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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r 14. 2023

자식 외 아무것도 없는데 독일 취업? OK!

5탄ㅣ극현실 일자리

5탄 이어서 갑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부터 더 이상 풀타임 잡을 위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사회복지 관련 분야에도 더 이상 지원을 하지 않았고요. 열등감을 버렸다고 했잖아요.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직장에 대한 욕망들이 사실은 진짜 나의 욕망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라캉이 그랬잖아요.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이 말을 대학 때 처음 들었을 때는 이게 뭔 개소린가 했는데, 그 말을 알겠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인지 아세요? 여러분이 만약에 예뻐지고 싶고 날씬해지고 싶다면 그건 진짜 여러분이 그런 자신의 몸매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런 여성을 원하는 남성의 욕구가 내 안에 투영되었기 때문에 그렇다는 거예요.


내가 무인도에 평생 혼자 살면 평생 보톡스 맞고 다이어트하고 운동하면서 그렇게 피곤하게 힙업을 시키고 식욕을 절제하겠어요? 그냥 살겠죠. 그러니까 예쁘고 날씬한 여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여자들의 욕망이 아니라 남자들의 욕망이라는 거예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학생들의 욕망도 마찬가지죠. 공부 잘하는 학생을 원하는 선생님, 그런 학생을 부러워하는 친구들, 그런 자식을 원하는 부모님의 욕구가 내 안에 반영이 된 거죠.


그런데 우리는 사회 속에서 늘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니까 내가 추구하는 욕망이 순수한 나 자신의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아니면 그것이 섞인 것인지 정확하게 알기 어렵죠. 그런데 열등감을 벗어버리는 과정을 통해서 저 자신과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돼요. 그러면서 저는 제 안의 진짜 욕망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 독일에서 싱글맘이나, 또는 남편이 있건 없건 한국 학력을 가진 외국인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일자리들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처럼 능력도 없고, 취직이 안 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어요.


일단 독일어가 안되고 구직을 도와줄 인맥도 전혀 없다면 그냥 아무것도 못하신다고 보면 돼요, 독일에서는. Putzfrau라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계단 청소해 주는 일 같은 거나 블랙잡으로 주말에 부잣집 화장실 청소 같은 거 할 수 있는데 이것도 누가 알선을 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경로를 뚫어야 되니까.


그래서 독일어를 못하시는 것보다 치명적인 건 친구가 없는 겁니다. 독일어는 천천히 배워도 되니까 친구는 반드시 만들어 두시기를 추천해요. 참고로 독일 남자랑 결혼해서 사시는 한국 분들, 남편 친구나 남편 친구의 여자친구들은 여러분의 친구들이 아닙니다. 남편하고 완전히 독립된 나만의 인간관계를 만드셔야 돼요.


그다음으로 독일어가 좀 되시면 좋죠. 빵집이나 카페, 식당에서 서빙하거나 각종 마트에서 캐셔로 일 할 수 있습니다. 450유로까지는 아르바이트라서 세금을 안 내도 되기 때문에 보통 독일유학생들이 많이 하는 일이고요.


여기에 면허까지 있으시다면 Pflegedienst라고 해서 집집마다 다니면서 노인분들, 장애인 분들 집안 살림 도와주고, 장 보는 거 도와주고, 병원이나 약국 같은데 모셔다 드리고 하는 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거 경력단절 된 사람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돈 벌어야 할 때 많이 해요. 간호조무사 경력 같은 거 있으시거나 자격증 있으면 주사도 놓을 수 있는데 그러면 보수가 확 올라가겠죠?


저처럼 한국 대학 졸업장 있고, 독일어도 곧잘 하고 그러면 인근 초등학교에서 OGS라고 방과 후 활동 교사를 할 수 있어요. 물론 정교사에 비하면 형편없는 보수지만 그 사람들은 교육대학원까지 5년 공부하고 그 지옥 같다는 교생실습도 견뎌낸 사람들이잖아요? 방과 후 교사로도 먹고 살만 하고요.


Schulbegleitung이라 그래서 반마다 정서장애나 신체장애, 정신지체장애 있는 아이들 옆에 끼고 일대일로 도움 주는 그런 일도 하면 한 달에 800유로 법니다. 독일에서 일하고 살 때 제일 고통스러운 게 한 달에 30만 원이 넘는 보험료잖아요? 그게 커버가 돼요.


