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펀드 뉴스레터 '에디터가 쓰다'
너무나도 더워서 풀 한 포기 흔들리지 않는 초복 날이었습니다. 농부님께서 후끈한 닭장에 들어가 튼튼한 닭 몇 마리를 꺼내오셨습니다. 어찌나 실한지 다리두께가 어린아이 손목만 했어요. 그곳은 유정란을 위한 양계를 하는 곳이라서 닭을 도축할 수 있는 특정한 도구나 장비가 아무것도 없었지요. 옛날처럼 맨손으로 잡아야만 했습니다. 닭을 거꾸로 들어서 안정시킨 뒤에 한쪽 손으로 목을 뒤로 꺾어 잡으니 눈을 끔뻑거리며 체념한 듯 가만히 있었습니다. 목털을 젖히고 마음속으로 짧은 기도를 한 뒤에 조심스레 하면 더 고통스러울 것 같아 과감하게 칼을 대어 동맥을 끊었습니다. 사람의 것만큼 진하디진한 피가 흘러나오더군요. 피가 모두 빠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푸드덕거리는 날개의 힘이 어찌나 센지 아주 꽉 잡고 있어야 했습니다. 무릇 모든 생명처럼 결코 쉽게 죽지는 않더군요. 5분 정도 지났을까 (실제로는 1분 정도였을지도 모릅니다) 이제 날개는 움직이지 않고 느리게 끔뻑이던 눈은 이제 아예 감겼습니다. 다리를 잡은 손으로 닭의 근육이 주욱 풀리며 느슨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눈을 꽉 감고 닭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얼굴은 땀과 눈물에 범벅이 되어있고 다리에는 온통 피가 튀어있었습니다. 털이 잘 뽑히도록 따뜻한 물에 닭을 담가두었다가 꺼냈습니다. 털이 어찌나 많던지 거의 30분 동안을 손질해야 했는데, 배 쪽에 있는 털을 뽑으니, ‘꽥’ 소리가 났습니다. 남아있던 공기가 나오면서 소리가 난 것이었는데, 아직 닭이 살아있는 줄 알고 기절초풍했지요. 그 이후부터는 신문지로 머리 부분을 덮어두고 털을 뽑아야만 했습니다. 목을 잘라내고, 배를 가르고 모래주머니, 간, 심장, 콩팥 등 내장을 다 꺼냈습니다. 그제야 닭이 제가 알던 그 닭고기로 보였지요.
난생처음 닭을 잡았던 날의 이야기입니다. ‘1인1닭’ 이라는 광고카피가 나올 만큼 흔한 닭을 도축하는 이야기인데, 누구라도 조금은 눈을 찡그리고 거북한 느낌으로 이 글을 읽으셨을 겁니다. 어느 날 먹잇감을 찾아 온종일 뛰어다니는 야생 동물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반칙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먹잇감이 크면 클수록 더 많은 땀을 흘리는 것이 당연한데, 사람은 에어컨이 켜진 마트에서, 식당에서 고기를 종이 몇 장으로 소비합니다. 누구나 이미 익히 알고 있듯 많은 동물이 동물답지 않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 자체의 생명이 아니라 인간의 사료로서 키워질 뿐이지요. 지구와 나를 위한 먹거리시스템을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유기농이나 채식이 아니라, 재배/사육되는 과정, 인간이 먹을 수 있게 준비되는 과정을 직시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요?
2017년 8월 14일
돼지 잡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장시내 에디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