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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리영 Jan 05. 2024

남들보다 예민한 몸을 가진 여자의 서글픔

그래도 잘 버티며 오늘까지 살아가고 있다.

 잘 체 했다. 누군가는 예민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 예민하다는 말에 조금 서운함이 왔다. 타고나기를 예민하게 태어난 사람의 서글픔을 당신이 아느냐고 속으로 되물었다.


 젊을 때는 돌도 씹어먹고 쇠도 빨아먹는 거라고 엄마는 타박하곤 했다. 매운 음식도 잘 먹지 못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팠다. 맛있는 밀가루 음식은 얼굴과 두피에 붉은 지루성염증을 덕지덕지 올라오게 했다. 마음껏 먹고 싶어도 먹어지지 않는 입맛을 가진 몸으로 태어난 서글픔


 조금만 잘 못 먹어도 나는 속이 얹혀있었고 배가 뒤틀리고 꼬이고 토하기 시작했다. 조미료를 잔뜩 넣은 맛 나 식당의 순두부찌개는 언제나 응급실 행으로 이어졌다. 엽기적인 맛이라는 매운 떡 음식은 떡 2개 메추리알 3개, 어묵 3개만 먹었을 뿐인데 3일을 누워있어야 했다. 건강하지 않은 음식 감별사처럼 인공감미료, 합성조미료, 발색제, 발암물질의 음식을 가까이 가기만 해도 온 얼굴과 몸에 1차적으로 두드러기가 일어났다.


 햄이나 컵라면은 먹을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이 햄은 5가지 무첨가  몸에 나쁜 건 없는 건강한 햄이라고 했는데 햄을 구울 때 나오는 향만 맡았을 뿐인데 온몸에 두드러기 났다. 옆에 있는 친구는 저거 건강한 햄 아닌가 보네~ 라며 내 몸의 반응을 보고 웃프게 이야기했다.


 예민하게 몸에서 반응한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 나쁜 음식에 대해서 바로 반응하니 먹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알고 가려먹으면 건강해지는 거 아니야?라고 묻곤 한다.  엄청 건강하진 않지만  피부나 통증으로 그리고 염증반응으로 즉각 나오는 표현들 때문에 나는 작은 과자하나도 고민과 고민을 하며 먹곤 한다. 건강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장의 반응을 막고 싶어서 나는 늘 먹는 것에 조심하며 먹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온갖 피부병과 두피의 염증으로 고생했던 나는 결혼 후 나에게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매일 먹은 음식과 나의 몸과  피부상태를 적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답은 찾기 어려웠고 가려야 할 음식이 늘어나 내 몸은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육아에 있어서 체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매번 기운이 없고 가느다란 손목으로 아이를 안고 있으려니 몸에는 짜증마저 솟구치기 시작했다. 독박육아와 아픈 둘째 아이를 가슴 졸이며 키우던 나는 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게 되었고  갑자기 귀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명


  귀울림은 생각보다 심했고 듣고 싶지 않은 온갖 가전제품의 모터소리가 귀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몸의 염증들이 넘쳐버린 것인지, 귀의 신경에 몰려 세상의 모든 소리가 고통스럽게 들렸다. 집 앞 멀리 바다에 있는 배 모터소리까지 들리자.. 나는 귀를 잘라 없애고 싶다는 충동까지 들었다. 아무리 귀 안쪽과 밖을 만져보고 주물러보고 지압해 봐도 소리는 없어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 잠이 들 때까지 울리는 소리는 나를 온종일 괴롭혔고 서서히 영혼까지 고통받기 시작했다.

 남편에게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가 없다고 울면서 말했다. 듣고 싶지 않은 온갖 기계소리를 하루종일 들어가면서 들어야 할 소리는 들리지 않는 질병이었다. 소리공포세계에 갇혀 나는 살 수가 없다고 귀를 웅켜잡고 울고 또 울었다. 남편은 너무나 서럽게 우는 나를 보며 안쓰러워했고 겉으로 보이지 않는 병이지만 하루종일 당황과 공포와 두려움에 울고 있는 내 모습에 어떻게 해줘야 하나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제발 낫게 해달라고 그리고 난 도대체 뭘 먹으면서 살 수 있는 거냐고 제발 보통의 사람처럼 살게 해달라고 울면서 기도를 하고  잠이 들었다.  그러다 꿈을 꾸게 되었다.  잠결에 간판이 하나 보였다. 한 글자씩 읽어보니 지나가다 본 한의원 간판이었다.  아침이 되고 그 한의원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공포세계에 여전히 갇혀 힘겹게 아이를 안고  한의원으로 갔다.


*술 드시나요? 아니요~

*담배 하시나요? 아니요~

*커피 드시나요? 아니요~


하루 몇 번 화장실을 가는지 몸의 불편한 건 무엇인지 문답지에 적고 침을 았다.


 그리고 집에 와 그날 밤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내 귀는 다시 맑고 온전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소리를  잘 듣는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느끼는 아침이었다.


한의원에서는 한약을 먹게 되면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려준다고 했다. 오랜 시간 무엇을 먹고살아야 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15일 반첩에 25만 원 하는 한약값이 부담되었지만 내 몸에 맞는 음식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큰 맘을 먹고 한약값을 결제하게 되었고....

사진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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