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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와날개 May 27. 2023

이혼한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5가지 자세

이혼한 내새끼 시리즈 3/3

<이혼한 내새끼 시리즈> 대망의 마지막 3탄, 이혼하고 돌아온 내새끼를 대하는 부모의 5가지 자세입니다. 제가 그 힘든 시기를 지나는 동안 부모님과도 많은 상호작용이 있었습니다.


저에게도 물론 황당하기 그지없는 이혼이었지만, 제 부모님께도 얼마나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이혼이었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저도 혼란스럽고, 부모님도 혼란스러운 와중에 서로 상처 주고 부딪히는 것들도 많았고, 그러면서도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제 와서 좀 살만 해져 뒤를 돌아보니 저를 대했던 부모님의 다양한 태도 중에서 저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것들, 힘이 되었던 긍정적인 것들만 뽑아서 여러분께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자식이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해 주시기 바랍니다.


큰 사고를 당한 자식이 영구장애를 입는다고 해도 살아만 있길 바라는 게 부모 마음 아닙니까? 이혼, 그까이게 뭐라고 내 새끼 목숨하고 바꿉니까, 안 그래요? 저는 빈이가 다섯 번을 이혼하고 와도 등짝을 때리면 때렸지, “이 눔 새끼, 차라리 나가 죽어라!” 그럴 거 같진 않거든요.


지금 당장이야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감정도 찰나입니다. 8년 정도 지나니까 저는 제가 이혼했다는 것도 잊고 살 때가 많아요. 그런데 아직도 의외로 많은 이혼하신 분들이 그 상처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우울증에 시달리시거나, 수치스러워하고,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낍니다.


그럴 때 나를 낳아준 부모님이, “엄마는 다 필요 없다. 세간 이목이 뭐가 중요하냐! 내 새끼 몸만 성하면 된다!”, “아버지는 너만 건강하면 아무 상관없다!”라고 그렇게 말을 해주시면 그게 그렇게 큰 힘이 됩니다.


보통 사람들의 위로와는 다르게 부모님이 해주는 그런 위로는 굉장히 묵직하고 또 뱃속을 울리는 힘이 있어요. 저는 그게 부모가 가진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죽어가는 자식을 살리는 힘이 다행스럽게도 부모님에게 있는 거예요.


또 같은 말이라도 “죽지 마라! 허튼 생각하지 마라!” 하시기보다는 “네가 이렇게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 “엄마는 다른 건 다 필요 없다! 네 존재만으로 감사하다!” 이 말씀만 아침저녁으로 해주세요. 그런 부모를 가진 자녀는 아무리 힘들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절대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자식의 일은 내 일이 아니라 자식의 일이라는 생각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매일같이 전화해서 밥은 먹었냐, 애들은 잘 챙겼냐, 오늘도 술이냐, 네가 그러면 애들은 어떡하라고 그러냐, 엄마가 너 때문에 속상해 죽겠다 같은 소리를 하실 바에야 차라리 거리를 둬주세요. 걱정되셔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혼한 자식한테 전화 걸어서 그런 하소연하고 싶은 생각이 드실 때마다, 집에 가서 방청소해주고 반찬 챙겨주시면서 잔소리를 하실 바에야 니들 일 니들이 알아서 하라고 차라리 은행계좌로 10만 원씩 쏴주세요. 이혼한 자식 입장에서는 그게 훨씬 속 편합니다.


이혼했다고 바로 힘이 나서 막 잘 살아지는 게 아니에요. 내가 결정한 이혼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혼을 받아들이고, 또 삶의 방향을 정할 때까지는 방황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와중에 내 몸 건사하고, 돈걱정하면서, 자식새끼 뒤치다꺼리 하기도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늙으신 부모님 가슴에 못 박은 거까지 미안해하면서 하소연 들어줄 힘이 없습니다. 그런 통화 한 번 하고 나면 온몸의 기가 빨려요.


그리고 여러분이 아무리 걱정을 하신다고 한들 이혼한 당사자만큼 앞날이 암담하시겠습니까? 결국 그거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자식에게 힘이 되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럼 거리를 둬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살다 지치고 힘들 때, 또 분하고 억울할 때 부모님한테 전화해서 하소연도 할 수 있어요. 내가 힘들어서 전화했는데 나 힘든 것 때문에 엄마아빠가 더 가슴 아파하고 더 어쩔 줄 몰라하면 자식은 걱정 끼치기 싫어서 정작 부모님이 정말 필요할 때, 정말 힘들고 외로울 때 어두운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서 혼자 울어야 됩니다.


