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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08. 2023

한국 여자는 왜 유럽에서 순종적으로 보일까?

국제결혼과 동서양 문화차이 제2탄

1탄에서는 여러분이 왜 그 서양인 배우자를 고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살펴봤죠? 전편에 이어서 오늘은 그럼 여러분의 서양인 배우자가 왜 여러분을 고르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짚어보겠습니다.


서양인 남자가 여러분과 결혼을 결심했다면, 여러분은 그 남자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개인적인 미적 취향에 들어맞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 남자의 미적 취향이라는 건 어떤 사회적 통념이나 객관적으로 정해진 미의 지표에 따른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이 남자 본인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인 거예요.


여러분의 외모가 한국에서 그동안 어떤 식의 평가를 받아왔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 남자의 현지인 친구들이 모두 여러분의 아름다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상관없이, 여러분은 그 남자의 눈에 매우 아름다운 여성입니다.


흔히들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라고 하잖아요? 이 부분을 성별만 바꿔서 반대로 대입해도 똑같습니다. 서양인 여자가 여러분과 결혼을 결심했다면, 여러분의 지금까지의 능력이 한국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던 개의치 마십시오. 학력이 어떻건, 연봉이 어떻건, 나이 오십에 집이 있건 없건 그 여자의 눈에 여러분은 최고의 남자입니다.


한국에서는 타인의 외모를 참 쉽게 평가하고, 조건비교도 자주 하죠. 사회 분위기 자체가 유럽에 비해서 그런 비교나 평가에 거부감이 매우 적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커플을 보고도 누가 더 잘났네, 누가 더 아깝네 하는 말들을 참 쉽게 하는데, 국제연애 하고 계신 분들 중에 혹시 그런 것 때문에 주눅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전혀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분의 서양인 애인이나 배우자가 여러분에게 아름답다고, 멋지다고 하는 말을 그냥 믿으세요. 이 사람들은 여러분이 누군가보다 더 우월하기 때문에 또는 더 나은 조건을 가졌기 때문에 여러분을 사랑하는 게 여러분이 지금 여러분, 그 자체로 이미 더할 나위 없이 황홀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한국에는 결혼적령기라는 The right Time이 있는 반면, 유럽에는 내가 찾던 그 사람이라는 The right One의 개념이 있습니다. 감이 오시나요? 한국사회에서는 혼기가 차게 되면 지금 만나는 사람이 뭔가 조금 긴가민가해도, 한국사회의 기준, 소위 말해 “조건”이라는 게 얼추 맞으면 대부분 결혼을 진행하게 됩니다.


반면, 유럽에서는 아무리 가정을 꾸릴 계획이 있는 사람이라도 이 결혼하고 싶은 상대방, 자신만의 더 라이트 원을 못 찾으면 결혼을 안 합니다. 제 때에 누군가를 찾아서 결혼 제도 안에 안전하게 골인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이 소중하고 한 번뿐인 삶을 과연 어떤 사람과 함께 해야 내가 평생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이 사람들이 원하는 결혼이라는 개념의 본질이기 때문에 그래요.


그래서 유럽에는 결혼하기 좋은 배우자라는 천편일률적인 사회적 기준도 딱히 없습니다. 그냥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사람을 알아서 찾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회문화 속에서 나고 자란 여러분의 서양인 배우자가 여러분을 골랐다면 그건 여러분과 함께 할 때 그가 정말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그냥 피상적이고 두리뭉실한 느낌이 아니라, 여러분의 내면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찾아 헤매왔던 그 사람만의 가치를 찾아냈을 확률이 높습니다.


유럽의 아이들은 청소년기에 공부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활동과 취미생활, 연애와 섹스까지 경험하면서, 또 “나”가 중요한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충분히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만의 철학이 꽤 잡혀있다고 했죠?


그래서 독일의 스물다섯은 한국의 서른다섯과 비슷한 수준의 삶의 경험이 있고, 나름의 철학과 통찰이 있습니다. 참고로 인성과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얘네들은 자기가 추구하는 가치가 비교적 명확하고, 그런 가치를 가진 이성을 찾아 헤맵니다. 내가 누군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나에게 딱 맞는 바로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게 바로 10년 사귄 여자랑 헤어지고 3개월 만난 여자랑 결혼했다는 스토리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보통 남자가 ±!@#!@$%#$%가 됩니다. 유럽에서는 남이사, 알 바야 쓰레빠야 입니다.


