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혁신사례 : (1)음식을 통한 - Forage SF
공유경제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법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된 말로, 한 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경제 방식을 의미한다. 즉, 물품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서로 대여해 주고 차용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행위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되어 쓰이고 있다.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공유경제'의 정의는 위와 같다. 2008년 처음 사용된 용어이고, 그간에는 공유경제의 정의를 이루어내는 키워드가 제품으로 한정되어 있었다면- 위 박스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에는 하나의 무브먼트(Movement)로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 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이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한계지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작용하는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사실이나, 확실한 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경제시스템의 플로우와는 다른 방식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의 측면에서는 이른바 '대안적 소비행위'로도 표현되는 공유경제라는 개념. 의견이 분분하다고 하더라도 컨텐츠에 대한 아이디어와 그에 대한 적용방식에 있어서는 충분히 '혁신'이라고 부를만한 사례들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고, 더불어 그 시도가 사회적인 공공선에 더불어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공유경제, 말로만 들어봤던 그 공유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고 평가받는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사례 세 가지를 함께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고 자란 Iso Rabins(이소 레이빈스)는 약 8년동안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으로 활동했다. 주방장이라는 직업은 누가 봐도 전문직인데, 다년간의 활동을 통해 그는 주방장 뿐만 아니라 요리를 사랑하고 관심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쾌적하고 기능적으로 뛰어난 공동주방을 원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에 하나 더 끼어드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가사노동'에 대한 생각이다. 지역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바로 가정이고, 가정에는 분명 경제활동인구에 포함되지 않는 가사노동의 주체가 있다. 이들이 가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담당하는 일 중 하나가 요리를 하는 것인데, 분명 소질과 창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사회에서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사실 가정에서 요리하는 것을 가정 밖에 선보이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그 누구도 쉽사리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웬만한 요리사보다도 요리에 대한 애정이 뛰어나고, 소질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법!(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올*브 TV의 마*터셰프코리아만 봐도, 가사노동을 담당하던 실력있는 준 요리사들이 얼마나 많이 출연하는가?!)
그래서 그는, 먹는 것을 좋아하든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든, 요리 초보이든 베테랑이든, 혹은 음식 관련 창업을 준비하는 이니시에이터든 너나 할 것 없이 쾌적하고 질 좋은 공동주방에서 요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바람에서 처음 시작한 것이 바로 언더그라운드 마켓(Underground Market)이었다. 주기적으로 여러 지역에서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반(半) 게릴라성 마켓을 열고 자유롭게 음식을 판매하는 행사를 기획하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이는, 샌프란시스코 주 법(法) 상 규정에 맞는 주방시설과 요리 생산자들의 인증이 생략된 경우 지속적인 진행이 불가능하다는 판결 하에 철회를 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이소 레이빈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인큐베이팅을 해주지!'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공동주방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와 사람들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모델을 정리하여 킥스타터에 업로드한다. 그 결과 15만 달러의 금액이 모였고, 비로소 이를 통해 지금의 포리지 샌프란시스코(Forage SF)라는 사업모델과 함께 산하의 포리지 키친(Forage Kitchen)과 포리징 클래스(Foraging Class)가 구축된다.
자, 그럼 이 '포리지 키친'과 '포리징 클래스'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포리지 SF가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포리지 키친은, 말 그대로 이소 레이빈스가 언더그라운드 마켓을 기획하고 우여곡절을 겪을 때 부터 꿈꿔왔던 공동 주방을 현실화한 곳이다. 하지만 만반의 준비를 통해 오픈한 만큼, 이 모델은 "Co-Working Office for Food"를 지향한다. 즉 요리에 대한 관심을 가진 그 어떤 주체들을 막론하고 자유롭게 모일 수 있고, 그 중에서도 요리를 통해 창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정적인 준비와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인큐베이팅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포리지 키친은 아래와 같은 완벽한 공동주방을 메인으로 삼고 있다. 공동주방의 슬로건은 곧, '이 공간이라면 요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그 누구도 불평할 수 없다'는 것. 멤버십에 따라 운영되는 이 공둥주방에서 가정주부, 초보 요리사, 베테랑 요리사, 요리 창업준비생 등 그 누구나 요리를 해 볼 수 있고 이소 레이빈스를 비롯한 요리 전문가들 및 지역 주민들을 통해 피드백 및 조언을 받을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독특한 점은 포리지 키친에 'co-working이 가능한 사무공간'이 세팅되어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포리지키친은 요리 사업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인큐베이터로써의 역할 역시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을 준비하고 진행할 수 있는 업무공간으로써 오피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용 주체 및 목적에 따른 멤버십 비용은 다음과 같이 책정되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요리를 준비하고 연습하는 전 과정에 있어 발생하는 청소 및 설거지는 포리지 키친 측에서 담당한다는 것이다. 오로지 효율적으로 회원들이 요리에 집중할 수 있고,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세팅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지에서는 이용자들이 멤버십 등록 비용을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는 사실.
