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위로 <20> 헤어롤

내 마음도 봉긋하게 말아올려 줘

by 릴라랄라

침대에서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거울 앞에 앉습니다.


축 처진 몸

축 처진 어깨

축 처진 앞머리

그리고

축 처진 마음


물에 젖은 빨래처럼

축 늘어져

자꾸만 흘러내리는

몸과 마음이

버겁기만 합니다.


헤어롤을 꺼냅니다.

축 처진 앞머리를

단단하게 돌돌 말아

따뜻한 바람을 쐬어줍니다.


앞머리를 말아 올리며

굽은 어깨를 펴고

몸을 바로 세우고


마음도

봉긋하게 솟아오르길 바라며

오늘을 잘 보내보자는

스스로를 향한 응원으로

마음에도 온기를 불어넣어 봅니다.


몸을 부풀려

자신을 지켜내려는

작은 동물처럼


작게 움츠리고 있는 마음에도

볼륨을 넣어

한껏 부풀려봅니다.


잘 말아 올려진 앞머리처럼

마음도 봉긋하게 만들어

하루를 시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로라네 ep17) 강아지 예방접종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