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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23. 2023

이혼한 내새끼를 살리는 말

이혼한 내새끼 시리즈 1/3

안녕하세요, 여러분! 독일 사는 싱글맘, 뿌리와 날개입니다. 지난번 주 시청층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우리 채널의 비밀이 풀렸습니다. 저는 분명 국제이혼한 사람들이나 2040 싱글맘을 타깃층으로 채널을 운영해 왔는데 왜 만 45세, 55세, 65세 이상 시청층이 총시청자의 70퍼센트가 넘어가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이번 주에는 실제로 제 채널을 시청하고 계신 분들의 관점에서 흥미로우실 수 있는 영상들을 제작해 봤습니다. 이름하여, 이혼한 내새끼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그 1탄 <이혼한 내새끼를 살리는 말>입니다.


이 영상을 시청하고 계신 분들 중에서도 이혼하고, 인생 밑바닥에 너부러져 있는 다 큰 자식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지 몰라서 안타깝게 속만 끓이고 계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그분들께 이 영상을 바칩니다.


그 첫 번째 시간인 오늘은, 제가 이혼으로 삶이 송두리째 휘청거렸을 때 실제로 부모님께 도움을 받았던 말, 또는 상처받았던 말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혼해도 괜찮다고 해주세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욕해도, 나를 낳고 길러준 내 부모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면 살만 합니다. 모든 자식은 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나이 육십 넘어서도 술만 마시면 부모 원망하는 사람들 많이 보셨죠?


전부 어릴 때 사랑받고 싶은데 못 받아서 그렇습니다. 얼마나 나이를 먹든 자식은 그런 겁니다. 이 마음속 밑바닥에는 언제나 그런 강렬한 애정의 욕구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부모님의 괜찮다는 진심 어린 한마디는 천 명, 만 명의 낯선 이들의 위로보다 큰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고, 엄마가 살아보니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되더라고, 아버지가 살아보니까 인생사 새옹지마 벌써부터 그렇게 좌절하지 말고 그냥 살던 대로 살라고 해주세요.


이혼하고 좌절한 자식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습니다. 그럴 때 부모님이 괜찮다고 해주시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러니까 수시로 괜찮다고 해주세요.


두 번째, 자식이 전배우자 욕을 하면 들어는 주되 같이 하지는 마십시오.


이혼을 하고 나면 한동안은 입에서 욕 밖에 안 나옵니다. 속이 부글부글하니까요. 고상한 척한다고 그거 다 삼키면 고스란히 병 됩니다. 그래서 뱉어내는 게 좋아요. 좋은데,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그렇습니다. 내가 그새끼, 그년 욕하는 거랑 남이 그새끼, 그년 욕하는 걸 내 귀로 듣는 건 또 다릅니다. 그게 내 부모님이라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 내가 하는 욕에 맞장구 쳐주면 좋긴 한데, 듣다 보면 그런 연놈 하고 산 나는 뭐가 되며, 또 그런 연놈 하고 사이에서 난 내 자식들은 또 뭐가 됩니까? 그렇게 산 내가 병신 같고, 그 사이에서 난 자식은 내 발목 잡는 원수 같고, 결국에는 내 마음에 상처만 남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미워도 이혼하고 정신줄만 겨우 붙잡고 있는 자식한테 말려서 같이 전 사위나 며느리 욕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혼한 사위, 며느리 욕을 같이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자녀분에게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자녀분이 그렇게 속상한 거 토로하면 비싼 수업료 냈다 생각하라고 말씀해 주세요. 원래 일타 강사 수업은 비싼 법입니다.


이혼한 자식은 지금 이 사건에 매몰되어서 방향을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전 배우자를 원망하고 욕하는 것도 이혼의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 자연스러운 하나의 과정이에요. 하지만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럴 때 부모님이 딱 중심을 잡고 끊임없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손가락을 가리키시면, 어느 순간 자녀분들도 전 배우자 욕을 그만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서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될 거예요.


세 번째, 자식을 거둔 건 당연한 일이면서도 장한 일이라고 항상 칭찬해 주세요.


지금은 네가 힘들더라도 지나고 보면 정말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날이 올 거라고, 자식을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 만큼 너에게 자식들이 많은 힘이 많이 될 거라고, 엄마도 살아보니 너희들 낳아 기른 게 세상에서 제일 잘한 일이라고 말씀해 주세요.


그러면 자식은 앞으로 배우자 없이 혼자서 아이들 키우며 살아갈 일이 두렵기보다는 힘이 남과 동시에, 나를 향한 부모님의 사랑도 느낄 겁니다. 내가 이렇게 인생의 낙오자같이 느껴지고 비참한 순간에, 나도 내가 싫은 이런 상황 속에서 그런데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나를 낳고 기른 게 너무 잘한 일이라고 말해주면 그보다 더 큰 감동이 어디 있겠습니까!


