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에 외로움, 날숨에 고독

해외살이의 외로움에 대한 고찰

by 꿀별

'나는 안 그러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다. 남들은 다 겪는데 나는 묘하게 피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그러하다.


캐나다에 가서 1년을 살고 오겠다는 말을 했을 때 친구는 말했다. “나는 외로워서 못 가”


돈이나 음식도 아니고 외로움을 먼저 이야기하는 친구를 보며 나는 웃었다. 당시의 내게 외로움은 크게 걱정되지 않은 부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고, 한국에서 고독 없이 살았던 것도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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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직접 살아보니? 들숨에 외로움, 날 숨에 고독이다. 아주 그냥 외로워 죽겠다!


외국 살이의 외로움은 한국에서 느꼈던 외로움과 다르다. 한국에 살 때는 군중 속 고독을 느끼곤 했다. 인구밀도 최고치인 서울에서 살 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외로웠다. 일이 정신 없이 바쁜 날에도 여러 가지 시간의 틈새들에 외로움이 잔잔바리 깔려있었다.


그런데 외국에서 살 때는? 대놓고 외롭다. 시차 때문에 친구들과 편하게 연락하기도 변변치 않고, 멀지 않은 곳에 내가 비빌 언덕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


가장 외로움을 느꼈을 때가 언제였나 생각해 보면 팀홀튼에서 퇴근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후 3시쯤 퇴근해 해가 쨍하니 떠있었고, 버스정류장에 앉아있었다. 일이 크게 힘든 것도, 날씨가 유독 안 좋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왠지 외로웠다.


나보다 외국에서 오래 거주했던 친구와 통화로 해외살이의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친구는 공감하며 말했다. “해외살이의 외로움은 뭐랄까. 이 드넓은 세계에 나 하나는 끽 죽어도 아무도 모를 수 있다는 게.. 좀 외로워”


이 친구 최소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나간 사람이다. 정말 사람이 많아도 문제, 없어도 문제다.




그래도 내겐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한없이 약한 나의 모습을 보이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는 갓 19살이 된 룸메이트 피비를 붙잡고 말했다. 해외살이 외롭다고. 피비는 자기도 외롭다 했다.


이렇게 외로움을 공유하면 다른 누군가로부터 자신도 외롭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인간 본연의 마음이 그러함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아 쒸 더 외로워!


외로움에 의연하게 대처할 거라 생각했던 나는 이제 없다. 인간의 본능 중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데 요즘따라 이 말이 더욱 공감 가고 있다.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 같은 마음을 내가 어찌 거스를 수 있을까.


누군가 곁에 있어주면 좋겠고, 죽도록 사랑만 받고 싶은 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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