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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ra Jul 05. 2022

나도 '맛.잘.알 되고 싶다! 맛을 잘 아는 비법

맛집 블로거들은 어떻게 그림 그리듯 맛에 대해 써 내려갈까?

 맛집 블로거들의 글을 깊이 있게 읽어 보신 적이 있나요?

 배달음식이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나도 추천하고 싶었지만 '괜찮다' '맛있다'는 말 외에 표현할 길이 없던 그 식당 그 음식이 긴 장문의 편지가 되기도 하죠. 또 조금이라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식당의 음식은 한 편의 소설이 되어 사람들에게 글로써 맛을 설명하고 전하기도 합니다.


잊지못할 크리스마스의 맛, 이탈리아가 된 방콕.

 

분명 나의 입도, 맛집 블로거의 입도 '단맛' '짠맛' '쓴맛' '신맛' '매운 느낌' 말고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다른 맛이 없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표현과 함께 글을 쓸 수 있는 걸까요?

이 글을 통해 맛집 리뷰, 맛집 소개를 하고 싶으신 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잠깐 저의 스토리를 나눠볼게요.

 맛 잘 알(맛을 잘 아는 사람)로 소문이 난지 근 20년이 넘었네요.(웃음) 블로거 시절에는 직접 선정한 맛집들이 글을 발행하는 족족 엄청난 조회수를 자랑하며 금세 맛집으로 소문이 나기도 했었어요. 또 어떤 음식점에서는 이 음식에서 무엇이 빠졌는지, 또 무엇이 이 음식에서는 좀 줄여야 할지도 금세 알아차렸습니다. (그 기준은 장사를 위한 것인지, 진정한 맛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다르게 작용했지만요.)

재료의 어우러짐이 최상인 풍미가득 명란솥밥

일상 에너지가 크게 많지 않은 저라는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눈이 두배로 커지며 눈이 반짝반짝 해지는 걸 곁에서 지켜본 지인들이 항상 신기해하고 또 재미있어하더군요.

몇 가지 사건이 있기 전까지 저는 모든 사람들이 저와 똑같이 맛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 모두가 저처럼 맛을 잘 기억하고 그 식당을 잘 기억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아니었죠.

돌이켜보면 저는 맛을 잘 느끼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잘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냄새를 매우 잘 맡는다는 점. 맡은 냄새는 기가 막히게 기억한다는 점. 또 음식에 대해 엄청난 철학이 있다던지, 고기는 내손으로 구워야 마음이 편안함을 느낀다는 점, 그리고 아주 멀리서도 음식이 상해 가고 있는 냄새까지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린다는 점 같은 것들 말이에요.

샴푸 냄새를 한 번 맡으면 어느 회사 샴푸인지 모두 알아차리기도 하고, 한번 마음에 들어 기억하게 된 향수는 이름과 회사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기도 했어요.

수제소스와 삼합의 조화가 인상적인 쭈꾸미 그리고 차돌박이

음식의 맛을 잘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웬 냄새를 맡는 얘기냐고요?

바로 음식의 맛은 냄새를 통해 가장 먼저 느끼고 냄새를 통해 가장 마지막까지 남기 때문이에요.


통후추와 시즐링이 인상적인 사천식 닭날개볶음

강렬한 맛과 향을 가진 '카레'를 예로 들어보자면 우리는 카레가 완성되기 전에 이미 카레를 요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바로 냄새, 향으로 말이죠.

요리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노랗고 향이 좋은 카레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숟가락을 집은 뒤, 고슬고슬하거나 어쩌면 조금은 진 따끈한 밥을 카레와 잘 비벼 푹 떠서 입 속으로 넣습니다. 넣기 직전에도 넣은 후에도 입속의 카레가 목구멍으로 넘어간 후에도 우리는 카레향을 들숨과 날숨으로 맡고 있는 중일 겁니다. (심지어 트림을 할 때도요.)


카레의 '맛'은 사실 매운맛, 짠맛, 과 함께 넣고 끓인 재료들의 달거나 쓰거나 신맛 말고는 더 이상 우리가 느낄 맛이 없습니다.

이 다섯 가지 맛은 다른 음식에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음식이 반드시 카레는 아니죠. 오미자일수도, 짜장소스일수도 있죠.

하지만 카레는 분명히 카레예요. 카레가 짜장이 아닌 이유는, 생긴 게 카레인 데다 냄새도 카레임이 분명하고 또 다섯 가지 맛의 비율이 카레인 것이고, 카레만의 독특한 '향'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그 음식을 먹고 카레라고 부릅니다.

핫하고 핫한 트러플 하몽스틱과 부라타치즈와 유자, 그리고 마리네이드 된 토마토, 그리고 풍미를 더해주는 오일.


여기까지 글을 읽으신 여러분들은  맛을 잘 알기 위해 이제부터 필자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기본적으로 무엇을 느낄 줄 알아야 할지 감이 잡히시나요?

맞습니다.

맛은 오감으로 느끼는 거예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뜨겁고 차가움과 매움도 느껴야 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면 바로 분위기가 되겠습니다.


맛집 블로거 같은 '맛 잘 알'이 되기 위한 7가지

1. 향 맡아보기.

2. 맛과 향의 종류에 대해 잘 알아두기.

3. 식재료에 대한 지식을 쌓아두기.

4. 왜 이런 재료를 쓴 건지 음미해 보기.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5. 표현에 대해 기억을 더듬어 보기.

6. 많은 종류의 음식을 먹어보기.

7. 기록해두기.


기분좋은 식감에 찍어 먹는 소스에 따라 다양한 향을 입혀 먹을 수 있는 '회'


다음 시간엔 1번부터 차례로 차근차근 말씀드려볼게요. 잘 따라오시다 보면 금세 '찐 맛 잘 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블로그 발행도 하셔서 나의 최애 음식과 최애 식당들을 기록해보세요.

맛을 잘 아는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세계여행을 떠나는 듯 여러분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코로나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 학계에선 개인과 사회 전체가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앓이가 시작되었다고 보고 있다고 합니다.

모두 힘들고 힘들었던 시기, 힘든 일을 겪으셨으니 나 자신을 스스로 세심하게 잘 돌볼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매일 할 수 있는 작은 것에서부터 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그 안에서 풍요와 행복을 누리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행복을 담아서 -


- W.r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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