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농사펀드 Apr 13. 2018

우리에게 '쌀'은 어떤 의미일까?

본격 '노마드 농부' 프로젝트

아무리 쉬어도 쉬어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잠을 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머릿속 생각이 끊이질 않고 내 몸이 내 몸 같지가 않지요. 얼마 전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가 베트남의 '사파'에 들려서 휴식을 취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TV를 보면 꼭 유명인들에게는 '나 자신을 온전히 놓고 쉬는 휴양지'가 하나씩 있던데, 우리에게도 한 번씩 찾아가 온전히 쉴 수 있는 나만의 숲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여러분들은 그런 생각 안해보셨나요?


출처_Chamaeleon reisen 마크주커버그의 휴양지로 유명한 베트남의 '사파'


적당히 몸을 움직이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는 곳. 느리게 흐르는 구름, 기분 좋게 지저귀는 새들, 푸르게 자라는 식물들. 그리고 그곳을 가꾸며 언제나 당신을 반겨줄 사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모든 일상을 포기할 필요도 없어요. 지치고 힘들 때쯤에 잠깐 나를 쉬게 해주는 곳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가능할 지 모르는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 혹시 노마드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노마드는 유목민, 유랑자를 뜻해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 사람을 뜻하죠. 만약에... 우리가 노마드를 실현해보면 어떨까요? 한 땅에 정착하지 않고, 얽매이지 않고 농사도 짓고, 자연도 구경하며 농촌과 도시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되는거죠. 자연의 시간에 맞춰서 작물도 길러보고, 수확도 해보고, 수확한 작물로 먹을 것도 만들어 봅니다. 이걸 멋진 말로 표현하자면, 노마드 농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이 꿈같은 이야기를 상상만 하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먼저 꿈꿔본 우리의 휴양지_Illustrated by 경민


이 꿈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비록 우리의 몸은 도시에 묶여 있지만, 땅을 밟아보고 싶고 직접 작물을 수확하는 감정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노마드는 어느 한 곳에 묶여 있지 않고, 유목민처럼 돌아다니면 스스로를 치유하죠. 반대로 농촌에는 우리의 욕구를 원하며, 한 공간에서 함께 수확하는 기쁨을 나누고자하는 농부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함께 농사짓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면, 농부에게도 보다 보람찬 농사일이 될 것입니다. 함께 한다는 것은 큰 힘이 되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노마드 농부' 프로젝트. 도시와 농촌을 떠돌아다니며 자연에서 쉼을 찾을 도시민. 싹이 나는 경험부터 수확하는 모든 과정을 함께 즐기고자 하는 농부. 그렇게 우리는 이 꿈을 실현 시켜줄 도시민과 농부님을 찾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수소문 끝에 프로젝트를 기획할 훌륭한 활동가와 농부가 손을 맞잡았습니다. 지역은 경기도, 작물은 토종 쌀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중요한 농작물로, 우리나라의 수도 도시인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농촌인 경기도의 한 논에서, 노마드 농부의 쉼터를 열어보게 되었습니다.


'노마드 농부' 프로젝트의 수장, 토종 쌀을 가꾸는 농부. 이근이 농부님.


토종 쌀인가?


저희가 '토종 쌀'을 주제로 삼은 것은 우리의 먹거리에서 시작된 발상이었습니다. 가장 친숙한 식재료이자 농촌의 주력 작물이지만, 이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는 그보다 월등히 적었습니다. 과연 우리에게 '쌀'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본질적인 물음에 답을 해주셨던 이근이 농부님은 그 정답을 '토종 쌀'에서 찾으셨습니다.


토종쌀농사를 짓고 나서야
진짜 농부가 되었습니다.


이근이 농부님은 밥 한 숟갈로 그칠 수도 있었던 서른 알의 토종 볍씨를 3평 논에 심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었습니다. 우보농장 이근이 농부님은 15년 차 농부입니다. 5평 텃밭에서 시작해 토종 씨앗으로 밭농사를 짓다가 논농사를 시작했지요. 그동안 모아온 토종 볍씨 30종을 심은 뒤, 그다음 해에 1000평 논에 심었지요. 한 알을 심으면 1000알을 얻을 수 있는 게 바로 볍씨거든요.

