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위로<13> 인형

내가 꼬옥 안아줄게요.

by 릴라랄라

세상의 추위에 움츠러들어

포근한 위로가 필요할 때는

나에게 와요.

내가 당신을 안아줄게요.




사계절의 끝자락에서

한 해를 떠나보내며

주위를 둘러봅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성과를

뽐내며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빛나는 트로피와

영광의 메달을 부러워하며

나의 한해를 되돌아보지만


충만한 기쁨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습니다.


추운 날씨에 움츠러드는 몸처럼

마음도 자꾸만 작아집니다.

눈에 보이는 건
겨우 겨우 하루하루를
살아낸 나의 모습뿐입니다.


어떻게든 괜찮은 척해보려 노력해 보지만
자꾸만 꼬깃꼬깃 구겨지고
더 작아지는 마음에
이 계절의 추위가 더 깊이 스며듭니다.

당신의 작게 움츠러든 마음을

내가 부드럽게 감싸안아줄게요.

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오늘도 살아냈잖아요.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목에
영광의 메달을 걸어주지는 못해도
내가 당신의 목을 따뜻하게 끌어안아줄게요.
움츠러들어 꼬깃꼬깃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줄게요.

잘했어요.
올해도 잘 버텼어요.
도망치고 싶고
포기하고 싶었던

수많은 순간을 지나
당신은 결국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당신은 그 자리에서 버틴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세상의 추위에 움츠러들어

포근한 위로가 필요할 때는

나에게 와요.

내가 당신을 안아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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