그래서 싱글맘들이 직장 잡을 때 항상 보는 게 보험료 커버 여부랑, 방학 때 쉬는지 여부입니다. 학교에서 일을 하면 좋은 게 우리 애 학교 방학일 때 나도 같이 방학을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 케어가 수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입은 적어도 시간도 여유롭고 아이 키우면서 일하기에 좋은 슐베글라이퉁을, 외국인뿐만 아니라 독일인 싱글맘들도 많이 합니다.


전남편 하고 이혼해서 사시는데 마당 딸린 집이 있다거나 하신 분들 있을 거 아니에요? Tagesmutter도 한번 알아보세요. 유치원 가기 전에 소수 정예로 일반가정에서 애를 봐주는 어린이집 같은 건데 아동복지 때문에 마당 딸린 집이 있어야 허가를 내줘요.


몇 달 직업교육만 받으면 자격증 바로 나오는데 하루에 최대 4시간 정도 애 봐주면서 두당 200에서 250유로 정도 받을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아기 4명만 보면 천 유로 그냥 벌죠? 이것도 애 좋아하는 사람들은 추천입니다.


그 외에는 뭐 인근학교나 어학원에 한국어 강사 정도? 그런데 이것도 요즘은 어지간한 중소도시에도 다들 한국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하기 어려우실 거예요. 우리 동네도 독일에서 박사까지 나온 한국인 한 분이 한국어 수업을 다 잡고 계시더라고요. 보통 저녁 6시 이후에 이런 수업은 깔리기 때문에 싱글맘은 시켜줘도 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마지막 플랜으로 생각했던 일이 슐베글라이퉁이에요. 그나마 이게 좀 안정적이고, 노동강도 대비 보수도 좋고, 사회복지분야에서 경력도 되는 일이기 때문에.


독일에서 직장을 잡으시려면 실무능력을 많이 보기 때문에 경력이 정말 정말 중요해요. 서류가 좀 미비해도, 스펙이 좀 딸려도 이미 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버리면 어느 순간 경력이 스펙을 넘어버립니다. 물론 분야마다 다르겠지만.


그리고 전혀 전공하고 안 맞아도 일단 허드렛일로 어떻게 어떻게 끼여 들어가서 일 배우면서 인맥을 쌓고 그걸 바탕으로 아주 조금씩 일의 난이도를 올려가면서 직장을 바꾸다 보면 기회가 찾아온다고 하거든요? 그런 걸 Quereinsteigen이라 그래요.


사회 초년생을 Einsteiger라고 하는데 올라탄다는 거죠, 노동시장에. 그런데 이거는 비스듬히 올라탄다는 거예요, 전공이랑 무관하게. 그래서 Quereinsteiger라고 하는 거예요. 한국에서 인문대, 어문대나 예술계통도 마찬가지죠, 그런 거 공부해서 여기서 생뚱맞게 다른 분야에서 구직하시면 전부 크베아아인슈타이겐입니다.








그걸 항상 마지막 플랜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는 열등감을 버리면서 진짜 제가 살고 싶은 삶에 대해서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저를 대면하게 되잖아요. 내가 책임질 자식이 있고, 내가 5년 동안 대학공부를 하고 유학도 했고, 남 앞에서 번듯한 직장을 다녀야 되는 사람이고, 이런 거 다 집어치우고.


그래서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데?

열등감도 사라진 마당에
당장 내일 죽을병에 걸려
한 달 시한부가 됐을 때

네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으면
행복할 거 같은데?



그렇게 물어봤더니 저는 그냥 지금까지 해오던 거 그거 계속하면서 살고 싶더라고요. 제가 살아온 삶 그리고 저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는 글을 계속 쓰고 싶었어요. 거기다 더해서 이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통해서 저의 영역을 좀 확장해보고 싶었어요. 블로그, 브런치까지는 전혀 돈이 안 됐잖아요.


그런데 유튜브는 어쨌거나 영상을 올려놓으면 한 푼, 두 푼, 돈이 쌓이는 시스템이니까. 그리고 영향력도 어마어마하죠. 또 누가 압니까? 유튜브로 출간제안이나 강의가 들어올지? 그동안은 항상 몸을 사리고, 저를 최소한으로 노출해 왔는데 이제는 좀 적극적으로 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시작을 하게 됐고.


