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두 사람이 상대방의 언어보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내 나라와 상대방 나라의 혼인 및 이혼에 관한 가족법이다.
혼인신고만으로도 이미 자국민끼리의 결혼보다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혼에 관련된 법까지 알아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 상대국가의 언어를 모른다면 한국어로 상대국의 법에 관한 정보를 찾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너무나 중요하다. 결혼은 연애와 달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법적 계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인 신고 상태와 가족의 성, Family Name은 결혼 생활 중에도, 또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국제 커플들의 혼인신고에 관한 경우의 수는 생각보다 많다.
- 한국과 상대 국가, 양쪽에서 모두 혼인신고를 한 경우
- 한국이나 상대 국가 중 한쪽에서만 혼인신고를 한 경우
- 제3 국에서만 혼인신고를 한 경우
- 제3 국에서도 혼인신고를 한 경우
- 두 나라 모두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양쪽 국가나 제3 국에서 사실혼으로 사는 경우 등등
이러한 다양한 상황에서 이혼을 하게 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 한국과 상대 국가, 양쪽에서 모두 혼인신고를 했고 둘 중 한 국가에서 이혼하는 경우
- 양국에서 모두 혼인신고를 했고, 양국에서 동시에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
- 양국에서 모두 혼인신고를 했고, 한쪽이 한쪽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
- 두 나라 모두 혼인신고를 했는데 제3 국에서 이혼하는 경우
- 둘 중 한 국가에서만 혼인신고를 한 상태에서 상대국 또는 제3 국에서 이혼하는 경우
- 제3 국에서만 혼인신고를 했는데 한국이나 상대국 또는 양국에서 동시에 이혼을 진행하는 경우
- 제3 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그곳에서 이혼하는 경우
여기에 만약 둘 사이에 아이까지 있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다. 그런데 내가 그런 상황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나라의 언어를 못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국제결혼이 위기에 봉착했을 때 많은 결혼이민자 한국인 여성들이 지나야 할 첫 번째 어려움의 관문이다.
얼핏 읽어봐도 감이 오겠지만, 이 결혼이 깨지게 되면 이혼절차를 진행시키는 것부터 이미 난이도가 상당하다. 싸우다 열받으면 "이혼해!" 한마디 하고 이혼 서류 작성해서 식탁 위에 올려놓는 그런 선택지가 국제커플에게는 없는 것이다.
내가 독일에서 독일인 남편에게 이혼을 "통보" 받았을 때 나는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내가 처한 상황에 딱 맞는 법률 케이스를 인터넷에서 한국어로 찾을 수도 없었을뿐더러 독일어도 못하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기 때문이다.
혼자서 독일어 사전을 열고, 구글로 집 근처 변호사들을 뒤져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최대한의 거리 내에서 사진 상으로 유능해 보이는 변호사를 찾아 우는 아기를 달래 가며 나도 울며 한 시간이 넘도록 더듬더듬 상담 문의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이었다.
- 내가 변호사 비용을 감당할 돈이 있든 없든
- 내가 현지 법률에 관한 지식이 있든 없든
- 내가 현지 언어를 할 수 있든 없든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로 관계가 맺어진 이상 모든 법적 절차를 정식으로 거쳐 서류를 정리해야만 혼인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 단계에서 조금 싸워보다 자포자기하고 현지인 배우자가 원하는 대로 두는 경우도 의외로 많다.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드니 다 뺏기더라도 일단 몸만이라도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아이가 있다면, 그런데 또 현지인 배우자가 아이를 데려가려고 한다면 자포자기마저도 사치다. 아기를 빼앗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와 내가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하는 지옥문은 이때부터 열린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국제이혼 안내서"에서 다룰 예정이기에 혼인신고에 관한 것은 이 정도에서 마무리하겠다.
내가 한국에서 살았더라면 이혼을 결심하기도 전에 이미 이혼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얻었을 것이다. 내 나라고 내 모국어이며, 인맥이 있기 때문이다.
법 역시 상대적으로 자국민에게 유리하며 외국인에게 배타적이다. 자국민의 힘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람과 결혼하고 국가에 공식적으로 혼인신고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혼인신고 내용을 검토하고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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