또 내가 자식을 거두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싱글맘, 싱글대디로서의 삶에 적응하고,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다 두렵고 불안해요. 이게 잘한 선택인지 확신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싱글맘, 싱글 대디가 되기로 한 자녀를 인정하는 말을 해주시면, 불안해하는 자녀에게 너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과 너의 선택을 지지한다는 존중을 표현하는 동시에 너의 모습이 어떻건, 네가 인생의 어느 시기를 지나가고 있건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 메시지까지 같이 전해지는 겁니다.


자식이 고난을 이겨 낼 힘을 얻는 건 당연하겠죠?


마지막으로, 할 말이 없다면 차라리 침묵해 주세요.


아무리 여러분 속이 썩어 문드러져도 이혼한 자식을 망가뜨리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절대 자식 앞에서 한탄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아무리 속이 상한들 이혼하고 생때같은 자식들 데리고 이혼녀, 이혼남으로 혼자 살아가야 할 당사자만 하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괴롭고 힘든 건 본인입니다. 아빠 없이, 엄마 없이 클 자식들 보면서 안 그래도 찢어지는 게 부모맘인데, 이혼한 자식들이 부모 가슴에 대못 박은 죄인 돼서 부모님에 대한 죄책감까지 떠안고 살아야겠습니까?


당장 내 한 몸 건사하고, 내 어린 자식 건사하기만도 버겁습니다, 여러분! 이혼한 자식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한 소리 나오는 이유가 뭐예요? 사랑하니까, 신경 쓰니까 그런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이 내 자식에게 독이 된다면 왜 굳이 그런 말을 하셔야겠습니까!


본인 속 편하자고 자식 속 뒤집는 꼴 밖에 더 됩니까? 그러니까 정말 자식을 사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신다면, 그런데 어떻게 말해야 될지 모르겠으시면 차라리 침묵해 주세요.








제가 한국에서 두 달 동안 피 마르는 시간을 보내다 전남편 몰래 독일로 돌아와서 어떻게 해서든지 같이 살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결국 아기를 데리고 집을 나와서 여성보호소로 들어갔을 때 엄마는 그랬습니다.


그놈의 자식 씨니까 주고 오라고, 니 나이가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뭐 한다고 그런 놈의 새끼를 키우면서 청춘을 다 버리냐고, 애 줘버리고 한국으로 그냥 들어오라고 했어요.


참고로, 저희 엄마는 제가 출산할 때 가게도 접고 제 산후조리를 한 달 동안 해주셨고, 그 말씀하시기 직전까지도 아이 첫돌까지 모든 음식과 양념, 장 같은 걸 한국에서 전부 직접 담그거나 유기농으로 사서 한국에서 거의 한두 달에 한번 꼴로 30킬로씩 부쳐주시던 분입니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짐을 부치면 그 당시에 1킬로에 만원 꼴이었어요.


그런 엄마였는데, 그렇게 아기 잘 키우라고, 몸에 좋은 거 해 먹이라고 갖은 정성으로 1년을 보살펴주던 우리 엄마가 이 사달이 나니까 세상에, 아기를 버리고 저 혼자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정말 놀랐습니다. 내 엄마인데도 원망스럽고 밉더라고요. 아무리 힘들어도 내 새끼잖아요.


그런데 아직도 이유식 사이사이에 엄마 젖을 먹는 이 조그마한 걸 남편 주고 오라니까 막 말만 들어도 비수가 꽂히는 거 같은 거예요. 그래서 엄마한테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한 번만 더 그런 소리 하면 엄마 다신 안 본다고 했습니다. 엄마한테는 제가 금쪽같은 당신 자식이지만, 저한테는 빈이가 그런 금쪽같은 제 자식이죠.


반면에 아빠는 묵묵히 다 듣더니 그러셨습니다. 애 데리고 당장 한국으로 들어오라고. 아빠가 아무리 늙었어도 너네 둘 못 먹여 살리겠냐고요.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면 자식이 의지가 약해져서, 응 아빠! 당장 갈게! 못해먹겠어! 이럴 것 같습니까?


아닙니다. 제가 그 말씀을 듣는데 진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아, 우리 아빠는 내가 삼십이 다 돼 가는데도 심지어 내가 애 딸린 이혼녀가 됐는데도 나를, 내 새끼를 본인이 거두고 먹여 살릴 생각을 하시는구나…’ 싶어서 진짜 이 만리타국에 떨어져 있으면서도 뱃속 밑바닥부터 든든해오는 게 말로 표현 못할 그런 감동이 밀려오는 걸 느꼈습니다.


제가 그때까지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거든요. 독일남자와 이혼하기 1, 2, 3편을 읽어보시면 알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몸만 컸지, 애만 낳았지 완전히 애였습니다, 제가.


