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밀 없어도 괜찮아

나한텐 내가 있으니까

by 꿀별

팀홀튼은 밥을 안 준다. 식당에서 스텝밀(staff meal)이 없다고? 싶지만 15% 할인이라는 베네핏 말고, 별다른 직원 혜택이 없다. 그마저도 팀홀튼 앱을 다운로드하면 훨씬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베네핏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그렇다.


스텝밀을 주지 않아 불만이 있었지만, 도넛을 무제한 먹을 수 있었다면 그 또한 문제였을 것이다. 밴쿠버의 물가 앞에서 매일 외식을 하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그러려니 하고 도시락을 싸고 다니기 시작했다.


상당히 맛있다 :3


자주 먹는 것은 양배추 고기 볶음. 먼저 고기를 굽는다. 그 후 올리브 오일을 풀고 자작자작 양배추를 볶는다. 양배추가 어느 정도 익을 때쯤 버섯을 썰어 넣고 소금과 후추를 친다. 모두 섞어서 밥 위에 얹으면 완성~ 가끔 계란도 볶아 넣는데 아주 그냥 맛도리!


양배추는 알면 알수록 매력 있는 야채다. 통통해 씹는 식감이 좋고, 포만감이 있어 한 끼를 제대로 먹은 느낌이 든다: 저렴하고, 사이즈도 커 가성비는 물론이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먹기 좋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다 보면 내가 나의 부모가 된 것만 같다.



“우리 별이 열심히 일하고 이따 맘마 맛있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베이컨 더 주시면 안 돼요?”


“스읍-!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가공육류는 줄이세요.”






한 번씩 어른이 된다는 건 내가 나 자신의 엄마, 아빠가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가 챙겨주는 일을 기다리기보다는 내가 나의 엄마 아빠가 되어 알아서 챙겨주는 일.


글로 여러 번 썼지만 나에게는 폭식증이 있다. 시기별로 다른데 워홀에 왔을 때 한참 폭식증이 재발했다. 생각보다 외로운 외국살이는 나를 더 배고프고, 음식이 당기게 했다. 그래서 종종 집에 혼자 있는 날 냉장고를 뒤져서 미친 듯이 허기를 채웠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라진 점이 있다면 더 이상 그런 나를 내치지 않는다는 거다. 배가 아플 때까지 먹더라도, 그로 인해 살이 찌더라도 의지박약이라든지, 내게 도대체 뭐 하는 거냐며 자기혐오하지 않는다.


대신 폭식을 한 다음날, 밥과 양배추를 듬뿍 넣은 한 끼를 만든다. 폭식으로 생산성을 내려했던 스스로를 안쓰럽게 바라보려 한다. 세상에 얼마나 잘살고 싶으면. 잘 살고 싶어 하는 나의 마음에 화내고 싶지 않다.


다른 누군가에게 '사랑해'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은데, 나 자신에게 '사랑한다' 고백하면 어딘가 이상해 보인다. 다른 누군가에게 기회를 주는 건 자연스러운데, 나의 실패에 또 한 번 기회를 주는 건 마냥 늘어진 사람 같다.


그런데 잘 생각해 보면 죽을 때까지 사랑해야 하는 첫 번째 대상은 그럼에도 나 자신이다. 나는 내 몸뚱이와 작별할 수 없으니까.


연약한 나를 미워하지 않고, 인정하는 일. 건강히 살 수 있게 누구보다 발 뻗고 도와주는 일. 좋은 재료를 구매하고 든든한 한 끼를 만들어 주는 일.


나를 사랑하는 건 이토록 쉽다.


오구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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