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사는 한독 커플의 특징

by 뿌리와 날개

행복하다고 깨를 볶는 수많은 국제커플들의 사연 속에서 홀로 국제이혼의 과정을 써왔다.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이번에는 반대로 7년 간 수도 없이 파경을 맞는 국제커플들을 보게 되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정을 꾸리는 국제커플은 늘어만 가는데 과연 이 중에 백년해로를 하는 커플은 몇이나 될까?


만약 그런 커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을까? 있다면 그 비결이 다른 커플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국제결혼 안내서'의 집필을 기획하면서 18년 이상 행복하게 사는 한독 커플들의 사연을 수집했다. 나의 영향력이 미약하다 보니 1년이 넘도록 사례가 몇 건 되지 않아 통계자료로 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의미한 공통점이 있기에 소개한다. 이 점을 유의하고 참고하기 바란다.








먼저 모든 당사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것은 힘의 균형이었다.


국제결혼은 필연적으로 힘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이 일군 기존의 삶을 희생해야 하고, 그 희생을 기초로 가정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고, 배우자의 나라로 넘어온 쪽에서는 결혼 생활 내내 그 힘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했다.


그것이 무너질 때 가정의 위기가 찾아오며, 한번 무너진 균형은 다시 제자리를 찾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그들은 경제적 독립과 자립심을 들었다. 내가 인터뷰한 커플들 중 독일인 배우자와 살면서 경제력이 없는 결혼 이민자 여성은 없었다.


다들 독일인 남편이 아쉽지 않은 경제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나라에서 살든 본인의 경제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었다.


결혼 당시에는 독일에서 경제력이 없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아 결혼 생활 10년이 훌쩍 넘어 비로소 경제력을 갖추기도 했다.


그들은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남편에게 기대지 않고도 스스로 설 수 있는 능력, 언제든 갈라서게 되더라도 내 자식은 내가 아쉬운 소리 안 하고 키울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은 갖춰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실천했다.


그리고 경제력에서 오는 당당함을 바탕으로 타국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결혼생활을 지켜냈다.








파경을 맞는 국제커플들과 비교해 내가 그들에게서 발견한 특징은 네 가지 정도였다.


첫째, 자녀의 출산이 비교적 늦다.


18년 넘게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한독 커플들은 나이에 비해 자녀의 출산이 비교적 늦었다. 이것은 이 커플들이 결혼 전 동거를 포함한 교제기간을 길게 가졌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


이들은 오랜 시간 교제하고 결혼 전 동거의 과정을 거치며 서로를 충분히 알아갔다. 그리고 이민자 배우자가 현지에 적응해 자립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그런 뒤 신중하게 자녀를 출산했다.


반면, 파경을 맞는 커플들은 보통 결혼 전 동거의 과정이 없거나, 교제 기간이 1,2년 안팎으로 짧았고, 그러면서도 자녀의 출산은 또 결혼하고 2-3년 이내로 일렀다.


파경을 맞는 커플들의 결혼 유지기간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었다. 1,2년부터 10년, 15년 차까지 다양했기 때문이다.


둘째, 결혼 이민자인 한국인 여성의 자아가 매우 강하다.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그들이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자아를 지녔다는 점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인 남성과 가정을 꾸렸더라면 가정불화 및 이혼의 소지가 다분했을, 소위 말해 '대가 센' 사람들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바로 이러한 그들의 성정이 국제결혼을 성공적으로 이끄는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다들 한두 번씩 파경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결혼생활을 지켜낸 커플들의 경우 한국인 아내가 이혼도 불사하고 자기주장을 밀고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고 독일인 남편의 존중을 받아냈다.


반면 파경을 맞는 커플들은 이럴 경우, 대부분 한국인 아내가 독일인 남편의 뜻에 따라 본인의 의지를 굽히는 선택을 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셋째, 두 사람만의 끈끈한 유대관계가 있다.


이것은 다시 그들의 교제기간이 긴 것과도 연관이 있다. 이들은 함께 한 세월이 긴 만큼, 함께 헤쳐나간 사연도 많았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오직 두 사람만 알 수 있는 사건들을 바탕으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것은 때로는 가치관의 합일로 드러나기도 했다. 특정한 신앙이나 공통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두 사람만의 끈끈한 세계관을 형성해 그 안에서 관계가 단단해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끈끈한 유대관계는 그들의 관계가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그 인연이 끊어지지 않도록 두 사람을 이어주었다.


파경을 맞은 커플들도 대부분 한 둘 이상의 자녀가 있기 때문에 국제커플을 이어주는 것은 자녀의 유무가 아니라 이 유대관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넷째, 배우자의 인간성에 대한 신뢰와 감사함이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배우자의 인간성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었다. 배우자가 결점 없는 완벽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다. 함께 살며 어려운 점도 있고, 나를 힘들게 하는 점도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자의 인간 됨됨이에 관해서는 모두 한결같이 말했다.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또한, 함께 했던 시간들이 쉽지만은 않았을지언정 상대방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 감사함은 어떤 면에서는 한국인 특유의 측은지심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나와 젊은 시절의 동고동락을 같이하고 이제는 함께 늙어가는 배우자에 대한 짠한 마음이랄까?








인터뷰를 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그녀들의 비교적 강한 기질이 국제결혼을 유지하는 데에는 오히려 필수 요소와 같았다는 점이다.


나 역시 많은 부분을 독일인 남편에게 맞추며 유순하게 살았지만, 돌아온 것은 존중이 아니라 무시였다. 이것은 국제결혼을 한 많은 한국인 배우자들 뿐만 아니라 이민자 대다수가 독일 사회에서 살아가며 공감하는 점일 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기본적으로 대가 세다. 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상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나 역시 그 정도의 강단과 힘은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에서 나고 자란 남편과 불리한 위치에서 동등한 부부생활을 영위하는 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한국과 독일 사회가 추구하는 인간상이 다르다는 것을 빨리 파악하고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독일인 배우자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면, 서둘러 아이를 갖기보다 차라리 둘만의 시간에 집중하고 둘 사이의 정신적 유대를 견고하게 만들기 바란다.


이것이 결국 오래도록 행복한 한독 커플의 관계 유지 비결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Sharomk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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