그렇게 큰 틀을 잡고 나니까 이제 돈이 문제죠? 유튜브로 수익을 언제 창출할지도 모르고 현실에서 돈이 필요한 건 맞으니까. 그리고 저는 전업 유튜버가 될 생각이 전혀 없거든요. 그런데 나의 솔직한 욕망과 독대를 딱 하니까 직함이나 직위, 심지어 연봉조차도 나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놀랍죠? 남의 시선이나 대접을 의식하지 않을 수 있어지니까 어마어마한 변화가 찾아오는 거예요. 갑자기 삶의 난이도가 너무 쉬워지는 느낌? 그냥 나답게, 내 식대로, 내 마음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제가 당장 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일 중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걸 골라봤어요. 경력, 이력 이런 거랑 아무 상관없이 그냥 내 성격하고 맞는 거. 그래서 저는 카페나 식당에서 서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저는 다양한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낯선 사람, 자주 바뀌는 환경에 스트레스를 거의 안 받는 사람이거든요.


이런 거 힘들어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맨날 낯선 사람 상냥하게 상대하는 일. 근데 저는 깊은 관계, 오래 관계 맺는데 드는 에너지가 더 버거운 사람이라 가벼운 만남, 스몰토크 이런 거 좋아하고 오히려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빈이가 학교가 있는 시간 동안 주 3일 정도 알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트에서 일을 하더라도 사람이 적은 비오 마트 같은데. 리들이나 알디는 너무 바쁩니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영상을 제작하는 일은 정신적인 노동강도가 세요. 집중도나 몰입도가 엄청나거든요. 또 제 채널이 남이 만들어놓은 영상물이나 지식을 2차 가공해서 만드는 그런 채널이 아니잖아요. 전부 제가 경험하고 소화해 내서 저만의 언어로 창조를 한 뿌리와 날개 고유의 세계란 말이에요. 그래서 작업을 하고 나면 한동안 머리를 진짜 푹 쉬어줘야 합니다.


그렇다 보니까 현실세계에서는 머리를 안 쓰는 단순노동을 하고 싶었어요. 더 이상 독일어 때문에 골치 썩기도 싫고, 서류실수할까 봐 긴장하고, 집에 와서도 업무능력향상을 위해 다시 공부해야 하고 이딴 거 말고, 편한 거. Locker und Chillig! 매장에 있는 동안만 상냥하고 친절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아요.


제가 이렇게 마음을 바꿀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독일이라는 생활환경입니다. 돈 잘 버는 전남편이 매달 양육비 잘 주고 있고요. 정부에서 양육수당 또 따로 나오죠. 그리고 각종 싱글맘 혜택이 큽니다. 알바로 남들 버는 거 반만 벌어도 저랑 빈이는 평범한 수준 유지하면서 살 수 있고요.


저만 개의치 않으면 제가 어떻게 살든 아무도 터치 안 하고, 평가 안 하고, 폄하도 하지 않습니다. 감사하고 편안한 일이죠. 물론 10년, 20년 뒤를 생각하면 갑갑함에는 끝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거 생각하면 계속 쪼그려 살아야 돼요. 악몽 꾸고, 자다가 벌떡벌떡 일어나야 되고.


 그런데 지난 7년 그렇게 미래 걱정하면서 달달달달 떨고 살아봤거든요? 별로 도움 안 됩니다, 사는데. 마음만 병들고. 까놓고 말해서 모르죠, 그 미래가 올지 안 올지. 자기 목숨이 언제 다할지 누가 알아요, 안 그래요? 내일도 모르는 게 우리 인생 산데.


그래서 그런 미래 걱정을 이제는 좀 집어치우고 당장 오늘부터, 오늘만 잘 살기로 했습니다. 지금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무슨 백년지대계입니까. 취직을 해야지, 취직을 하더라도 경력이 되는 분야에서 시작해야지, 안정적이어야지, 커리어를 발전시켜야지 막 그런 생각, 욕심 다 벗어버리고 나니까 얼마나 편안하던지!


그래서 그렇게 11월 4일 첫 영상으로 시작한 유튜브가 빠르게 성장을 해서 감사하게도 두 달 만에 이렇게 수익창출을 하게 됐고 벌써 사천 구독자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11월에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바쁘게 지내던 와중에 아는 사람 소개로 면접을 보러 갈 일이 생깁니다. 그리고 12월이 되니까 또 하나가 생기고, 2월에도 또 하나가 생겨요. 웃기죠? 제가 이력서 돌리는 걸 중단하면서부터 조금씩 일자리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다음 영상에서부터는 제가 면접 보러 다닌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일이 어떻게 풀려갈지 여러분도 슬슬 궁금하시죠? 저도 그래요. 사는 게 이래서 재밌는 겁니다, 한 치 앞도 모르기 때문에. 그럼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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