그래서 든든한 전남편한테 의지해서 어린애같이, 소꿉장난같이 그렇게 집에서 살림만 하고 살다가 갑자기 보호소라는데 와서 눈만 뜨면 마약이니, 매춘이니, 정신병이니, 가정폭력이니 하는 말을 듣고 사니까….


정말, 아직 말도 잘 못하는 15개월짜리 아기를 데리고 독일어도 못하고, 돈도 없고, 여기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내가 이제 정말 어떻게 살아야 되나, 진짜 낮이고 밤이고 미칠 것 같았는데 아빠가 그렇게 다 책임져준다고, 당장 돌아오라고 하는 말을 들으니까 갑자기 세상 무서울 게 없어지는 거예요.


그래!

언제든 한국행 비행기에 몸만 실으면
공항으로 차 끌고 마중 나와서
나를 상전 모시듯 데려가 줄

엄마도 있고,
아빠도 있고,
내 동생도 있는데
내가 무서울 게 뭐가 있어?

내 부모가 버티고 있는 한국은
언제든지 갈 수 있지만,

여기 독일은 한번 떠나면
나중에 돌아오고 싶어도
다시 오기 힘드니까

일단 버텨보자!



항상 말씀드리지만, 저는 그 당시까지만 해도 아이 아빠가 아이와 연을 완전히 끊어버릴 줄 몰랐기 때문에 최대한 독일에 남아서 아이와 아버지의 인연을 이어주려고 했습니다. 또 독일에서는 이혼하려면 1년이 걸리고 양육비나 생활비를 법정에서 판결로 받아놔야 확실하게 청구가 가능합니다.


저는 그때 그런 정보가 하나도 없었고, 조언해 주는 사람도 없었지만 기본적인 상식에 의거해서 서류상으로 혼인관계를 깨끗하게 해소하고 양육권을 명확하게 가져와야 한다고 판단했었어요. 물론 제 판단이 맞았고요. 그래서 그렇게 시작된 독일살이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 당시에도 엄마아빠가 왜 그렇게 말하는지 알고 있었어요. 두 분 말씀은 상반됐지만, 그 안에 있는 뜻은 똑같지 않겠습니까? 나를 사랑하고, 걱정하시는 거죠. 그보다 더 심한 말씀을 하셨어도, 사실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만합니다. 내 새끼가 타국에서 그 꼴을 당하는데 눈이 뒤집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 부모님은 사위라고 해도 말이 전혀 안 통하니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속 시원하게 대화를 해보신 적도 없고, 이 꼴이 나고서도 사위자식 개자식이라고 제대로 된 욕도 한번 못해보고, 전남편이 저랑 아기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길바닥으로 쫓아낸 걸 아시면서도 찾아와서 멱살 한번 못 잡아보셨으니까 얼마나 원통 하셨겠어요!


덩치도 조막만 한 딸이 지 몸뚱이 반만 한 손주 놈을 끌어안고 그 고생하는 걸 알면서도 직접적인 도움은 줄 수 없고 그저 멀리서 전화기 너머로 들어줄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죠?


그런데 있잖아요. 괜찮습니다. 여러분이 내 자식 험한 꼴 당하면 속상하고, 내 자식 편안하면 편안하시듯이 우리도 그래요. 내가 하루 종일 그런 수모를 당하고 속이 문드러져도 내 새끼 안 뺏기고, 아시죠? 유럽에서는 부모가 부모 노릇을 못한다고 판단되면, 양육권을 박탈하고 나라가 아기를 데려가버립니다.


그래서 저 그때 정말 무서웠어요. 말도 잘 못하는데 전남편이 신고해서 아기를 뺏아갈까 봐. 그래서 매일 하루가 지나고 밤에 잠들 때마다 이 쪼그만 거 내 품에 꼭 끌어안고 아기 냄새 맡으면서 그 조그만 등짝, 엉덩이를 이렇게 어루만지면 아무리 그 하루가 지옥 같고 힘들고 그랬어도 다 괜찮아졌습니다.


우리 아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그렇게 제 피멍 든 가슴에 진통제가 되고, 연고가 되어줬다는 걸 저는 좀 살만해지고 알았어요. 자식 키우는 사람들은 아마 다 공감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자녀분이 이혼한 것에 대해서 너무 속상해 마시고, 정 힘이 되어주고 싶으시면 앞서 알려드린 말씀들을 자주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그게 다 여러분 자녀분들에게 피가 되고 살이 돼서 자녀분들께서 알아서 잘해나가실 겁니다.


이런 영상 타이틀에 관심을 갖고 들어와 끝까지 경청해 주신 여러분 같은 부모님을 두신 자녀분들이라면 분명히 잘해나갈 거예요. 걱정 마십시오. 인생사 새옹지마 양지가 음지 되고, 음지가 양지됩니다.


오늘도 저의 영상이 여러분께 도움 되셨기를 바라고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자유! 세상 모든 한부모가정을 향한 자유입니다!

그럼 다음 영상에서 만나요.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2WXTV29ud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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