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에 담긴 다채로움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는 건, 그 사람의 기쁨을 마치 나의 기쁨처럼 온전히 누리는 일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슬픔까지 함께 껴안는 일이기도 하다.
어제는 솽이의 다리가 아팠다. 이전에도 아프다는 말을 들었지만, 런닝을 하는 사람이기에 가벼운 근육통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아침 일찍에도 아프다는 말에 솽이와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정확히 어떤 진단을 듣진 못했다. 다만 솽이의 표정이 어두웠고, 다음주 월요일쯤 다시 병원에 방문할 예정이라 했다. 런닝이 솽이에게 비빌 하나의 언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상심했을 마음이 느껴졌다.
원래 어제는 날이 좋아 한강으로 피크닉에 가려 했었다. 몇일 전부터 제법 들떠있는 우리였지만 예상치 못하게 솽이의 다리가 아팠고, 한강 피크닉은 취소되었다. 대신 솽이 집에서 미니 피크닉을 하기로 했다.
미니 피크닉이지만 대충 하면 아쉬운 법, 집에서 과일과 돗자리를 들고 솽이 집으로 갔다. 솽이는 김밥을 싸고 있었다. 맞은편에서 김밥을 썰던 솽이가 물었다.
“날이 너무 좋은데, 집 앞 공원이라도 갈까?”
솽이 집까지 오는데 날이 어찌나 따뜻하면서, 시원했는 지. 솽이도 나가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너 다리만 괜찮으면, 나는 좋지”
그렇게 말하며 솽이표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물었다. 오물오물 씹는데 어머 이 김밥 너무 맛있따. 당근, 오이, 오뎅, 햄, 맛살, 단무지. 모든게 정석 재료들로 채워져있었다.
다채로운 맛을 하나하나 음미하고 있자니, 늘 먹던 김밥인데, 이렇게 또렷하게 맛본 적이 있었나 싶었다.
지금까지 김밥은 꼭 다른 것들에 곁들여 먹었다. 라면, 떡볶이처럼 자극적인베이스에 김밥을 서브로 적셔 먹는 것. 그게 김밥의 묘미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밥 하나만 천천히 먹고 있자니 지금까지 놓쳐왔던 맛들이 느껴졌다.
그런 생각을 솽이와 오전에 병원 갔을 때도 했다. 무릎이 아픈 솽이와 집에서 지하철 역으로 가기까지. 습관적으로 빨라지는 보폭을 의식적으로 줄였던 시간. 그덕에 평소 보이지 않았던 동네의 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갈때는 지나쳤던 가게, 별생각 없이 스쳤던 골목, 그리고 그 속에 익숙한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 느린 템포로 걸으며 동네의 정겨움을 묘하게 느끼고 있는 터였다.
김밥이라는 하나의 음식에 담긴 우주. 라고 하면 너무 거창해 보이려나.
“김밥을 위해 했던 노력좀 자랑해봐”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준 솽이에게 자랑타임을 주었다.
‘김밥을 위해서 전날 당근을 채썰어 두었고, 오이는 소금물에 절였어. 계란 지단은 아침에 구웠고, 밥을 짓고 식혀서 참기름과 소금을…’
저렇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니 한 입 한 입 먹을 때면 별사탕이 톡톡 터지듯 프레쉬하고 새로운 맛이 났나보다. 김밥 하나에 들어간 공수를 보라.
여전히 나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다.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그 많은 것을 누리지 못한 것 같아 억울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김밥처럼, 하나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문득 한 줄 안에 제법 담겨있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을 기억하고 싶어졌다.
누려도 매일 새로운 봄의 계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