 

토종벼의 매력에 농부는 흠뻑 반해버렸습니다. 벼가 자라 사람으로 치자면 청년기가 되어 꽃을 피울 무렵, 볍씨일 때는 고만고만하던 녀석들이 다양한 색깔과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거든요. 우표를 스크랩하는 수집광처럼, 농부는 토종 볍씨를 수집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해에는 채종한 볍씨를 각 지역의 농부들과 나눴습니다. 지금은 100여 종의 토종벼를 키우고 있습니다. 토종쌀을 보급한다는 사명감보다는 스스로 키운 쌀로 밥해 먹고 산다는 것이 마냥 뿌듯하고 신이 났다는 농부.



'함께 어우러져 사는 자연을 닮고 싶습니다. 농부가 빚지고, 키우고, 수확하고, 판매하는 일방적 방식 말고, 빌딩 숲 도시민과 농부가 서로 기대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일을 벌여보고자 합니다. 사명감이 아닌 그 자체의 매력을 느껴 먹게 된 토종쌀 처럼, 재미있게 시작해보는 거지요. 공동체의 일원으로 함께하는 경험이 부족한 시대, 함께 밥 먹고 함께 땀 흘리는 경험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무농약, 무화학비료, 순환농법으로 논을 가꿉니다. 토종벼는 키가 크기 때문에 영양분이 과도하면 쓰러지기 때문이죠. 볍씨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에 땅, 물, 햇빛, 별빛, 동식물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자라납니다. 그리고 농부는 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허리, 다리의 뻐근함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손톱에 낀 흙이 자랑스러워질 거에요.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벗들과의 교감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되겠지요.


어떠신가요? 아직도 실감이 안나신다고요? 그럴 줄 알고 앞으로 다가올 꿈을 한번 일기처럼 적어봤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노마드 농부'의 미래 일기를 먼저 만나보세요!





우리가 꿈꾸는 노마드 농부의 삶


'모판만들기! 다양한 벼를 맛보자' (2018년 4월 일기)

상상해보세요. 쫀득쫀득 차지면서 쌉쌀한 쌀. 은은한 단맛에 구수한 옥수수 향이 나는 쌀. 현미로 먹었을 때 더 맛있는 쌀. 다양한 토종쌀을 천천히 음미해보세요. 직접 맛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쌀을 골라보는 시간입니다. “햅쌀로 김밥을 만들까? 막걸리? 달달한 식혜? 빻아서 떡을 쪄볼까? 아니 그냥 갓 지은 밥?” 마음껏 상상하며, 올 한해 농사지을 품종을 골라보세요.

※ 1910년 일제강점기 전, 한반도에는 1500가지의 쌀 품종이 있었습니다. 나라에서 육종한 “개량”품종이 아닌, 각 지역의 농부들이 스스로 농사를 지으면서 자연스레 육종이 된 것이지요. 농가 단위, 리 단위로 다른 품종을 심었으니, 동네마다 논의 빛깔과 모양이 모두 달랐겠죠?

 


'모내기를 해보자! 도란도란 밥도 해먹자!' (2018년 6월 일기)

하늘이 깃들어 있는 땅 위에, 모줄 따라 모를 심습니다. 개운하게 땀 흘리고, 다 같이 노동요도 불러보면서요. 허리 한번 쭉 펴주고 나면, 배꼽시계가 울리겠지요. 우보농장에서는 반찬 포틀럭으로 밥을 먹습니다. ‘있는 것으로 차린 밥상’이라는 뜻의 포틀럭. 각자 반찬을 한가지씩 가져오면 됩니다. 열 명이면 열 종류의 반찬이 차려지겠지요. 큰 솥을 걸어 토종쌀로 밥 짓고, 둘러앉아 도란도란 먹습니다. 구수한 향 풍기며 모락모락 김나는 밥에, 집마다 다른 다양한 반찬. 무엇보다 땀 흘리고 먹는 밥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입니다. 우보농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쌀 막걸리도 곁들여서 발그레하게 취해봐요.



'허수아비 만들고, 볏짚 공예까지' (2018년 8월 일기)

온갖 생물들과 어린아이처럼 인사해봅니다. 가재, 개구리, 탐스러운 열매 같은 우렁이 알. 여기저기 튄 밥알처럼 피어난 벼꽃. 사람이 맛있고 깨끗한 음식을 좋아하듯 새들도 탐스러운 벼를 좋아한답니다. 우리는 예부터 허수아비를 세웠습니다. 물리적인 방법으로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대신 가드를 세워두는 셈이지요. 벼 이삭이 여물어갈 무렵, 잘 입지 않는 티셔츠나 볏짚으로 허수아비 만들고 논을 한 바퀴 빙 둘러보며 피도 뽑아줍니다.



