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occo Diary
모로코로 가기 전 파리에서 십여 일을 보냈다. 무계획으로 시작된 이 여행을 계획할 시간을 벌어야 했고 파리도 돌아보고 싶었으며, 사실 무엇보다 모로코행 직항 노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운이 좋았다. 비행기에서 만난 한국인 사업가 아저씨 덕분에 드골공항에서 파리 도심으로 편히 올 수 있었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인이 많이 거주한다는 얘기를 주워 듣고 다시 13구역으로 이동했고,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다가 공짜 인터넷을 쓰러 들어간 13구역의 맥도널드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엿듣다 또 우연히 모로코에서 살았던 주인이 운영하는 민박집을 소개받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알게 된 민박집에 머무는 동안 친절한 주인아저씨 덕분에 모로코의 몇몇 지명들을 수첩에 적어 넣을 수 있었고, 받아 적은 지명과 지명을 이어 대충의 동선이 잡힐 때 즈음 지하철에서 우연히 발견한 광고 문구를 보고 인터넷으로 모로코행 저가 항공을 예약했다. 그리고 2주 반이 흐른 지금, 나는 마침내 Casablanca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을 수 있었다
모로코에 도착하기 전에 시계를 맞추어 두어야겠다는 생각에 여분으로 가져온 시계를 꺼냈다. 모로코는 표준 시간대의 기준이 되는 지점에 있는 나라였다. 모두의 편의를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 '표준이 되는 시간대'.
내가 떠나온 곳이 GMT±9.00였고, 향하는 곳이 GMT±0.00 시간대라니, 조금 굴곡진 사연들로 어긋나 있던 나의 지난 시간들이 어쩌면 그곳에서 정 위치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감성적인 기대와 함께 마이너스된 여행 경비만큼 누군가에게 들려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깃거리라도 더해 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여행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예고도 없이 연착된 저가 항공기 덕분에 도착 예정 시간은 한밤중이고 산발적인 제트 기류로 기체는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흔들렸지만 불안에 떠느니 외려 잠을 청하는 쪽이 나을 것 같아 잠시 눈을 붙여보기로 했다.
모로코,
한 시간만 더 다가가면
너와 나의 오차범위는 ± 0.00km.
표준이 되는 인생이란 없다
다만 +되고 -되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가 다를 뿐.
12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