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이팝을 계속 듣게 되는 이유 2
나는 가사 못지 않게 제이팝 특유의 청량하면서도 벅차오르는 사운드를 좋아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너무 오글거려서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말하지만, 나는 그런 노래를 들을 때마다 학창시절이나 대학생 시절의 ‘청춘’으로 다시금 시간이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지금 생각해보면 밴드 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도 제이팝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은 음악이 주로 ‘K-POP(케이팝)’으로 통칭되는 댄스 음악이라면, 일본은 특히 일렉기타의 파워풀하면서도 청량한 음색이 부각되는 록 장르의 밴드 음악이 많이 발전한 나라다. 나는 지금도 제이팝에서 많이 듣게 되는, 맑고 쨍하게 울리면서도 복잡한 리듬으로 빠르게 연주되는 일렉기타 사운드를 매우 사랑한다. 거기에 심장까지 쿵쿵 울리는 드럼과 밝고 명랑하게 연주되는 건반, 마지막으로 하이라이트 구간에서 벅차오르는 느낌의 보컬까지 더해주면… 그야말로 여기는 도파민의 천국이다. 다른 국가나 장르의 음악을 듣다가도 이 맛은 끊을래야 끊을 수가 없다. 음악은 국가에서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란 말도 있지 않는가. 나한테는 이것이 마약이다. 제이팝에서 느낄 수 있는, 푸르디 푸르른 청춘의 맛.
청량한 밴드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 아티스트들은 너무 많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아티스트는 바로 Mrs. Green Apple(미세스 그린 애플)일 것이다. 현재 일본 국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고, 최근에 내한 공연을 왔을 만큼 한국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Mrs. Green Apple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희망찬 내용의 가사와 밝고 명랑한 멜로디와 밴드 사운드, 그리고 벅차오르는 느낌을 주는 하이톤의 보컬이 삼박자가 맞는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Mrs. Green Apple의 노래에는 마치 설익은 청색의 사과를 한 입 베어 문 듯한 시원함과 경쾌함이 깃들어 있다. 대표곡 중 하나인 ‘푸름과 여름(青と夏)’을 들어보면, 도입부 가사인 ‘시원한 바람이 부는 / 푸른 하늘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일렉기타 사운드와 시원하게 터져 나오는 보컬이 그야말로 ‘푸르른 여름’의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내는 느낌이다. 그런가 하면 ‘라일락(ライラック)’에서는 청량하면서도 조금 더 서정적인 일렉기타 리프가 마치 라일락과 함께 피어나는 봄내음을 맡는 듯한 착각이 든다. ‘케세라세라(ケセラセラ)’, ‘댄스홀(ダンスホール)’, ‘인페르노(インフェルノ)’ 등의 대표곡을 비롯해서 ‘Magic’, ‘WanteD! WanteD!’, ‘로맨티시즘(ロマンチシズム)’, ‘비터 바캉스(ビターバカンス)’, ‘breakfast’ 등의 추천곡들도 모두 듣고 있으면 특유의 밝은 에너지에 행복해지는 노래들이니 꼭 찾아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Mrs. Green Apple를 알기 전에는 Spitz(스핏츠)라는 밴드도 굉장히 좋아했었다. Mrs. Green Apple이 가만히 있지 않고 방방 뛰는 청춘이라면 Spitz는 좀 더 몽글몽글한 감성을 가진 청춘이라고 해야 할까. 마치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며, 혹은 길거리를 가만히 걸으면서 공상에 빠지는 학생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1987년에 데뷔하셔서 지금은 나이가 많이 드셨겠지만… 비교적 최근에 발매한 ‘가장 좋아하는 것(大好物)’, ‘아름다운 지느러미(美しい鰭)’ 같은 곡들에서도 예전의 청춘 감성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음악에서는 나이를 먹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정말 감사함을 느끼는 밴드이기도 하다.
Spitz의 청춘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노래로는 무조건 ‘체리(チェリー)’를 1순위로 추천하고 싶다. 찰랑찰랑한 일렉기타와 휘파람 느낌이 나는 신스로 시작하는 도입부, 그리고 경쾌한 멜로디와 어우러지는 특유의 소년스러운 보컬까지 그야말로 일본 청춘물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1996년에 발매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리 들어도 질리거나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투박한 감성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마성의 곡이다. 그밖에도 히트곡 ‘로빈슨(ロビンソン)’, ‘하늘도 날 수 있을 거야(空も飛べるはず)’를 비롯해 ‘파란 자동차(青い車)’, ‘항구(みなと)’, ‘스칼렛(スカーレット)’ 등의 많은 곡들에서 90년대-00년대 초반 특유의 희망찬 청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일본의 국민 밴드 중 하나로 꾸준한 사랑을 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위의 두 밴드 외에도 RADWIMPS(래드윔프스), [Alexandros](알렉산드로스), sumika(스미카) 등의 많은 일본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스타일로 청춘을 노래하고 있지만, 분량상 상세하게 다 소개할 수 없어서 매우 아쉽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청춘은 어땠는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되돌아보면, 정작 실제로 중고등학생 때는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대학생 때는 학점을 딴다고 바빴다. 그래서 밴드 같은 건 해본 적도 없고, 오히려 숱한 불안과 우울에 하루하루가 잿빛과도 같은 나날이었다.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의 기억을 갖고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더욱 이와 같은 가공의 청춘 판타지에 애착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노래들을 들으면 내가 놓쳐버렸던, 살아보고 싶었던 청춘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과거에만 미련을 두고 있냐고 하면, 그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오히려 현재에 더욱 치열하게 최선을 다하게 된다. 순간 지치고 힘들어도 그대로 주저앉지 않고, 노래의 화자가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처럼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살게 된다. 어쩌면 나이와 상관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몰두하고, 땀을 흘리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청춘의 한 순간이 아닐까. 그렇게 오늘 하루도 청춘 노래가 흘러나오는 이어폰을 끼고 다시금 하나밖에 없는 삶에 박차를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