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사펀드 Apr 27. 2018

남한과 북한의 토종벼로 짓는 밥 한끼

남한과 북한의 토종벼는 어떻게 다를까? 

"오늘은 우리 만남을 축하하듯이 날씨도 아주 화창하다. 한반도의 봄이 한창이다. 

  이 한반도의 봄, 온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의 모두발언 중 -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이 만났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방명록에 친필로 쓴 문장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깜짝 월북까지 모든 순간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평화와 번영을 위해 오늘 하루 많은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두 정상이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사람, 마음이 따뜻해지는 밥을 한끼 하면 좋겠다. 남북의 쌀로 지은 따뜻한 밥 한 끼. 




남북이 하나였을 때 재배되었던 토종쌀

1910년 이전 우리나라에서는 1,451여 종의 토종벼가 자랐습니다. 한반도 땅에서 수천 년, 지역마다 다양한 맛과 멋을 뽐내던 토종벼들이 있었지요. 전쟁과 일본의 수탈, 산업화를 통해 많은 품종이 사라졌지만, 농부들이 허리춤에 숨겨 조금씩 농사 지어온 품종들을 다시 살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 남한에서 주로 심었던 토종벼 2가지, 북한에서 주로 심었던 토종벼 2가지를 소개합니다. 



자광도

(紫光稻 :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남도, 전라남도)

중만생종(출수기 0824) 메벼 / 조선 인조 때 중국 길림성 남방지방에 사신으로 갔던 이가 가져와 김포 지역에서 대대로 재배되어온 품종이다. 짧은 진자색 까락과 현미 색깔이 자색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밀다리벼’라고도 불렸다. 톡톡 씹히는 정갈한 맛으로 현미색이 붉고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다. 끈기는 없지만 거칠며 구수한 밥맛으로 이천지방의 자채미와 함께 궁중에 진상되던 품종이다. 대가 가늘고 거름의 양에 따라 분얼이 매우 많으며 잘 쓰러져 재배가 쉽지 않다.  


대관도

(大關稻 : 경기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만생종(출수기 0827) 메벼 / 키가 다소 크고 흰색의 까락은 중간 정도로 길며, 낟알은 희다. 조선시대 양반이나 궁궐에 진상했던 쌀을 의미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품종 중의 하나다. 낟알이 크고, 산뜻하고 깔끔하며 향이 풍부한 밥맛이 좋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어졌던 재래종이다. 


북흑조

(北黑租 : 평안남도)

극만생종(출수기 0903) 메벼 / 벼의 모습이 북방 지역의 강인한 풍모를 연상케 하여 이름 붙여졌다. 이삭이 검고 토종벼 가운데 키가 가장 큰 품종 중 하나이다. 마디가 튼실하게 이어져 있으며 까락이 없다. 향이 구수하고 풍미가 좋아 오래 씹을수록 여운이 남는다는 평이다. 현미색 또한 진녹색을 띄어 백미와 어울려 밥을 지으면 좋을 듯하다.


흑갱

(黑粳 : 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만생종(출수기 0828) 찰벼 / 검고 긴 까락에 흰 낟알색이 인상적이다. 까락만 검은 색이라 흑갱이라 이름 붙여졌다. 낟알에는 백색의 가느다란 검은 줄이 있고, 싹이 나는 자리가 검은색이다. 키는 90cm 내외로 쓰러짐에 강하다. 토종 찰벼 가운데 낟알은 둥글고 작지만 찰기와 끈기가 강하며 특유의 향이 있다. 일반 멥쌀과 섞어서 밥을 짓거나 술을 담그면 흑갱의 가치가 더욱 돋보인다.  




토종벼를 심는 농부

이근이 농부는 밥 한 숟갈로 그칠 수도 있었던 서른 알의 토종 볍씨를 3평 논에 심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5평 텃밭에서 시작해 토종 씨앗으로 밭농사를 짓다가 논농사를 시작했지요. 그동안 모아온 토종 볍씨 30종을 심은 뒤, 그다음 해에 1000평 논에 심었지요. 한 알을 심으면 1000알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볍씨거든요.


“토종 쌀 농사를 짓고 나서야 진짜 농부가 되었습니다.” 

토종벼 농부 이근이


토종벼의 매력에 농부는 흠뻑 반해버렸습니다. 벼가 자라 사람으로 치자면 청년기가 되어 꽃을 피울 무렵, 볍씨일 때는 고만고만하던 녀석들이 다양한 색깔과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거든요. 우표를 스크랩하는 수집광처럼, 농부는 토종 볍씨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채종한 볍씨를 각 지역의 농부들과 나눴습니다. 지금은 100여 종의 토종 벼를 키우고 있습니다. 토종 쌀을 보급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스스로 키운 쌀로 밥해 먹고 산다는 것이 마냥 뿌듯하고 신이 난다는 농부. 


|농장 한 쪽, 품종별로 볏단을 매달아 놓았다. 종자를 섞이지 않게 보관하기 위함이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무농약, 무화학비료, 순환농법으로 논을 가꿉니다. 토종 벼는 키가 크기 때문에 영양분이 과도하면 쓰러지기 때문이죠. 볍씨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땅, 물, 햇빛, 별빛, 동식물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자라납니다. 그리고 농부는 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허리, 다리의 뻐근함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손톱에 낀 흙이 자랑스러워질 거에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벗들과의 교감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겠지요.


올해도 자광도와 북흑조를 심습니다. 

농사펀드는 올해도 남북이 하나였을 때 재배되었던 토종 벼를 심을 계획입니다. 잘 길러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밥을 지어먹으려고 합니다. 올 가을 수확하게 되면 함께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해 볼께요. 외압에도 묵묵히 견뎌온 이 씨앗처럼 우리 마음에도 이제 봄이 오면 좋겠습니다.


#농사펀드 #토종벼 #화합 #평화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게 '쌀'은 어떤 의미일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