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꿀별 Feb 08. 2023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생각의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카페에서 샌드위치를 만들 때 ‘노랗게 변한 양상추는 버려라’라는 말을 듣곤 했다. 집에서는 노랗게 변해도 그냥 먹는 편이었어서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빵에 가려지는데’ 하고 무심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요리를 하는 사람의 기본 에티튜드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캐나다에 온 후, 브런치에 올리고자 정리해 둔 글만 벌써 90개가 넘어간다.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도 더 좋은 에피소드와 엮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업로드하지 않았고, 묵혀두었다. 그러다 보니 100개를 코 앞에 두게 되었다! 1일 1 글을 해도 최소 90일이 걸릴 일이다.


메모장도 정리하지 않고, ‘이런 글을 써야지’ 했던 계획들은 시간과 함께 점점 뒤로 밀려졌다. 이제는 어떤 글이 메모장을 방랑하고 있는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글은 이젠 못 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나는 메모를 했던 순간의 낭만과 로망이 제법 사라졌기 때문이다.




오직 지금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최근 '생각의 신선도'라는 표현을 만났다. 어디서 보게 된 것인지 명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이 표현을 만난 후, 나는 '생각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싱싱한 글을 쓰고 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장항준 감독은 집필 비법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속도입니다. 아이디어는 부패해요.
1년을 가지고 있으면 자기가 질려버려요.
빨리 보여주고 피드백받으세요.




예전에 쓴 글을 읽다 보면, 문득 다시는 그때의 내가 될 수 없다는 걸 느끼고는 한다. 예를 들어 작년에 집필한 <직장인이 꿈은 아니었습니다만?!>의 글이 지금의 나는 솔직히 낯설 때가 있다. 고작 1년 지났음에도 내가 쓴 글인데 내가 쓴 글 같지 않다. 어떨 때는 ‘이런 글을 썼다고 내가?! 이 자식 어른이잖아!’하며 과거의 나로부터 배우기도 하고, '결론이 뭐 이래? 순진했다. 이 녀석!' 하며 피식 웃게 되기도 한다. 지금과는 다른 형태의 간절함, 사랑받고 싶고, 선택받고 싶어 쓰고 그렸던 발버둥들. 같은 나여도 흉내도 낼 수 없을 글들. 나는 더 이상 작년에 글을 썼던 내가 아니다.


이것은 내가 부정적으로 변했고, 내가 쓴 글을 틀렸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새로운 경험이 쌓였고, 그에 따라 생각이 바뀌었으며, 다른 배움과 욕망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요즘엔 더 부지런히, 꾸준히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 별 거 아닌 나, 부끄러워 꺼내보이기 싫었던 내 모습도 꾸준히 기록하고 싶어 진다. 현재의 나는 시간이 지나면 새삼스러울 정도의 타인이 될 테니까.


내 글이 싱싱한 샐러드이길 바란다. 지금의 나를 속이지 않은, 살아있는 글이길 바란다. 분명 그 글은 지금의 나만 쓸 수 있는 글일 테니까.


가장 신선한 영감을 기록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