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가리영 Dec 07. 2023

나는 오늘도 휘청거린다.

얕은 바람 같은 흔들림에도..

  

매번 나를 걸고넘어지게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체력이다. 비루하고 유리알 같은 체력, 그리고 아픔에 대한 지극히 예민하고 과한 통증의 체감

나는 몸이 약하다. 어릴 때는 배가 자주 아파서 고생했고 팔다리가 너무 가늘고 길어서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넘어지지 않고 가는 게 하교시간의 목표였다.  작은 돌멩이에도 잘 발이 걸려서 넘어졌고 무릎은 깨진 상처로 자국자국이 나서 매번 피를 흘리기 일쑤였다.


 체력장을 하는 날이면 비루한 체력이 더 드러나는 날이었다. 철봉에는 5초 이상 매달리지도 못했고 오래 달리기를 하다가 쓰러질 거 같은 모습으로 얼굴이 하얘져서 달렸다.  뭐든지 뒤에서 2번째 아니면 3번째 하위 체력을 가진 존재였다. 친구들과 고무줄을 하거나 공기놀이를 해도 운동신경이 없는 건지 얇은 고무줄을 노래에 맞춰서 폴짝폴짝 뛰는 것도 못해서 줄만 잡고 서있을 때가 많았다. 체력이 안되고 조금만 뭘 해도 피곤하다 보니 나가서 친구들과 몸으로 노는 게 힘들었다. 잡기놀이를 해도 빨리 잡혀서 열외 되어 앉아있고 싶었고 피구게임을 할 때면 공에 맞아서 따로 나와 공포스러운 공 맞음에서 피하고 싶었다.


 허약체질이었을까? 사회생활을 할 때에는 알바라도 할라치면 복통이 심해서 급성맹장으로 병원에 가서 소염진통제를 병으로 맞아야 달래지곤 했다. 새로운 환경이나 낯선 일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서 나는 못해 , 나는 안 할 거야, 나는 힘들어라는 내적인 부담의 말들이 몸의 통증으로 나오곤 했다.  막상 매일 가서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직업에는 루틴이 생긴 건지 책임감 때문이었는지 깡으로 버티는 마음으로 1년의 경력을 채웠다. 깡으로 버틴 탓에 살이 8킬로나 빠지고 얼굴은 거칠었다. 젊은 나이였으나 몸이나 얼굴에 윤기는 없었다.

 

 내가 갖고 싶은 건 명품백도 비싼 차도 아닌 강인한  체력이다. 몸이 건강하면 마음도 건강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도 추진력이 있을 것이다. 타오르는 성냥개비의 열정에 매번 촤르르~ 열기를 끄게 하는 건 나의 몸의 에너지의 한계였다.  타고난 몸이 그런 걸까? 아니면 잘 다루지 못한 체력관리 때문일까? 걷는 게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라서 틈이 나면 걸으려고 하지만 무릎도 아파온다.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근육운동을 하면 온몸의 통증으로 하루 운동 3일 드러눕기로 끝난다.  


 정확한 병명은 최근 3년 전에 알게 되었다. 자율신경실조증, 오랜 스트레스로 인해서 몸의 생체리듬이 무너진 병이었다. 과호흡이 올 때가 있고 배변이 힘들고 소화가 안되면서 몸의 이곳저곳이 통증에 시달린다. 특히 어깨 통증으로 오랜 시간을 고생했다. 어깨가 부스려내려지는 통증에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몇 번이나 내 몸이 가루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울어야 했다.


 침도 맞아보고 병원에도 가보았지만 잠시 뿐이었다.  유튜브를 찾아보니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다. 4초를 들이마시고 6초를 내뱉는 긴 호흡을 하라고 했다. 한번 호흡이 10초 1분 동안 6번 을 3번 반복해 보라고 했다.  시간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날 때는 하지만 잘 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 조금 적은 관심투자로 확연한 증상완화를 얻은 건 마그네슘 영양제를 먹는 것이었다.  오랜 시간 힘들었던 어깨 목의 근육의 긴장도가 마그네슘영양제를 먹자 한결 좋아졌다.


 그리고 독서를 하자 스트레스가 완화되었다. 아침이면 성경을 읽고 성경구절로 기도를 하는 날은 마음의 평안도 찾아왔다. 기도시간을 갖는 게 쉽지 않은데 하준파파의 간증을 보다가 벤치마킹하게 된 기도방법이다. 은혜가 되는 구절을 나의 삶으로 가져와 말씀으로 기도를 하니 기도도 쉽고 기도시간 동안 나의 호흡도 안정을 찾았다.


 알고리즘으로 유튜브를 들어가면

자율신경실조증에 대해서 나에게 해답을 찾아주려 듯 여러 개가 뜨게 된다. 오늘 보게 된 영상은 자필로 오늘의 가장 힘들었던 점 그리고 좋았거나 기억에 남는 일 마지막으로는 내일의 목표나 계획을 일기처럼 적어보라고 설명했다.  몸의 긴장도나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알려주었다. 몸 안에 뭉쳐있는 화나 불안 울화를 글로 풀어 적는 게 치료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2주를 적은 후 후기들이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결국은 마음의 복잡함과 무거운 걱정들이 몸의 통증을 유발한다. 남편을 오랜 시간 원망하고 미워했다. 극 T형의 남편이 극 F인 나에게 건네는 조언이나 관심은 냉정하게 느껴졌고 상처를 받기 쉬웠다. 지나고 보면 맞는 말이고 정확한 판단이었음에도 나는 저 사람이 나를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통증으로 몇 달을 고생하던 시점에 지나영 선생님의 본질육아 책을 읽게 되었다.  뇌의 생각이 몸을 치료하기도 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는 글을 보면서 감사일기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나에 대해서 감사 / 타인에 대해서 감사/ 물질로 인한 감사/ 오늘의 경험에 대한 감사

4가지를 적어볼 것을 권했다.


작은 수첩에 4가지 감사를 억지로 쥐어짜면서 적어보았다.  남편에 대한 감사를 뭘로 해야 하나 오랜 시간 생각하니 집에 들어오면 매번 여보~~ 나왔어~라고 말하며 들어오는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보다 아내를 먼저 찾는 모습에서 남편이 나를 먼저 생각하고 나에게서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는 마음이 들었다.  쥐어짠 감사에서 남편과의 관계까지 회복이 되고 그 후 몸의 통증도 사라지는 놀라온 경험을 하였다.


 그 뒤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각자 오늘 하루의 감사를 찾아 이야기를 한다. 이게 감사한 거라고? 말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이야기될 때도 있지만 아주 작은 일마저 지나고 생각해 보니 나에게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부부, 자녀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격려하고 칭찬하면서 화목을 더하는 시간이 되었다.


 내가 건강했다면 나는 내 몸과 마음을 살피는 방법을 찾아 고민하거나 실천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타고나지 못한 약한 체력으로 몸을 걱정하다 나는 생각과 마음을 올바른 방향으로 다루는 법을 배웠다.  나에게 없는 것보다는 오늘 나에게 주어졌던 하루의 감사를 되새기니 나는 소중하고 사랑받는 사람이다.  그리고 버거웠던 통증과 함께하던 하루가 한결 가벼워 짐을 느낀다.  얕은 바람 같은 흔들림에도 쉽게 휘청거리는 나의 삶이 감사라는 단어로  울타리를 쳐간다.  그 안에  나는 남들은 그냥 지나쳐 가는 사소하고 소소한  수많은 행복을 담아본다.

사진은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남들보다 예민한 몸을 가진 여자의 서글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