포리지 키친에서는 이처럼 공유부엌을 통한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나아가 컨텐츠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가족들의 주말 식사를 위해 포리지 키친의 공유부엌 요리사들이 준비한 파티라든지, 야생 버섯 어드벤처, BBQ 소규모 파티 등 지역 주민들이 포리지 키친의 다양한 요리들을 맛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량생산까지는 시도하지 않지만 본인의 요리를 다른 지역의 사람들에게 맛볼 수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과 창업 희망자들을 위해 'Small Batch Co-Pack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리를 좀 더 잘 팔릴 수 있게 하는 소량 패키징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프로토타입으로써 개인의 요리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선보여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 그럼 이제, 혁신적인 공유부엌인 포리지 키친과 더불어 포리지 SF의 슬로건인 "Mean to grow the local food economy"를 실현하기 위한 포리징 클래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이름에서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듯이 이것은 지역사회에서 생산되거나 야생에서 자라나는 농산물 및 수산물과 관련된 워크샵이다. 이에 대한 슬로건은 "Learn About Local Food"를 표방한다.
각 워크샵의 진행은 누가 하는지 궁금해 할 사람들이 많다. 일정 사이클을 통해 진행되는 포리징 클래스의 워크샵들은 지역의 베테랑 요리사들이나 농작물, 수산물에 관련하여 오랫동안 직업적 소명을 다 해 온 주민들- 혹은 교육자들이 강사와 가이드가 되어 진행된다. 워크샵 중에는 식용작물과 식용작물이 아닌 것 등을 판별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목도 있으니, 전문가를 초빙하는 건 필수요소이다.
지역 주민들을 비롯하여 누구나 워크샵에 참가신청할 수 있으며, 각각 야생 농작물 워킹이나 씨 포리징(Sea Foraging), 포리지 칵테일 워크샵, 미역 포리징 등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워크샵은 매주 열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의 사람들과 외지인들은 샌프란시스코 내에 얼마나 많은 식용작물이 일상적으로 분포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지역에 대한 이해와 애정으로 나아가게 되고 요리를 통해 지역의 먹거리를 활용하는 잠재적 요리사 및 음식점에 대한 이용률도 높여준다고 한다.
사실 이렇게 보면, 이소 레이빈스가 시도한 포리지 SF가 무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리'라는 단일한 컨텐츠를 지역사회와 결합시켜 공유경제모델로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참여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능력에 대한 검증과 사업으로서의 지속가능성을 마련해갈 수 있도록 체계화했다는 점만 봐도 혁신 그 자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만화에서처럼 갑자기 머리에 전구가 들어오면서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끄집어 내 놓는 사람은 흔치 않다. 보통 진정성 있는 아이디어는 경험에서 출발한다. 이소 레이빈스는 본인이 8년간 주방장으로 일하며 느꼈던 불편함과, 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느낀 자부심을 결합하여 무작정 일단 해 보았다. 그것이 바로 언더그라운드마켓이었고, 법적 규제를 통해 중단되었지만 이와 같은 시행착오 끝에 포리지SF 프로젝트가 킥스타터에서 성공,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으로 안정적인 모델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난 죽을 때 까지 한 번도 요리라는 걸 해보지 않겠어!' 하는 사람 빼고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요리를 한다. 이와 같은 일상성이 어쩌면 충분히 경제적 가치로 환원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상이 충분히 특별함으로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게 될 때 사람들은 분명 전에 없던 희열과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요리와 지역이라는 가치에 지속가능성의 날개를 달아준 것, 그게 바로 Forage SF의 효과이자 의미가 아닐까.
리서치ㅣ정리 : 권용직 오늘살롱 프로그램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