부모님이 단단하고 의연하셔야 자식이 힘들 때 정서적으로 기대 쉴 수 있어요. 그게 진짜 자식을 살게 하는 부모님의 힘입니다. 그러려면 부모님께서 자식의 일을 너무 내 일처럼 아파하시기보다는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고 냉정하게 바라보실 필요가 있어요.









세 번째는,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라는 따뜻한 품을 내어주시는 겁니다.


지난 영상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그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제가 견뎌낼 수 있었던 건 부모님의 채찍질이 아니라 힘들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언제든 돌아오라는 부모님의 따뜻한 말씀이었습니다.


정말 다 포기하고, 다 내팽개쳐버리고 싶을 때마다 엄마아빠가 해주신 그 말씀, 엄마아빠 여기 있으니까 언제든 돌아오라는 그 말씀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저에게는 그 고통스러운 당장의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줬어요.


배수진이라는 병법도 있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이혼한 상황에서 이를 악물고 사는 건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래요.


사업을 할 때나, 중요한 시험을 치를 때에는 이런 배수진 전략이 좋을지는 몰라도, 어린 자식을 길러내면서 이혼의 상처를 다독이고 살아야 하는 싱글맘, 싱글대디들은 단단하면서도 부드러워야 합니다.


부모의 정서가 아이의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에요. 엄마가 이 악물고 복수심이나 악심으로 사는데 그 밑에서 크는 아이들의 정서가 편안하고, 맑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공기가 빵빵한 풍선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태로 위태롭게 살기보다는, ‘그래, 일단 해보고 안되면 언제든 부모님 품으로 돌아가지 뭐!’ 하는 마음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신건강에 훨씬 좋습니다. 그래서 자녀의 현재 삶에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시되 힘들 때 쉬어갈 수 있는 그루터기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네 번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은 잘 헤쳐나갈 거라는 믿음을 가지십시오.


사람은 누구나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고, 뒷감당을 할 만하니까 일을 벌이는 겁니다.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그런 계산을 하고 살아갑니다. 그게 생존본능하고 연결되어 있어서 그래요.


제삼자가 보기에는 미래가 빤히 보이는 결혼을 한 게 어리석어 보여도, 그런 놈팡이랑 대책 없이 자식을 줄줄이 낳은 것처럼 보여도, 그렇지 않습니다. 정말 그 상황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은 그런 일을 애초에 안 벌립니다.


살아보니까 그렇더라고요. 대형사고 치는 사람들은 그로 인해서 위기상황이 닥치면 또 그 사고 칠 때의 무모함이 강단이 되어서 위기를 헤쳐나갑니다. 그러니까 너무 노심초사하지 마시고, 언제나 마음속으로 그런 믿음을 갖고 자식을 대해주세요.


엄마는 너를 믿는다!
내가 너를 낳고 기르지 않았냐!

네가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
누구보다 엄마가 잘 안다!

아무 걱정하지 마라!
너는 잘 이겨낼 거다!



이런 말씀을 직접 해주시면 더 좋겠지만, 쑥스러우시다면 혼자 계실 때 속으로 되뇌셔도 됩니다. 그런 진실된 믿음만 이 마음속 깊숙이 갖고 사시면, 그게 자식을 대하는 여러분의 몸짓에서, 눈빛에서, 표정에서 다 나타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믿음이 전달이 됩니다.


부모님이 나를 볼 때 한심스러워하시는지, 안타까워하시는지, 자랑스러워하시는지, 행복해하시는지 말하지 않아도 자식들은 다 합니다. 그러니까 믿어주세요. 여러분의 자식을 향한 믿음이 자식에게는 곧 스스로를 향한 믿음이 됩니다. 덩치 큰 자식이라도 똑같습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이혼한 자녀를 두신 여러분께서 더 행복하게 잘 살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주변에 보면 의외로 많은 집들이 자식이 이혼하고 몇 년 뒤에 부모님들이 암 같은 병에 걸리십니다. 집단주의적인 한국 문화에서는 자식의 일이 내 일이고, 자식의 아픔이 내 아픔이기 때문에 그래요.