얼마를 만났든 결혼해야 한다는 외압도 없을뿐더러 이 여자가 ”내가 찾던 그녀“가 아니니까 결혼을 안 하는 겁니다. 여자도 이해해요. 그래서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아도 인정하는 거예요. 물론 7억 4천만 유럽 인구 하나하나가 다 이렇게 칼 같지는 않겠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서양인 배우자는 여러분과 자신의 삶의 가치관이 잘 맞다고 생각할 거고, 살다가 안 맞더라도 여러분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여러분이 가진 내면의 가치를 존중할 겁니다.


여러분이 뭐가 모자란데 살아가면서 고쳐 살 생각으로 고른 게 아니라 여러분 지금 모습 그 자체로 평생을 함께 할 만하다는 확신이 들어서 결혼을 하는 거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그 남자는 세상 누구와 함께 있을 때보다 마음이 편안하고 무척 즐거울 겁니다.


엘리베이터에 빈 공간이 충분해도 한 세 사람만 들어있으면 다음 걸 탈 정도로 자기 공간에 나 이외의 사람을 함부로 들이지 않는,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문화에서 자란 이 서양사람들에게 내 공간을 공유하는 파트너라는 건 그런 의미입니다. 나의 공간에 언제, 어느 때든 함께 있더라도 불편하지 않은 사람.


이 개념들도 잘 기억을 하셔야 돼요. 나중에 결혼하고 서양인 파트너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행동들에 대해서 소개할 때 다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서양인 남편은 한국인 아내가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모습, 언제나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때로는 낯설고 어렵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깝기도 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바등거리지 않아도 여러분은 이미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디어나 각종 정보들을 통해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동양인 특유의 근면함이라고 머리로 이해합니다. 모든 면에서 독립적인 서양 여자들과는 달리 의존적인 편이라 피곤한 것도 사실이지만, 물건을 드는 게 무거워 보여서 좀 도와줄래도, 너무 예뻐서 아름답다고 칭찬을 한번 하고 싶어도 성차별이니, 캣콜링이니 하며 여성을 억압한다고 앙칼지게 달려드는 서양 여자들과 달리 고분고분 여성스러운 매력이 있어서 귀엽고 다루기가 편한 점이 있다고도 느낄 겁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여러분의 서양인 남편은 같은 문화권에서 자란 여자들과 교제할 때에는 거의 느껴본 적 없었던, 자신 안의 남성성을 새롭게 자각하기도 하겠죠. 참고로 여기 독일 남자들이 덩치가 크고 수염이 덥수룩해서 굉장히 남자답다고 기대하기 쉬운데 성격은 한국 남성들이 훨씬 남자답습니다. 제가 보기에 독일 남자들의 내면은 유리알처럼 깨지기 쉬운 10대, 그것도 소년도 아니고 소녀들과 비슷합니다.


여러분이 아무리 한국에서 뭔 여자애가 이렇게 드세냐, 너무 대가 세다 하는 말을 듣고 크셨더라도, 일단 한국에서 나고 자라다가 나이 먹고 서구 문화권으로 넘어오셨다면 여러분은 여기서 아주 여성스러운 캐릭터로 비칠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서구 문화권 속에서도 뒤처지지 않으려고 당당하게 할 말 다 하고, 악착같이 살면서도 한국 여성들이 이 서양사람들에게 여성스럽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뭐 물론 상대적으로 체격이 아담한 것도 있겠지만 제가 봤을 때 기본적으로 한국 여성들은 본인의 배우자인 남편을 가족의 가장으로서 존중하고 챙기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존중과 의존은 상당히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결혼이라는 제도를 선택한 한국 여성들의 경우에 맞벌이를 하더라도 내 남편을 우리 집안의 제1가장으로 인식하는 마음이 기본적으로  깔리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존재를 상당히 든든하게 생각하고, 심적으로 의지하죠. 힘든 일 있을 때 남편은 내  뒤에 숨기고 내가 나서서 다 막아 내려면 뭐 하러 결혼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정서는 내가 무슨 현대식 교육을 못 받아서라거나 내가 의존적이라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가 결혼을 할 때 남편이라는 존재에게 기대하는 모종의 사소한 바람들은 나의 이성이 아니라 나의 마음, 정서와 맞닿아 있어요. 이 한국 남자가 아내를 무시하고 가부장적이라서 아내가 차려준 밥을 먹고 싶어 하는 게 아닌 것처럼 그냥 우리 안에 있는 자연스러운 정서란 말이에요.


