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라는 말에 이미 내포되어 있듯, 국제결혼은 태생적으로 두 사람의 거주지 이전 문제를 안고 있다. 함께 하기 위해서 두 사람 중 적어도 하나, 때로는 두 사람 모두 모국을 떠나야만 하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남편을 따라 독일로 넘어온 것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가듯 단순한 거주지 이전이 아니라 결국 "결혼이민"이었다는 것을, 나는 남편과 헤어진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살고자 하는 나라에 아무런 기반이 없는데도 남편의 나라라는 이유만으로 선뜻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하나는 결혼이민도 바로 "이민"이라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그 나라 사람이기 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결정된 그 나라로의 이민에서 만약 결혼이라는 전제조건이 빠진다면, 우리는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었을까?
분명 여러 나라를 꼼꼼히 비교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나라를 골랐을 것이다. 여행도 아니고, 유학도 아니고, 내가 평생을 살 나라이니 그 나라의 문화, 역사, 기후, 언어, 음식, 사람들 등 그 나라에 대해 파악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이민을 가기 전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비자와 보험을 준비하고, 살 곳을 마련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었으리라. 이민 가려는 나라의 경제상황을 파악하고, 이민자에 대한 법과 처우, 사회적 인식을 알아보는 것 또한 너무나 당연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 나라에서 내가 무엇을 해서 먹고살지, 아니 생계가 불투명하다면 그 나라로의 이민 자체를 다시 고려해 봤을 것이다.
내 생활, 내 경력, 내 가족과 친구들, 내 나라에 남겨질 이 모든 삶과 추억들을 뒤로한 채 정말 떠나서 밑바닥부터 시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애당초 그 남자가 없었더라도 과연 지금의 이 나라를, 아니 이 이민 자체를 원했을까?
이민 결정 이전에 오랜 기간에 걸쳐 심사숙고했을 이 많은 단계들을, 우리 결혼 이민자들은 사랑이라는 핑크빛 날개를 달고 때로는 너무나 쉽게 훌쩍 넘어 버린다.
- 아이, 우리 남편이 있는데 뭐.
- 한국보다 선진국이라 아이 낳고 키우기도 좋잖아.
- 남들은 못 나와서 안달인데!
- 외국 생활, 재미있고 근사하잖아.
- 말도 못 하는 남편이 한국 들어와서 고생하는 것보다 내가 나가는 게 낫지.
- 어차피 나보다 남편이 더 잘 벌 텐데 남편 커리어를 생각하는 게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이겠지.
- 일단 몇 년 나가 살다가 애들 좀 크면 주재원 신청해서 한국에도 들어오고 왔다 갔다 하며 살면 되지.
국제결혼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의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그 특유의 드라마틱한 면 때문에 낭만적인 분위기에 도취된 당사자들이 현실을 바로 보는데 유난히 어려움을 갖게 한다.
물론 그런 콩깍지가 국제결혼에 따르는 험난한 과정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도 사실이며, 그로 인해 마지막에 아름다운 결실을 맺게 되는 것도 축복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 삶은 안타깝게도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뒤에 왕자는 말이 통하는 자국 공주와 눈이 맞아 공주에게 일방적으로 이혼을 요구하기도 하고, 공주는 자기가 낳은 아기를 빼앗기고 황무지에 버려지기도 한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국제결혼 한국인 여성들이 현지인 남편과 헤어지고 여러 가지 이유들로 그 나라에 발이 묶이거나 때로는 그 나라에서 쫓겨나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줄 아는가?
내가 그 일을 겪고 글을 쓰기 시작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람들의 소식이 꾸준하게 들려온다.
결혼이민도 "이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민을 결심했다면 다른 모든 이민자들과 마찬가지로 철저한 이민 준비를 해야 그나마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결혼이민이 조금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일반 이민이 혼자 하는 달리기라면, 결혼이민은 그와 나의 이인삼각 달리기이기 때문이다. 더 복잡하면 복잡했지, 결코 더 단순할 수는 없다.
잊지 말자! 결혼이민도 이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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