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40만 뷰, 400명의 구독자 그리고 책 출간까지
"별아 근데 너가 원래 글을 좋아했었나?"
첫 책 <직장인이 꿈은 아니었습니다만?!>을 출간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친구가 물었다. 그 말을 듣고 1초도 지나지 않고 답했다.
그럴 리가!
지금은 매일 일기도 쓰고, 에세이도 한 권 낸, 브런치 구독자 수 무려 430명! 스스로를 작가라 생각하고, 이 엄청난 타이틀에 매력을 느끼는 나지만, 만화를 그리는 내 모습은 자주 상상했어도, 글 자체를 좋아하고, 쓰는 내 모습은 상상한 적 없다.
어릴 적, 방학숙제로 일기를 써야 하는 일도 싫어 쓰지 않고 버텼던 때가 있다. 담임 선생님은 텅텅 빈 일기장을 제출했던 내게 '놀았다' 한 줄이라도 써서 제출하라 하셨다. 그리고 나는 거의 한 달 분량을 정말로 놀았다만 쓰고 제출했다.
제목: 놀았다.
내용: 놀았다.
그럼 내가 학창 시절, 국어 공부를 잘했나?
그럴 리가!
내 수능 국어는 5등급이었다. 중학교 때는 시험 당일날, 내 교과서에 시험 범위가 없다는 걸 깨달은 적도 있다. 교과서가 무거워 찢어 버린 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책도 많이 안 읽었다. 어릴 적 읽은 동화책을 제외하고는 10권이나 읽었으려나 싶다. 기억에 남는 책이 있긴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오 그 어려운 책을 읽었다고? 야레야레.. 이 사람 기준이 그냥 높은 거 아니야? 생각한 당신. 사실 그 책을 읽은 이유는 길고, 어려워 보이는 제목이 멋있어 보였다. 아주 과시적인 독서였다. 제대로 읽었을 리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거의 매일 다이어리에 글을 쓴다. 이와 별개로 블로그에 일기를 쓰고, 브런치에 생각을 정리해 올린다. 브런치에 올렸던 글들을 모아 한 편의 책을 냈고, 블로그에는 818개의 글을, 브런치에는 131개의 글을 썼다. 브런치 글의 총조회수는 무려 40만 뷰가 넘었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글과 친한 사람이 되었을까?
첫 글은 나 역시 블로거가 되고 싶어 시작했다.
위의 글들을 보면 알겠지만, 잘 지켜지지 않았던 다짐과 맥락, 목적, 주제가 없는 글들로 가득하다. 그래도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준다는 명언에 반해, 성공한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일상을 기록했다. 결심은 종종 잊혔고, 또 생각나면 들어가서 썼다.
하지만 글을 꾸준히 쓰면서 나는 시나브로 변했다. 꾸준히 쓰니 반복되는 고민이 보였고, 결심이 보였다. 꾸준히 모으니 좋아하는 것들의 패턴이 생겼고, 취향을 익혔다. 남에게 선택받기 위해 시작했던 글쓰기는 결국 내가 나의 이야기를 꾸준히 들을 수 있는 창구가 되었다. 작년 이맘때의 나와 올해 이맘때의 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 인간의 상황과 생각은 생각보다 단기간에,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 등을 배웠다. 이제 블로그와 브런치는 나의 성장과정이 모인 육아 일기가 되었다. 블로그에 들어가기만 하면 지금보다 어릴 적의 내가 했던 생각들로 가득하다.
감격스럽게도 작년에는 책을 출간한 작가가 되었다.
책을 출간한 이후에도, 나는 여전히 글을 쓴다. 글의 반응이 좋다면 동력이 될 수 있지만, 좋지 않아도 쓴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위한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브런치북 <당신이 에세이를 쓰길 바랍니다>는 글을 향한 나의 예찬과 일종의 덕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