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산의 해안 절경 감상할 수 있는 갬성 열차
‘부산’하면 해운대가 먼저 떠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잘고 고운 모래사장, 휘황찬란한 호텔과 즐비한 맛집들이 별천지를 이룬다. 여기에 바다 조망의 마천루 해운대 엘시티까지. 서울보다 더 호화롭고 이국적인 감성 덕분에 전국적으로 사람이 모인다.
해운대의 또 다른 묘미는 ‘달맞이 고개’다. 해운대구 중동에 위치한 와우산 중턱의 이 고갯길은 송정동까지 이어진다.
달맞이 고개가 드라이브 명소로 알려지며 부산시민뿐만 아니라 외지인들도 이곳을 흔히 찾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봄철엔 달맞이 고개 따라 걷거나 차로 이동하는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다. 그 덕분에 인근 식당과 카페 매출이 쑥쑥 오르니 달맞이 고개가 일종에 지역 경제의 효자인 셈.
이번 여행에선 멋진 해안 풍경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는 해변열차를 타기로 했다. 미리 예약해둔 6회 왕복권 덕분에 어느 역에서 내리든 부담 없이 내리고 탈 수 있었다.
예고에 없던 벼락 비에 인근 카페로 달음질 하는 사람들을 뚫고 해운대 미포 정거장에 도착, 청사포를 거쳐 송정까지 이어지는 해변열차에 몸을 실었다.
열차의 진짜 이름은 ‘해운대 블루라인파크 해변열차.’ 해운대 미포부터(서쪽 정거장) 송정까지(동쪽 정거장) 아름다운 해운대 해변을 달린다. 공중에서 해안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스카이 캡슐 열차와 쌍벽을 이루며 미포에서 송정을 왕복으로 운행한다.
달맞이 고개를 통해서도 동부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지만, 해변열차는 동부산의 수려한 경치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단 점에서 감성이 뿜뿜하는 낭만열차라 할 수 있다.
미포에서 출발한 해변열차가 중간 정착지 청사포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청사포에 미리 점찍어둔 스폿이 있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향했다. 청사포에는 해안뷰가 멋드러진 카페와 생선회, 조개구이를 파는 가게들이 즐비한 작달만한 포구다.
가기로 한 장소 대신 아름다운 청사포 해변과 찰떡궁합 카페 ‘Sandy Blue’ 에 들렀다. ‘말차’를 주 재료로 한 음료가 시그니처 메뉴다.
카페를 나와 동네를 기웃거렸다. 따사로운 햇볕에 미간이 잔뜩 찌그러졌지만, 시원한 바다 내음에 마음이 편해졌다.
청사포역에서 5분쯤 기다렸을까. 열차가 바로 도착, 송정역으로 향했다. 송정역은 이 해변열차의 동쪽 정거장이자 종착역으로 도착하면 누구든 다 내려야 한다.
송정역에 도착, 플랫폼을 빠져나오니 세모 모양의 지붕을 머리에 인 송정역이 맞아준다. 1940년대에 지어진 송정역은 부산에서도 가장 오래된 간이역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2006년 12월 4일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 깊은 역사다.
예정엔 없었지만 기왕 송정역까지 왔으니 송정 해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성인 걸음 기준 5분가량 걸으면 붉은색 파라솔이 푸른 바다와 대조를 이루는 송정 해변과 마주한다.
근래 몇 년 간 ‘서핑’이 유행하면서 전국적으로 송정 해변이 ‘서퍼들의 성지’라 불리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송정 해변을 찾은 이날도 서핑 보드를 들고 왔다갔다 하는 이들을 간간히 볼 수 있었다.
여름철이면 사람 반, 물 반인 동해 해변처럼 북적이지 않고 여유가 있어 보인다.
다만 피서철마다 즐거운 여행에 찬 물을 끼얹는(?) 바가지 상흔은 송정 해변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 보였다. 그늘이 없는 해변 필수품 파라솔과 바다에 들어가려면 꼭 있어야 하는 튜브와 구명조끼와 같은 구명장비의 대여료는 무조건 1만 원이 넘었다. 여기에 먹고 마시는 비용까지 합치면 경비가 얼마나 나올까 잠시 생각에 잠겼다.
송정에서 해변열차를 잡아타고 미포로 돌아가는 객차 안에는 사람들이 흘린 땀내로 퀴퀴했지만, 저물어가는 동부산 해안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