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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를 읽고 마케팅을 생각하다

얼마전 책 싯다르타가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읽어봐야지 사두었던 책이 오랜 시간이 지나 누렇게 바랜 모습으로 책장에 끼워져 있었다.



<줄거리>

싯다르타는 인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학자, 승려)의 집안에서 태어난 총명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릎쓰고 진리를 찾기 위해 친구 고빈다와 함께 사문(출가하여 수행에 전념하는 사람)의 길에 나섰다.


사색과 단식만으론 해탈에 이를 수 없음을 깨달을 즈음, 싯다르타는 '깨우친 자, 고타마(부처)'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찾아 나선다. 싯다르타는 그의 평온함과 깨달음을 존경했지만, 그 어떤 가르침도 참된 깨달음을 줄 수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또 다시 길을 떠났다.


도시로 흘러들어간 싯다르타는 아름다운 기생 카밀라를 만나 사랑을 배우고, 상인 카마스와미와 함께 돈과 쾌락을 경험한다. 오랜 세월 도시에서 지내던 그는 곧 정신적 공허와 자기혐오에 빠지고, 결국 모든 걸 버리고 강가로 다시 떠난다.


강가에서 그는 뱃사공 바주데바를 만나 함께 살며 ‘강의 소리’에서 삶의 진리를 듣는 법을 배운다. 강은 그에게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흐르고 되돌아오며, 본래 완전하다는 진리를 말없이 전해준다.


강가 생활을 하던 중, 싯다르타는 죽은 카밀라가 남긴 자신의 아들을 거두게 된다. 그는 아들 역시 자신과 같이 깨달음의 길을 걷길 바랬지만, 도시의 세속적인 삶에서 태어난 아들은 숲속 오두막집의 고요한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려 한다. 싯다르타는 울부짓는 마음으로 아들 잡고자 했지만 결코 잡히지 않는다. 그는 순간 과거 자신이 처음 사문의 길을 나선 순간이 떠오르며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고,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 아들의 삶의 흐름을 붙잡는 것이 의미 없음을 깨닫는다.


그는 이전과는 사람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여행자들, 어린애같은 사람들, 장사꾼들, 무사들 까지. 충동과 욕망에 의해 좌우되는 그들의 생활을 이해하게 되었으며 그들의 삶 또한 모두 가치 있으며 이 모든 경험들의 진리를 향한 여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싯다르타라는 책이 주는 교훈은 여러가지이지만, 그중 가장 와닿는 한 가지를 짧게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진리는 외부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지혜는 가르칠 수 없고 오직 체험을 통해 스스로 도달해야 한다."



마케팅에도 정답은 없다


『싯다르타』는 독자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단, 조용히 곁에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하지만 나는 싯다르타를 읽고 내 내면을 돌아보기 전에 현재 업으로 삼고 있는 ‘마케팅’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매일 수차례 헷갈리는 순간을 마주한다. 생활용품, 패션, F&B, 반려동물, 뷰티, NGO, 플랫폼, 서비스, 교육, 병원, 로펌 등 다양한 클라이언트와 협업하고 있는데, 시장 생리와 고객 특성은 언제나 다르고 매번 새로운 전략이나 플랜을 고심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럼에도 확신할 수 없기에 반복해서 전략을 점검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래서 전문가를 자처하며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는 나에게도 실패는 늘 다가온다. (그래도 경험이 쌓일수록 큰 실패를 피하는 법은 조금씩 익히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실행과 실패로 보낸 지난 시간들을 통해 내 머리 속에 작은 것들이 쌓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이것을 조심스럽게 '지혜'라고 부르고 싶다.



지식 + 경험 = 지혜


지식은 책이나 교육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나 사실이다.


ROAS = 객단가(AOV) / 전환당비용(CPA) 이다. CPA 효율이 좋지 않아졌다면 전환율(CVR)이 문제인지, 유입 효율성이 문제인지 따져 보아야 하고, 객단가가 낮아졌다면 좋지 않다면 시즌 이슈나 상품 구성, 가격 정책을 체크하고 개선점을 도출해야 한다.
검색광고에서 적정 CPC는 '현재 체력'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다. tCPC = 현재(전환율X객단가)/tROAS이다. 지난달 성과를 기반으로 ROAS KPI를 맞추기 위해 전체 CPC를 어느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지를 방금 공식으로 간단하게나마 예측할 수 있다.
진통제(Pain-Killer)유형의 제품/서비스를 마케팅 할 때는 고객의 니즈(Needs)에 즉각적으로 답을 해줄 수 있어야 마케팅/광고 효율이 좋아진다. 고객이 즉시 필요로 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이기에, Push형 매체도 좋지만 검색광고와 같이 Pull형 광고매체에 더 비중을 두고 유입을 이끌어내면 좋다. 반면, 비타민(Vitamin) 유형의 제품/서비스를 마케팅 할 때는 소재에서부터 원츠(Wants)를 자극해주어야 즉각적인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고객이 반응하는 크리에이티브를 기획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Push형 매체를 중심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지식들은 ‘경험’과 연결될 때 진짜 힘을 가진다. 수많은 캠페인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고, 실패하고, 다시 해석하고, 또 시도해보는 반복 속에서 비로소 자신만의 패턴과 직감이 생겨난다.



마케터로서 지혜


개인의 지식과 경험이 무르익을 때 즈음, 조금씩 마케터로서 지혜가 생겨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마케팅적 지혜’는 세 가지 능력으로 요약된다.


실행력 : 단순히 아는 것을 넘어 실제 상황에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융통성 : 다양한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처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통찰력 :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특히 최근처럼 퍼포먼스 광고의 효율이 줄고, 단기 전환보다는 브랜드력, 구조적 문제 해결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이런 ‘지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엔 광고소재의 클릭률과 전환율을 관리하면 만사 OK였지만, 이제는 에이전시 역시 고객의 맥락을 읽고 클라이언트 사업 전반을 이해하며, 제품의 본질까지 고민해야 성과가 나온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클라이언트와 많은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팀원을 찾을 때도 완벽한 정답 대신 시행착오 속에서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찾는 사람을 좋아한다. 설득을 위한 근거는 충분해야겠지만 그럼에도 주저하지 않고 항상 더 많은 실행과 피드백을 위해 전진하는 사람이 좋다. 내가 모르고 너도 모르기에 수많은 실패와 성공 속에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지혜를 함께 쌓아갈 수 있는 동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경험에서 깨달음을 얻었던 싯다르타처럼, 마케터 역시 매 순간 시장의 흐름을 읽고 고객의 반응을 모니터링 하고 결과를 되돌아보며 나만의 리듬과 감각을 만들어가야한다. 마케팅도 결국 완벽한 길을 쫓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딪히고 체험하며 내 길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인생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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