 덕에 갈팡질팡 하는 사람들, 자고 나면 면적이 좁아지는 방처럼 하루하루 자유를 조여 오는 코로나 조치….



스트레스와 불안이 극에 달하던 우리는 결국 크게 싸우고 틀어지고 말았다.








고립은 별게 아니었다.



학교 수업에 이어 수영, 축구, 태권도, 어린이 체육, 도서관, 박물관 심지어 놀이터까지 중단 및 금지령이 떨어지자 더 이상 문 밖을 나서는 의미가 없어졌다.



병이 옮을까 봐 말없이 아시안인 우리를 피해 자리를 옮기는 승객이 하나둘씩 느는 것을 보면서 버스와 전철도 타지 않기 시작했다.



사회적 접촉을 될 수 있으면 줄이라는 정부의 조치에 정기적으로 만나던 친구들과의 만남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유일하게 밖에 나가는 때는 장 볼 때뿐이었지만, 마스크도 모자라 장갑까지 끼고 옆 사람과 닿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경계하는 독일 사람들 틈에서 감출 수 없는 까만 머리를 드러내고 눈총 아닌 눈총을 받는 나는 꼭 보호색이 없이 야생에 던져진 동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를 쓴 채 누가 누군지 분간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유일하게 내놓은 거라고는 두 눈뿐인데 그마저도 두려움과 경계심이 가득해 번뜩거린다.



얼마 전까지 인사를 주고받으며 일상을 공유하던 이웃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었다.



원래도 가족이라고는 아이와 나, 둘 뿐이던 우리는 그렇게 마지막 남은 옆집 애엄마와의 교류까지 끊어지며 순식간에 사회로부터 고립되었다.








24시간 집에 있는 아이와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아이가 잠든 저녁, 혼자 식탁에 앉을 때면 옆집 여자가 아쉬워졌다.



이럴 때 그 여자가 놀러 온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마트에서 마주친 정체불명의 그 남자에 관한 얘기를 들려줬더라면 아주 재미있어했을 텐데….



수시로 집을 오고 가며 자잘한 수다를 떨던 그녀와의 교류까지 사라지자 일상이 그렇게 무료할 수가 없다.



매일 저녁 혼자서 시원하고 달달한 무알콜 맥주를 마시며 볼만한 한국 드라마를 틀어놓고 500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록다운으로 다들 불평불만이 많던데, 돌이켜보면 내 삶은 저녁 6시 이후로 언제나 록다운이었다.



아이를 씻기고 재우고 이따금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꼭 라푼젤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높은 탑에 갇혀 나갈 수 없는 라푼젤이나, 아이 때문에 나갈 수 없는 나나 갇혀있기는 매한가지인데 나를 찾는 왕자는 없으니…. 머리를 길러 정말 창 밖으로 던져라도 봐야 할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문득 그 남자가 다시 궁금해졌다.



그 남자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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