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 발 자전거를 처음 배웠다. 겁이 많던 나는 네발 자전거의 보조바퀴를 떼낸 두 발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겁이 먼저 났다. 아빠는 내 뒤에 서서 자전거 뒤쪽을 잡으며 말했다.
" 아빠가 꼭 잡고 있을라니까 걱정 말고 발만 굴려! 그럼 간다 시작~"
" 아빠 꼭 잡아 놓으면 안 돼! 아빠 꼭 잡아야 해!"
" 앞만 보고 발만 굴려. 그럼 자전거는 가니까 넘어진다 생각하지 말고 무조건 굴리면서 앞만 봐!"
" 아빠 알았으니까 꼭 잡아줘야 해. 나 넘어지는 거 너무 무서워!!"
아빠는 무조건 발만 굴리라고 하셨다. 그리고 뒤는 신경 쓰지 말고 앞만 보고 집중해서 가라고 당부하셨다.
그리고 발을 굴리고 앞만 보고 갔다. 한참을 가다가 아빠가 자전거 뒤를 잡고 달려오는지 궁금했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아빠는 먼발치에서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고 나는 혼자 두 발 자전거를 굴리며 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첫 도전에 대한 기억이다. 넘어질까 봐 두려워 절대로 타지 않을 거야라고 했다면 아마 난 지금도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 뒤로 자전거를 타고 동네 한 바퀴를 도는 건 상쾌한 기분을 주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한 손을 놓고 자전거를 타보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쌩쌩 달리는 순간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런 내가 마흔 살에 운전을 도전했다. 15년 동안 묵혀있던 장롱면허를 꺼낸 것이었다.
평생에 운전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먹었지만 여전히 겁이 많았고 남들보다 불안도가 높아서 나 스스로를 믿기 힘들었다. 불편한 삶이 안전한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여러 사람이 끼어있는 버스에서 넘어질 뻔한 적도 많았고 급브레이크와 급출발을 하는 버스 안에서 한 손으로는 아이의 손을 잡고 한 손으로는 버스 손잡이를 잡고 온몸이 후들거릴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운전을 해야 하나 고민만 했지 도전해 보지 못했다. 용기가 없었고 자신이 없었다.
시작은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운전하는 학원에서 시도해 보았다. 첫 시간은 브레이크를 밟고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 멈췄다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연습만 했다. 모든 일에는 기초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기초를 배우는 지루함을 견디는 게 결국은 나의 실력이 되고 습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 발 한 끝의 힘 조절이 실수로 이어져 사고가 날 수 있는 게 운전이기에 내 발과 내 몸이 안전한 습관을 익히기에 신경을 써야 했다.
모든 게 어색하고 쭈뼛거리는 운전이라 연습을 할수록 과연 익숙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운전을 해서 이동을 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기에 여전히 엉성하고 부족함 투성이었다.
남편과 운전연습을 한다고 하니 시어머니께서 물으셨다.
"너희는 남들처럼 악쓰고 소리 지르면서 안 싸우고 잘 배우고 있냐?"
나는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이제껏 3번을 악쓰고 못살겠다.
소리 지르고 온갖 성질을 서로 내보이며
열받아 가면서 배우고 있어요!"
남편과 운전연습을 한다고 하니 친정 아빠가 말하셨다.
"남자에게는 타당하게 마누라를
구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시간이지
세상에 내 마누라가 이렇게까지 방향감각도 없고 운전을 모르나 싶어 답답하고
이런 답답한 마누라가 그동안 날 구박했다고?
하며 억울하기도 해.
그동안 구박만 받다가 마누라에게
그게! 아니라고! 말하며 많이들 싸우는 게 부부간에 운전연습시간이다.
그냥 돈 주고 가장 좋게 운전학원 가서 배워.
그게 서로에게 좋아"
그렇게 한 달을 싸워가며 서로에게 온갖 서운함을 다 느끼며 남편에게 배우지 않는 게 운전이라는 운전을 배웠다. 구박을 하는 남편이라도 운전이 서툴어서인지 남편이 옆에 앉아있어야 마음이 놓였다.
한 달의 운전연습이 끝나고 중고로 차를 한 대 사 주차장에 놓고도 3일은 버스를 타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었다. 구매한 의도에 맞지 않게 주차장에 놓여만 있는 자동차가 안쓰럽기도 하고 여전히 운전에 겁을 내고 있는 내가 미련하게 느껴졌다.
딸에게 물었다.
"오늘은 엄마가 처음으로 운전해 볼까?"
아이가 대답한다.
응!
그렇게 아이를 뒷 자석에 태우고 운전을 해본다. 시동을 켜고 드라이브로 기어를 놓고 떨리는 마음으로 가본다. 매일 버스를 타러 뛰어가던 길을 내 차로 움직여 가본다. 아 떨리면서도 평생에 오래 기억에 남을 날이었다. 그렇게 주차를 하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다시 차에 올라서려고 하면 여전히 초보여서인지 새롭게
떨렸다.
9월에 시작한 운전은 4개월 차를 접어든다. 여전히 떨리고 조심하면서 때로는 아차 싶은 실수를 해가면서 운전을 한다. 운전을 한 지 10년이 된 사람이나 20년 된 사람에게 초보운전 때의 기분을 물어보니 누구가 실수를 했고 누구나 두려웠으며 어려웠다고 말해줘서 위로가 되면서 힘이 되었다. 그리고 한결같이 모두가 해 준 말은 이랬다.
" 20년차든 10년차든 운전은 매일 할 때마다 긴장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가 가는 길마다 안전하기를 그리고 안전하게 운전하는 내가 되기를 다짐해. 그래서 그 마음을 늘 놓지 않고 조심히 하려고 해. 나도 안전해야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차 그리고 보행하는 사람 모두 안전해야 하는 게 운전이니까.
그 마음만 갖고 있으면 돼.
아 그리고 진짜중요한 거
아 이제 운전 좀 잘하는 거 같은데 생각하는 그날
그 순간이 제일 위험해.
그러다 사고 난다.
그러니까 운전은 늘 자만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할 것!
그것만 기억하면 돼!
잘할 거야. 그리고 잘해!!"
초보운전인 딸이 걱정되는지 아빠가 전화가 왔다.
" 네가 가는 그 차선 있지 그 선만 잘 지키면 된다.
그리고 자꾸 필요이상으로 뒤는 보지 마.
나 때문에 뒷 차가 불편한가 하면서
신경 쓰지 말라고
네가 가는 길 그 길만 앞만 보고 가라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그 목적지까지 잘 가는 방법은
네가 가고 있는 그 길에서 그 순간 가장 안전하게 가는 방법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야.
한 참 뒤에 만날
'아 그 길에서 차가 많아서 막히면 어쩌지.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서 당황하면 어쩌지'라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마.
그럼 운전 못해.
그러니까 네가 가는 그 길에서 집중해서
너의 차 선만 넘지 않게 잘 따라가면 된다는 거
늘 기억해!
그럼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운전이야.
오늘도 네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늘 감사하면서 살고 딸아 행복해라.
생각해 보면 운전은 인생이랑 같으니까.
늘 힘내고! 파이팅~!"
어쩌면 인생은 겁내는 것에 대한 도전이고 용기를 낸 자가 얻게 되는 새로운 기쁨이다. 언젠가 어린 시절 자전거를 타며 상쾌한 기분을 낸 시간이 행복했던 것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