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는 국제커플들에게 묻고 싶다. 결혼하면 누가, 무엇을 해서 돈을 벌고, 앞으로 어떻게 가정을 부양해갈지 두 사람이 함께 계획한 것이 있느냐고 말이다.
국제커플뿐만 아니라 의외로 많은 부부들이 이 부분, "돈"과 "수입"에 대한 정확한 대화나 계획 없이 결혼하고 차후에 그로 인해 갈등한다.
한국에서 내 부모 세대는 일반적으로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했고, 그러면서도 많은 경우 어머니가 가정의 경제력을 쥐고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도 아내가 주는 용돈으로 궁핍하게 살거나 아내 몰래 비자금을 만드는 모습이 남편의 전형인 양 그려져 왔다.
물론 요즘은 한국도 많이 달라졌다. 연애할 때부터 이미 데이트 통장을 만들고, 맞벌이는 필수이며 결혼을 해도 월급과 통장을 각자 관리하는 등 사회 풍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 언급했듯 독일의 사회 분위기는 한국보다 한 세대 정도 앞서 있다. 결혼한 커플이라 할 지라도 각자 독립적인 경제권을 가지고 능력에 맞춰 집안의 경제력을 분담하는 형태가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물론 커플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한국처럼 가정주부인 아내가 남편이 벌어오는 돈을 대신 관리하며 경제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바꿔 말하면 한국인 아내인 당신이 독일에서 스스로 돈을 벌어서 경제력을 행사하지 않는 한, 당신은 늘 독일인 남편에게 생활비를 타 쓰며 그에게 종속된 생활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처음 아기와 함께 Krabbelgruppe(한국의 문화센터 영유아반과 비슷한 개념으로 육아와 친교를 목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동네 엄마들 모임)에 갔을 때 그곳에서 직업이 없는 엄마는 나뿐이라 아주 놀랐던 경험이 있다.
"순진한 결혼 이민자" 여성들은 이 부분을 간과한다. 우리는 가족이니 남편이 나를 책임지는 것도, 남편의 나라에서 내가 경제력이 없다는 것도 당연히 여기기 쉽다.
그러나 알아둬야 한다. 결혼을 한다고 직장을 관두거나, 젊고 건강한 사람이 신생아도 아닌 아이를 키우면서 전업주부를 하는 이러한 형태는 현재 독일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출산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이 직장을 관두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학업이나 직업교육을 제대로 받은 대부분의 독일 여성들은 출산 후 유급으로 육아휴직을 하며, 1년 내외로 복직한다.
물론 출산 및 양육을 직장생활과 양립시키는 것은 독일 여성에게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Mutterschutzgesetz(모성보호법)과 같이 제도적으로 잘 보완하고 있는 것이며, 독일 남성들 역시 육아와 가사에 적극적인 것이다.
직장을 갖고 스스로 돈을 버는 일은 성인이라면 당연한 일이며, 이러한 사회에서 나고 자란 당신의 독일인 남편 역시 당신에게 이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독일에서 당신이 직업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비전을 갖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이민자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으며, 남편에게 어떤 지지를 원하는지, 또 남편은 그에 관해서 어떤 의견과 계획을 갖고 있는지 서로 솔직하게 묻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혼을 하는 국제커플의 경우, 재산분할 역시 큰 이슈다. 한국인 아내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아예 없거나 두 사람의 재산이 없을 때에는 비교적 간단하다.
그러나 공동의 재산, 집이라도 한 채 있다면 말이 달라진다. 이혼하는 마당에 재산 조금 더 가져가라고 양보하는 배우자는 없기 때문이다.
의외로 많은 한국인 배우자들이 독일인 남편의 재산 정도에 대해 무지하다. 본인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경제권이 없기도 하고, 부족한 언어 실력 및 불평등한 부부관계로 인해 경제권에 대해 제대로 개입하거나 파악이 어려운 것이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공동재산과 명의에 관한 일이다.
결혼생활 이전이나 과정 중에 함께 형성한 재산, 또는 분명 한국인 여성이 결혼 전 혼자 형성한 재산인데 세금폭탄을 이유로 들며 남편이 독일 재산에 대한 명의를 본인 단독으로 하자고 해 따른 경우가 왕왕 있다.
이혼하게 되면 이것은 당연히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다. 참으로 긴 얘기지만 간단히 얘기하자면 이혼한다고 해서, 재산 분할에 관한 법이 법전에 나와 있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있는데도 판사가 알아서 나에게 내 권리를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나눌 재산이 있는 경우, 독일인 남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동원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결을 이끌어 낼 것이다.
이로 인해 몇 년에 걸쳐 기약 없이 늘어지는 재판 과정 속에 끝도 없이 고통받는 한국인 여성들을, 지난 7년간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러니 남편을 믿더라도 재산 소유권을 두고 남편에 대한 자신의 사랑과 신뢰를 증명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사랑은 가고, 서류는 남으며 사람의 마음은 변하고, 법적 권리는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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