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는 말 싫어했다.
아니 어떻게든 뒤로 미루든 위로 땡기든
평평하게 하든 아무튼 숨길 수 있다면
나를 표현할 때
당분간 아주 오래 늙었다는 수식어가 붙는 건
딱!싫다였다.
젊어보인다.아직 젊다 파릇하다라는 게
오래 내 곁에 있길 바랬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한에서 최선을 다해서
10여년 전 지금의 내 나이인 권사님들과
어머니기도모임을 하며
일상을 나누다보면
갑자기 울먹이시면서 남편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고 짠하다고 하시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런마음이 들면 진짜 늙은거라는데
자기가 늙었나보다며 웃으셨다.
애잔한마음에 늙음 그리고 웃음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잘 버물리듯
자신의 요즘 감정 그리고 근황을 이야기해주셨다.
공감 못 했다.
단지 남편이 불쌍해보이면 늙은거라는데
그 말이 속담처럼 남아있었다.
남편이 불쌍? 안쓰러움? 짠함?
남편 때문에 내가 고생하는 거 같아서
억울했다.
어쩌다 코가 낀 건지 그때 사리판단이 정확하지도 못하고 이리저리 재지도 못한26살의 내가 한심했다.
때론 내 안쓰러움 나의 처지의 짠함
그리고 고단함속에 깔린 불쌍을 남편이 전혀 공감하지 않아 죽을만큼 미웠다.
없어도 상관없고 있어도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불쌍이라는건 가당치도 않은 표현이었다.
그런 남편이 어떤 감정이 복받쳐오듯이 밀려오더니
불쌍하고 안쓰럽고 짠해서 엉엉 울어버렸다.
그리고 몇 일 뒤 내가 늙었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그 늙었다는 말이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뭔가를 더 깊이 이해하고 참아지고 더 감당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시간의 흐름에 내가 자연스럽게 발을 딛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어느날 사춘기 아들이 목소리가 걸걸해지고 굵어진 것처럼...내 안에 까랑거리고 늙어가기 싫어하던 가벼운 삶의 마음 소리에...조금은 무게가 생겼다..
사춘기 아들에게 말하듯 나에게 말해본다
컸네 컸어..어른이 되었네~~~
늙음 속에 어른의 느낌을 알아가는 중이다.
어쩌면 더 많이 깨닫고 알아가고 울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