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본질을 고민해본 적 있나요?
캐나다에 도착한 초반, 친구도 없고 스피킹도 할 겸 영어 회화 모임에 참여했었다. 그때 일본어와 한국어, 2개 국어가 가능한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일본에서 나고 자라 일본어를 할 수 있었고, 아버지가 한국인인 덕분에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말이 마더 랭귀지는 아니었다보니 한국말로 단어들을 전할 때 어려워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와 대화할 때면 ‘혹시 ㅇㅇㅇ?’ 하며 맞히곤 했다.
단어를 속속 잘 맞히는 내게 그녀는 어쩜 그렇게 잘 맞히냐며 좋아했다. 그거야 나의 마더랭귀지는 한국말이기에 당연한 질문이었지만, 문득 나는 내 진짜 장점은 한국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 공부 안 하려고 언질을 주는 건 아니다. 그냥 잘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 대화를 할 때 내가 쓰는 말이 입에 챱챱 붙는다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었다. 또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예쁜 한국어 문장에 감동을 잘 받는다.
많은 사람들이 진로를 설정할 때, 자기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누구인지, 나의 본질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점검사를 받는 이유도 자기 자신의 강점을 더욱 잘 알기 위해서 일 거다. 나는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싶었다. 어떤 일을 시작할 때도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더 좋아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캐나다에 왔다.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캐나다에 있는 확고히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 내 본질은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리는 사람'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다. 주방은 손님이 요청한 음식을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갑자기 마음 바뀌었다고 오므라이스를 카레라이스로 바꿀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 생각 한 방울을 추가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해야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게 내가 이야기하고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였다.
팀홀튼에서 미디엄 더불더불을 만들 때조차 나는 컵 위에 스마일을 그릴 때가 가장 즐거웠다. 짧은 순간이지만 내가 그린 꽃과 스마일을 보고 행복해할 손님을 생각하면 행복해졌다.
내 본질을 발견하는 일이 평생의 철밥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최강의 강점은 아닌 것을 안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여기저기 쏘다니며 찾고자했던 나를 발견한 것 같은 반가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말을 좋아하는 나.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고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 내 장점을 두고 지구 반바퀴 너머에서 뭐 하고 있는 건가 싶기는 한데, 이렇게나마 지금의 나를 글로 담을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