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언제 쓰러질지 몰라 매일 아이를 안거나 업으며 밥을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집 안에서만 지냈던 시간이 7년이었다. 대발작으로 인해서 숨을 못 쉬면 어쩌나 걱정이 가득 차 있던 하루보다 시작된 발작에 인공호흡을 해가며 숨이 다시 돌아오기를 울부짖으며 애태웠던 순간들보다
학교에 데려다주러가는 오늘이 더 안심이 되고 감사한 날이기 때문이다.
버스에 겨우 올라타 앉으려고 하니 등교하는 아이들과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버스 안이 가득 차 있다.
앉을 곳이 없으니 한 손에는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아이가 넘어질 새라 꽉 움켜 잡아본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지팡이와 함께 앉아계시는 할머니가 아이를 보고 반가워하신다.
" 아야~ 오랜만이 다잉~~ 오메오메~ 많이 컸네.. 안 본 사이에 많이 컸어~~"
버스를 타고 학교를 오고 가는 동안 나와 아이를 한 번씩 보신 할머니신 거 같았다.
" 아가~ 건강하그래잉~ 건강이 최고여.. 아프지 말어.. 느그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겠냐.."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너가 많이 크고 더 건강해진 거 같아서 마음이 좋네... 건강하게 자라서
엄마한테 잘해라잉~ 아프지 말고...."
"애기 엄마. 나 이제 내릴랑게.. 애기랑 여기 앉으소.. 서서 가면 애기 위험한 게 나 내링게 알았지?"
라고 말하시며 지팡이를 들고 허리를 굽히시고 힘겹게 내려가셨다.
할머니가 아이에게 건강하게 크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아프지 말고 커야혀~ 라고 말할 때 코 끝이 찡 빨개졌다.. 건강하게 커서 엄마한테 잘해야 되라고 말할 때 정말이지 그런 평범한 날이 올까?라는 생각과 함께 눈물이 주르륵 내려와 버렸다.
버스를 탈 때면 5대 중 2대의 버스는 노약자들과 장애인과 임산부자리의 표시는 신경 쓰지 않고 약하고 불편한 사람들을 태우고 마구잡이로 좌우로 흔들고 앞뒤로 퉁퉁 거리며 난폭운전을 하곤 한다.
승객들은사회적 약자로서의 을이 되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잡고 있는 손잡이에 힘을 주고 발 끝에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때마다 마음이 서러웠고 아이가 넘어질까 봐 무서웠다.
학교 가는 길마다 사람들은 왜 이아이는 집 앞에 있는 학교 두고 멀리까지 힘들게 가냐고 물었다. 학교에 가는 아이에게 작고 왜소한 몸을 보고 유치원에 가냐고 묻기도 했다. 일일이 대답하기에는 아침부터 지친 마음이라 나는 그냥 아이와 함께 서있었다.
" 어 이 동네 엄마들이 장애인 학생은 이 동네 학교 오지 말라고항의해서 다른 데 가는 거야~"
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이야기로 마음을 후벼 파기도 했다.
불편하고 아찔한 오지랖 가득한 수많은 등교시간들중에 한두 번은 보셨을 할머니가 건네주신 오늘의 위로와 응원이 내 마음을 적시게 되었다.
울컥... 찡.. 주르륵... 하는 동안 할머니는 끝까지 아이의 등을 한번 더 다독이시면서 가셨다...
살면서 부당하고 참아야 하며 억울하기도 하고 불편한 순간들이 많지만.. 때론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의 응원이 나에게 다가옴을 느낀다.
불쌍하고 딱하다는 마음이 아닌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길 부모 이상으로 바래주신 그 마음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일상이 흔들리고급하게 꺾여버릴 때마다 발 끝마다 힘을 꽉 주고 겨우 버텨야 할 때 누군가는 내가 혼자 쥐고 있던 힘에 남몰래가방 밑을 받쳐주는 손길이 있고 내 팔꿈치 한쪽을 함께 움켜 잡아주며마음을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