그리고 이런 나의 정서는 내가 이런 전통적 가족 컨셉을 마음에 들어 하건 아니건, 또 내가 그 틀에 맞게 살고 싶던, 거부하던 그런 것과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이건 그냥 우리 무의식에 깔린 기본 프로그램 같은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가 이런 문화권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양 여자들에게는 이런 개념이 없어요. 이미 현존하는 20-40 독일 여성들은 남녀평등교육을 철저하게 받고 자랐기 때문에 남자랑 여자랑 똑같다는 게 이미 이 사회에서는 참인 명제고, 그래서 그 틀에 맞게 남녀가 맞춰서 살아갑니다.


게다가 니 인생은 니 인생, 내 인생은 내 인생으로 평행하게 굴러간다는 개념이 잡혀있기 때문에 서로 믿고, 협력하면서 가정공동체를 이끌어가기는 하지만, 이 남자가 우리 집의 가장이고,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나를 지켜주는 든든한 방패막이라거나 나와 내 아이들의 아빠라는 울타리 같은 느낌이 아닙니다.


그냥 나랑 같이 교대로 운전석을 바꿔가며 운전할 수 있는, 보조석 운전자 같은 느낌이에요. 같이 가다 방향 안 맞으면 누구 하나가 내리기도 하고, 운전자는 그냥 계속 운전하고 갈 길 가면 되는 겁니다.  








서양 아이들은 만 18세만 되면 부모로부터 주거 독립이 가능하다고 했죠? 그게 무슨 뜻이냐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남자애들도 WG 들어가 살면서 엄마 없이 삼시세끼 지 손으로 차려 먹고, 빨래해 입고, 설거지하고, 지 변기는 지가 닦고 산다는 말이에요.


다 큰 성인 남자인데 양말이나 팬티가 떨어졌다고 엄마가 사다 주는 찌질이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란 남자애들도 여자친구가 밥 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습니다. 둘 다 직장을 다니면 아무나 그냥 먼저 집에 온 사람이 밥 차리는 거예요.


그런데 한국 여자들은 보통 결혼이민을 오면 가정주부니까 자연스럽게,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살림을 하기 시작하죠. 게다가 외국 살아서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을 잘 못 먹으니까 스스로 해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 남자가 내 남자친구, 내 남편이니까 맛있는 거 같이 해 먹고 싶고, 잘 먹이고 싶고 그렇죠.


그래서 막 요리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게 또 이 서양 남자들의 눈에는 환상적으로 보이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 여자들이 결혼하고 막 남편 도시락을 싸주고, 매일 진수성찬을 차려주잖아요?


진수성찬이 별 게 없습니다. 워낙 요리를 안 해 먹고살거나 간단히 먹는 나라다 보니까 이 사람들은 일단 불을 써서 따뜻한 요리를 하거나 가짓수가 둘 이상이면 다 진수성찬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신혼 때 아내가 남편 밥 차려주는 게 로망이고 행복이고 그러니까 해주면서도 이상한 걸 못 느끼지만 여기 서구 문화권, 특히 독일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아침은 여자가 차렸으면 저녁은 남자가 차리거나, 아이가 없는 커플의 경우 각자 해서 먹는 경우도 흔하고요.


맞벌이하는데 며칠 연속 여자가 계속 밥을 차렸으면, 여자가 바로 주방에서 나옵니다. 내가 며칠 차렸으니까 이제 네가 차리라고. 남자가 돈을 벌어오고 여자가 요리를 한다는 그 전통적 여성상에 대한 반감 내지는 거부감이 상당히 큽니다. 아니 내 남편 입에 들어갈 밥 좀 자주 차려주는 게 그렇게 발끈할 일이야, 싶을 정도로 그 성역할이 고정되는 걸 혐오합니다.


이런 문화권에서 나고 자란 서양인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서 매일 같이 뜨신 밥을 하는 한국인 아내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이미 같이 산 지 오래된 국제커플들은 익숙해져서 다 잊어버렸을 수 있겠지만 초반에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세요. 아내가 매일 같이 그런 수고를 하는 것에 대해서 서양인 남편이 굉장히 미안해하고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기도 했을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고, 국제커플이 이혼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두 사람의 의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다음 영상에서 소개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세상 모든 한부모 가정을 향한 자유입니다!

다음 영상에서 봬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IBHkXcSqW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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