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하는 내내 이 아이는 어떤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아이를 지켜봐 왔다.
어느 날은 아이가 피아노 학원에 보내주라고 말했다. 친구들 모두 7살이 되자 학원을 다니는데 본인만 다니는 곳이 없다면서 피아노라도 다녀보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그래~ 함 다녀봐"라고 하며 보내게 되었다.
오른손을 일주일 치더니 왼손과 함께 앙손 치기가 2주일 만에 가능했다. 어랏? 나는 6개월이 걸렸던 거 같은데.. 아이의 빠른 진도에 보낼 맛이 나기 시작했다. 제법 잘 치는 모습에 아이만의 특별한 재능인가 싶었다. 그러나 원장님은 "도레미파솔라시도 글씨도 몰라서 온 애를 내가 치게 만들었지 뭐~ 무에서 유 만든 거야"라고 말하셨다. 아이는 일러준 대로만 잘 치는 아이였다.
관심 있는 일이 생기면 오래 앉아 있는 걸 잘하는 아이여서 바둑학원을 가고 싶다길래 보내보았다. 그래 바둑이 소질이 있는 거라면 쭈욱 해보도록 해야지. 보낸 지 한 달이 되었을 때 선생님께서 "재능이 있네요 있어!"라는 말을 하시려나 하고 기다렸다. 3달쯤 되었을 때에도 바둑에 소질이 있다는 말을 듣긴 어려웠다. 오래 기다리고 두고 봐야 하는 종목인가 싶어 몇 달 더 기다려봐야지 싶었을 때쯤, 바둑에 소질이 있는 아이는 첫 날 바로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선생님이 키워보겠다며 부모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 이것도 아니구나.'
아이 스스로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그리고 자주 반복해서 하는 행동들이 아이의 재능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다시 아이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는 무엇을 얼마나 자주 즐겁게 하는지 놓치지 않고 제일 먼저 알아봐 주고 싶었다.
아이는 주로 손바닥이 까매지도록 공놀이를 하고 오는 걸 좋아했다. 피구에 있어서는 자기 반 에이스라고 말했다. 공이 있으면 어디서나 던지고 차고 굴리는 건 비슷한 또래 남자아이들이 하는 행동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농구교실 선생님은 잠시 쉬려고 마음먹은 나에게 말했다. "아 운동신경이 좀 있습니다. 아예 없진 않고요. 좀 있죠" 그 좀이라는 말이 아주 쫌이라는 듯이 들렸다. 운동도 특별한 재능이 아니구나.
13살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에게 자신의 적성이 무엇이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찾아야 하는 때라고 말해주었다. 누구에게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데 그걸 잘 살리면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직업이 된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반 친구들 중에 특별한 재능을 보이는 친구가 있냐고 묻자 아이는 신이 나서 말했다.
" 어떤 친구는 엄마 라테아트를 잘해요. 그래서 이번에 비싼 커피머신하고 라테아트를 할 수 있는 기계를 샀대요. 집에서 매일 연습을 한다면서 사진을 보여주는데 정말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 며칠 전에는 직접 유튜브보고 혼자 만든 에그타르트를 줬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나중에 커피숍 사장님 하는 게 꿈이래요."
벌써부터 재능을 찾고 열심히 연습하는 아이 친구의 모습이 특별해 보였다. 다른 친구들도 자신만의 재능을 보이는 게 있냐고 물어보았다.
" 아 맞다! 한 친구는요 엄마. 춤을 진짜 잘 춰요. 노래만 나오면 뼈 마디를 꺾어가면서 딱딱 춤을 추는데 보는 사람마다 입이 떡 벌어져요. 박수가 절로 나와요."
" 그리고 어떤 애는요. 만화를 정말 잘 그려요. 일본만화는 다 빌려다 봤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그리고 또 그리면서 자기만의 만화책을 만들어 간대요. 그래서 웹툰 공모전에서 이번에 상 받았대요! 만화 이야기도 잘 쓰고 한 번 봤는데 어른보다 더 잘 그려요."