'노마드 농부 수료식. 축사는 막걸리와 함께!' (2018년 10월 일기)

막걸리 잔 부딪치며 축하할 때입니다. 하늘이 높아지고 선선한 냄새가 나면, 오랜 기다림 끝에 고개 숙인 벼를 수확하거든요. 보통 황금 들녘이라고들 하지만, 토종벼 논은 검은색, 붉은색, 황금색으로 물듭니다. 색색깔 보자기가 깔린 논이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요. 두 번의 계절이 지나고 농부가 된 서로를 축하하는 자리. 가을볕을 안주 삼아 막걸리 잔을 부딪쳐 볼까요?
 


※ 기분이 어떠신가요? 이제 여러분들이 활약할 논과 1년을 함께 도와줄 활동가와 농부까지 모든 게 다 준비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휴식과 농촌의 굶주림을 풀어줄 단비와 같은 모임을 개최합니다. 논에 발도 담그고, 허리 굽혀 모도 심어보고, 직접 낫질하여 벼도 베어보고, 직접 재배한 쌀로 같이 밥해먹을 수 있는 도시민을 모집합니다. 뭐하시나요? 어서 참여하세요!






'노마드 농부'가 되는 1년 과정


경기도 고양시에 이근이 농부와 함께 7개월간 다양한 토종쌀을, 자연순환 전통농법으로 농사를 짓습니다.  10년 간 잘 가꿔온 논 1,000평을 50평 씩 공유해 함께 농사짓습니다. 나에게 맞는 토종쌀을 고르는 품종 테이스팅 워크샵 부터 손모내기와 탈곡과 도정까지의 과정을 함께 합니다. 연간 4번의 공식적인 강의와 워크샵이 진행되고 결과물을 나눕니다. 이 기간동안 여러분은 이 논의 노마드농부가 됩니다.


노마드 농부가 되는 4가지 과정_Illustrated by 경민



노마드 농부가 되는 방법 2가지

1. 팀으로 땅을 일구거나 (5-7인) _1인 45,000원 x 4회 = 90만원 (5인 기준)

2. 개인이 모여 땅을 일구거나 (1인) _1인 45,000원 x 4회 = 18만원


※ 팀으로 오신다면, 최소 5인 최대 7인정도로 팀을 만들어주세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오셔도 좋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팀으로 진행하지않습니다. 팀은 여러명이서 참가할 시 편하게 참가하실 수 있도록 혜택을 드리는 것이지, 어차피 프로젝트는 개인 스스로가 진행하게 됩니다.


노마드 농부가 되면 좋은 이유 3가지


1. 나만의 자연 쉼터, 힐링 스팟을 정기적으로 누려봐요!

2. 농사가 어렵다고요? 먼저 경험해보세요. 농사와 농촌을 미리 경험해보는 기회!

3. 직접 농사 짓고, 직접 수확한 쌀을 얻는 기쁨 (팀 50kg, 개인 10kg)


※ 본 프로젝트는 영유아기 이상의 아이와 함께 오실 수 있습니다. 3-4인 가족은 합쳐서 팀으로 신청해주셔도 좋겠죠. 대학교 동아리로 신청해도 좋고, 회사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오셔도 좋습니다. 혹은 주말 농장을 갖고 싶지만 논 농사를 짓기 어려워서 엄두도 못냈던 분들도 좋습니다. 도전하고 경험하세요 :)

※ 여러분들이 내시는 비용은 위 3가지의 가치와 함께 '자연에서 진행되는 토종쌀에 대한 4번의 강의'와 '여러분이 도시에 있을 때 논을 관리하는 농부의 인건비' 비용으로 쓰여집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쉼이 필요하신가요? 사실 정답은 '농촌'에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떤 답을 가졌는 지는 스스로가 더 잘 아실겁니다. 어쩌면 논에서 모를 심고, 쌀을 수확하며, 밥을 해먹는다해도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저희는 여러분들이 그 정답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온전히 갖길 바랄 뿐입니다.


이제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혹여나 이 글을 읽으시면서 마음 속에 열정이 생겼다면, 자연에서 힐링을 느끼고, 도시와 농촌을 넘나드는 노마드 농부가 되고 싶다면, 고민하지 마세요. 농부의 삶을 공유하고 수확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기를 고대합니다.


※ 더 궁금하신 내용은 댓글에 달아주셔도 좋습니다. 정말 준비 되셨나요? 그렇다면, 아래 링크를 통해서 참가 신청이 가능합니다. 항상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입니다.

https://goo.gl/BpvYVx

작가의 이전글 강요된 선택, 살충제 달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