한국 사람들한테 이런 말 하면 아이고… 하고 납득을 하는데 독일 사람들한테는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못 알아듣습니다. 아무리 부모자식이라도 너는 너고, 나는 나로 자라는 이 사람들은 이 두 사건의 상관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 자식만 효자가 있는 게 아닙니다. 부모도 효부모가 있습니다. 적당한 단어를 못 찾아서 제가 그냥 저희 부모님한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데, 그렇죠? 부모가 자식을 향한 거니까 효는 아니겠죠. 그런데 마땅한 단어를 못 찾아서 그런 거예요.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제 앞가림 잘하고 살면 더 바랄 것이 없듯이 자식 입장에서도 본인 앞가림 스스로 잘하고 사시는 부모님이 최고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혼한 자식은 제 앞가림하고 딸린 자식 건사하기만도 정말 버겁습니다.


그래서 내 부모님이 나 때문에 한숨짓지 않으시는 걸 넘어서서 나랑 전혀 상관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사시면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짐을 덜게 됩니다.


저는 자식의 입장도 되어봤고, 부모의 입장도 되어보지 않았습니까? 둘 다 해보니 자식을 위해서 내 목숨도 아깝지 않은 게 부모인 것은 맞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을 부모의 자식사랑이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부모를 향한 자식의 사랑은 사랑을 넘어서 생존을 위한 본능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래요. 자식은 부모의 존재와 인정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의 존재와 삶의 태도는 자식에게 너무나 중요합니다.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만 탯줄을 통해서 엄마가 먹는 음식의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와 자식으로 태어난 이상 나이를 먹어도 일평생을, 이렇게 보이지 않게 연결된 투명한 탯줄을 통해서 부모님 내면의 행복이, 부모님 내면의 건강이, 부모님 내면의 평화가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이 다섯 가지 태도만 부모님들께서 잘 기억하고 계시면, 이혼한 자녀분들은 알아서 잘 살아갈 거예요. 여러분의 자녀분들을 과소평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기지배가, 이 노무 자식이 아무 대책 없이 사고를 치는 것 같지만 아닙니다. 말씀드렸듯이 본능적으로 뒷감당이 할만해 보이니까 일을 저지르는 겁니다.


남들은 저더러 어떻게 그렇게 생각 없이 독일로 넘어왔냐고 하지만, 지금 저 사는 거 보세요. 얼척없이 이혼했어도 대차게 잘 살잖아요. 사람은 생각보다 본능적인 주제파악이 빠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 대단하다 같은 말 하는 사람들은 정말 그 말처럼, 아예 저 같은 사고를 안 치고, 항상 몸 사리면서 인생에 굴곡이 없이 평탄하게 삽니다. 그래서 제가 깨달은 거예요.


사람이 태어날 때는
각자 자물쇠랑 열쇠를
손에 쥐고 태어나는구나!

그리고 그 자물쇠랑 열쇠는
반드시 열리게끔
설계가 되어있구나!



손에 쥔 열쇠가 가느다랗다면 자물쇠 구멍도 가느다랗고, 열쇠가 두껍고 무거우면 자물쇠도 딱 그렇게 두껍습니다. 또 누군가는 자기 열쇠 사이즈를 열쇠 구멍에 맞춰보고 확인한 뒤에 조심스럽게 자물쇠를 채우지만, 또 누군가는 일단 자물쇠부터 덜컥 채워놓고 열려고 막 쑤셔보다 자기 열쇠의 사이즈를 깨닫기도 해요. 어쨌거나 마지막에 자물쇠를 여는 건 똑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다 큰 성인이지 않습니까? 지금까지 키워주신 거면 부모님 할 일은 이미 충분히 다 하신 겁니다. 더 하실 게 없어요.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저 네 번째, 자식을 향한 믿음만 마음속 깊숙이 갖고 계시면 여러분 자녀들은 알아서 잘 살아나갑니다.


그러니까, 그냥 어머님, 아버님께서 더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사시면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자녀분들이 해나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봐 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자식을 향한 믿음은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큰 힘이거든요.


이번 <이혼한 내새끼 시리즈 3부작>은 제 주 시청층의 60프로가 넘어가는 연령층, 우리 어머님, 아버님들의 이혼한 자녀분들이 여러분의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삶의 아픔을 딛고 더욱 성숙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해 봤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고요.


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세상 모든 한부모가정을 향한 자유입니다! 그럼 다음 주 영상에서 또 뵙겠습니다! 안녕!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생생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Rb7CPAd02T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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