아이 친구들의 특별한 재능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부터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기특하기 했다.
" 그래서 아들~ 너는 뭐가 특별한 재능 같아? 매일 해도 지겹지 않은 일이 있을까? 아님 꼭 배워보고 싶은 거라든지 말이야"라고 물었다.
" 어.. 아직 없는데.. 한 번 찾아보고.. 생각도 자주 해볼게요. 엄마. "
"친구들이 잘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하는 것처럼 너도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거야. 내가 이런 게 해보고 싶다 하는 게 있으면 엄마한테 꼭 말해줘~
잘 모르겠으면 친구들은 어떤 재능이 있나 보면서 나도 그걸 잘하나 생각해 보고 그래도 좋아."
며칠 뒤 아이가 학교가 끝나고 신이 나서 왔다.
"엄마, 오늘은 내가 학교에서 친구들 한 명 한 명을 다 관찰해 봤거든요. 정말 한 가지씩은 다 잘하는 게 있더라고요. 어떤 친구는 멀리 뛰기를 잘하고요. 또 어떤 친구는 목소리 흉내를 잘 내는 거예요. 근데 한 친구는 아무리 봐도 잘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길래. 넌 뭘 잘해?라고 물어봤더니 뭘 보여준지 알아요?"
"글쎄.. 뭘 봤는데?"
" 자기는 혀가 코에 닿는 걸 제일 잘한대요!! 그래서 혀로 코를 판다나?! ㅋㅋㅋ 웃기죠!"
나는 그때 알았다. 이 아이는 누군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사람과의 소통을 즐거워한다는 것을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의 개별적인 특별함을 잘 찾아내던 아이, 누군가의 행동을 기억하고 그에 맞게 챙겨주고 상대와의 소통에서 웃음포인트를 아는 아이였다.
하루는 팔이 다쳐 깁스를 한 친구가 점심시간 식판을 한 손으로 들지 못하자 자신의 밥을 먹기 전에 친구 식판을 자리에 챙겨주었다고 했다. 누구도 돕지 않던 친구를 아이는 도움이 필요함을 알고 자진해서 도왔던 것이다. 선생님은 아이의 그런 모습을 보고 우리 반 착한 학생이라고 칭찬하며 상을 주셨다. 아이의 특별한 재능이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닌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일을 좋아하는 아이는가드너의 8가지 지능 중인간친화 지능이 특별한 재능이었다. 성적이나 순위로 재능을 알 수 있는 [언어, 논리수학, 자연 친화, 공간 지능 ]보다 아이는 [실존적 지능, 자기 성찰 지능, 인간 친화 지능]이 강점인 아이였다.
가드너의 8가지 영역 지능 출처 네이버
나는 어쩌면 실력으로 인정받는 재능, 남들보다 더 돋보이는 재능, 타고나게 드러나는 뛰어난 재능을 아이에게서 찾느라 내면의 깊은 곳에서 특별하게 성장하고 있는 재능은 들여다보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리곤 내 아이는 특별함이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저 다양한 문제를 풀게 했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 매일 체크했으며 더 알아가야 한다고 닦달하기도 했다. 남다른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싶으면 재능이 아니라는 생각에 멈추게 하곤 했다.
아이의 특별함을 찾아주려다 나는 일상에서의 소소하지만 소중한 배움을 배제했는지 모른다. 여러 시야를 두고 그 나이만의 풍경을 즐기며 바라보게 하기보다는 고성능 망원경으로 멀리 있는 걸 보도록 강요해 왔다. 렌즈 안의 선명한 목표가 아이를 틀에 가두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아이 어깨에 억지로 걸쳐두려 했던 망원경을 비켜 세워두려고 한다. 아이 마음속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이 주는 기쁨을 더 마음껏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특별함을 충분히 느낄 때 아이는 스스로 살아감의 의미와 재능을 찾아갈 것을 믿는다.
내 아이의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다중 지능 검사 사이트를 함께 첨부해 본다.