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가 되었다

막연히 원했던 일을 직업으로 갖는다는 건

by 꿀별

디자이너가 되었다.


어릴 적 그토록 존경했던 업을 현실에서 하게 되었다.

바뀐 시대에 압도적 감사를 표하며 오늘의 글을 쓴다.



엄마 나 미술공부하고 싶어

돌이켜보면 나는 가지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옷도, 기계도, 요즘 유행한다는 어떤 것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적은 딱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멋진 사람이 되길 꿈꿨다. 마침 그림 좀 그릴 줄 안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미대에 가고 싶었다. 미술을 전공으로 공부하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미대에 가고 싶으니 미술학원을 보내달라고. 양으로 승부하는 편이라 편지 3장을 썼다. 엄마는 너가 공부하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거라 했다. 그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어서 내가 썼던 편지는 없던 일이 되었다. 그때부터 고등학교 희망 진로에는 회사원을 적어 냈다.



나는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나

꿈은 이루어진다 했던가. 일타쌍피. 디자이너, 회사원 동시 성취해버렸다. 지금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막연히 원했던 진로를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KakaoTalk_Photo_2021-11-28-21-37-43.jpeg 축하해주세요!


지금 회사를 지원할 때 내가 봤던 영역은 '광고'였다. 이전 회사에서도 프리미어 프로로 광고를 만드는 작업을 했기에 광고 따위 어렵지 않지! 하며 지원했다. 마침 영상도 뜨는 시대이니 영상편집을 전문적으로 배워서 더 크게 성장해야겠다 생각했다.


근데 면접날,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영상이 아닌, 이미지를 만들 거라고. 프리미어가 아닌, 포토샵을 다룰 거라고. 내 포트폴리오에 만들어진 작업물들은 made by. 미리 캔버스인데...


영상이 아닌 이미지를 다루는 일인데, 괜찮겠냐는 면접관의 말에 3초 고민하고 답했다.


"원래 만드는 일을 좋아해서.. 조..조.ㅈ...좋(됐)습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당연히 손대 본 적은 있다. 근데 그건 진짜 손만 대 본 경험이고, 업으로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기에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렇지만 두려움보다는 막연한 새로움이 나를 감쌌다.

내가 디자이너가 된다니! 디자이너가 된다니!



KakaoTalk_Photo_2021-11-28-21-14-26.jpeg 근로할 때 했던 내 인생 첫 디자인.. 당연히 반려



좋아하는 일

디자인을 하는 사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재미있고, 좋아하는 일이다. 제품을 이해하고, 사람들은 어디에 반응하는지 찾고, 카피를 짜고, 디자인으로 완성해 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가끔은 벅차고, 충분히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는 내 업의 고됨을 피부로 겪자니 마냥 유쾌하진 않다. 어쩔 땐 힘들고, 이 반복에 자신이 없기도 하다. 폭풍같이 쏟아지는 일과. 딱 그 말이 맞다. 이미지를 많이 제작해야 하는 업 특성상 스스로가 공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앞으로는 그래서 어딜 향해 갈 건데?"

가끔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입사 한 달도 안됐으니 당연히 정해진 스텝은 없다. 다만 배워가고, 알아가면서 정해갈 뿐이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좋은 곳이다. 하는 일도 쉬운 건 아니지만 매 순간 배워가고 있다. 배울 수 있는 동료도 있다.


이 글은 같은 신입사원이지만, 이 전에 썼던 <신입사원의 부끄러운 고백> 글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고, 나름 전문적인, 하지만 어딘가 헤프고 초라한 글이 될 것 같다. 한마디로 짬짜면, 탕볶밥 같은 글.


근데 나는 섞어먹는 거 좋아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